月刊 아이러브 PC방 6월호(통권 39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정부가 지난달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고 이달부터 코로나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했다. 지난 3년 동안 한 집 건너 한집 꼴로 PC방이 문을 닫을 때마다 업주들은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나길 기도했다.

드디어 대통령 입을 통해 듣고 싶었던 말이 나왔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는데, 간판만 덩그러니 달린 채 종적을 감춘 옆 PC방 사장님은 무얼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면서 이게 3년 넘게 기다린 현실이라니 한편으로는 허망하다는 감상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 이전까지 전국 PC방 수 추이는…
PC방 매장 수가 가장 많았던 때는 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2001년으로, 팔도강산에 2만3,548곳의 PC방이 있었다.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대형화 물결에 50~70대 전후의 소형 PC방들이 대부분 사라져 2009년에는 2만1,547곳으로 압축됐다.

2010년에는 2만 개 선이 무너진 1만9,014곳으로 집계됐고, 이후 10년 동안 약 1만 개 매장이 문을 닫으며 9,970곳으로 반쪽이 됐다. 그래도 전국 PC방의 전체 PC 대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매장 2~3곳이 하나로 합쳐진 형태라 할 수 있다.

심지어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오히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매년 200~250곳의 매장이 추가로 생겨났는데, ‘오버워치’의 등장으로 여성 손님들의 발길이 늘었고, 먹거리라는 새로운 물결이 PC방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형화 추세 속에서 거대한 주방과 카운터가 매장 전면에 자리하고, 100대 이상의 매장이 태반에 150대 규모의 매장도 상당수를 차지하게 됐다. 2019년에 PC방 수가 1만1,871곳을 기록해 4년 전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 당시 PC방 업계는 모바일게임의 광풍 때문에 PC방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약한 소리를 했다. 그러나 나름의 방식으로 질적 성장을 착실히 이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통계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매서운 코로나의 발톱, 과다출혈로 이어져
그런데 코로나가 강타한 2020년부터는 전에 없던 직격탄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PC방 수가 1만 선이 무너지며 9,970곳으로 집계됐다. 충격적인 숫자였지만 놀라는 PC방 업주는 없었다. 손님들이 없어 황량해진 매장 풍경이 훨씬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사건은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의 통계에서 PC방은 수준 높은 환기 시설, 칸막이를 통한 바이러스 차단, 이용자간 대화가 없는 환경 등으로 감염자가 거의 없었고, 방역당국의 급소인 ‘깜깜이 감염’ 추적에 도움을 줬다. 격리 의무자가 방문해 소동이 일어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PC방이 방역 선봉장으로 임명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느닷없는 집합금지 조치가 전국적으로 적용되기도 하고, 타 업종 대비 가혹한 규제사항이 적용되는 등 눈먼 칼날이 휘둘러졌다. PC방은 빈혈이 우려될 만큼의 피를 흘려야 했다.

2021년에도 이런 추세와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이제 전국의 PC방 수는 9,265곳까지 줄어들었는데, 이마저도 ‘도박장’이라는 적지 않은 허수가 포함돼 있다. 게임트릭스 가동률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듯 PC방 숫자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PC방은 정부의 코로나 감염 경로 통계 자료에서 찾을 수도 없다. 하지만 생활밀착 업종 통계에서는 숫자가 감소한 업종으로 찾을 수 있다.
PC방은 정부의 코로나 감염 경로 통계 자료에서 찾을 수도 없다. 하지만 생활밀착 업종 통계에서는 숫자가 감소한 업종으로 찾을 수 있다.

9,000곳 아래로 내려앉은 PC방 수는 굳이 2023년 게임백서의 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생활 밀접업종 통계자료에서 PC방 숫자는 2022년 기준 8,485곳에 불과하다.

허무맹랑 방역 정책, 혜성처럼 상승장군 등장
코로나 시기는 뒷목 잡게 하는 이야기만 가득하지만 멋있는 서사도 하나 나왔다. 숨넘어가기 직전인 PC방 업계에 힘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협회도 조합도 아닌 홀연히 등장한 PC방 업주였다. 이 말총머리 사나이는 귀신 들린 야생마처럼 종횡무진이었다.

각 정부부처를 각개격파하기 시작하는데 연전연승이었다. 일당백의 역전용사 무용담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거들먹거리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방역정책이 옹색한 근거를 기반으로 했기에 설득 자체는 수월했다”라고 담담하게 술회한다.

2020년 10월 12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모인 PC방 업주들과 결과를 브리핑하는 전대연(현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김기홍 이사장
2020년 10월 12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모인 PC방 업주들과 결과를 브리핑하는 전대연(현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김기홍 이사장

역병이 돌아서 방역을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감염자가 없고 경로 추적까지 확실한 PC방에 스스로 높은 점수를 매겼으면서 또 규제는 취약시설의 수준을 적용하는 등 그야말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러니 전국의 PC방 업주들이 장사고 나발이고 제쳐두고 세종시로 모여서 항의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항상 모래알 수준이라 자조하던 PC방 업계가 간만에 똘똘 뭉친, 멋진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후 코로나의 기세도 한풀 꺾이고 정권도 교체되면서 코로나는 PC방 업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감염자 100단위 숫자가 엄청나게 위험해 보였던 것도 잠시, 이제는 이골이 났는지 1만 단위 숫자에도 심드렁하다.

코로나 뒤로 하고 이제는 살길 찾아 전진해야
이달부터는 코로나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아졌다. 병실을 갖춘 병원 외에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무도 없고, 격리 의무도 권고로 완화된다. 입국후 PCR검사 권고도 아예 해제된다.

PC방 업주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없
이달부터는 PC방 업주가 신경쓸 방역 관련 조처가 사라진다

PC방에 적용되는 방역 규칙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PC방 업주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장사에만 매진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달리려고 하니 남아 있는 힘이 없다고 호소하는 업주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된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전반적인 PC방 시장 개선 전망에 대한 조사’에서 전국 PC방 업주 중 13.2%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는 업주는 46.9%에 달했다.

반면, ‘개선될 것이다’라며 희망을 가지는 업주는 전체의 39.9%에 그쳤다. 이놈의 코로나가 PC방 업주들의 경제적 체력을 약화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투지에도 상당한 치명적인 디버프를 걸어놓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달부터는 거리두기 해제가 아니라 아예 종식이라고 강조하며 호들갑을 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또 한편으로는 이 설문조사가 PC방 업주들의 괜한 엄살이나 특유의 죽는소리라고 믿고 싶기도 하다.

가혹했던 2021년에도 30%의 업주들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시설 및 장비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PC방 업주들이 그동안의 고난을 설문조사에 대고 하소연하고 싶어서, 혀를 내둘러가며 비관적인 전망을 입에 담은 것뿐이라는 믿음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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