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5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협의를 거쳐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그리고 각종학교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교육계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을 겪게 되었고, 이는 PC방 업계도 다르지 않다. 예년 같으면 지난 3월은 PC방 봄 비수기가 시작되는 때로, PC 가동률이 가파르게 하락한다. 하지만 올해는 개학이 연거푸 연기됐음에도 가동률이 2월부터 추락했다.

더 이상 개학을 미룰 수 없었던 교육당국은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는 동시에 여름방학 및 겨울방학 기간을 줄여서라도 수업일수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말인즉슨 PC방 업계의 성수기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또한 일선 학교들의 지필평가와 입시 일정도 재조정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C방 업주들도 매장 운영에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온라인 개학의 구체적인 내용과 앞으로 PC방 업계에 미칠 파장을 진단해봤다.

방학 감축에 따른 성수기 단축은 필연
코로나19 발생 이후 교육부는 세 차례의 휴업 명령을 통해 4월 3일까지 신학기 개학을 연기했고, 여기에 3일간의 추가 휴업(6일~8일)까지 거친다. 그리고 오는 9일부터 본격적으로 학사일정을 시작한다.

다만 통상적인 개학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될 위험이 있기에 탄력적인 학사운영과 원격수업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 개학’이다. 교육부는 이미 휴업의 장기화와 온라인 개학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격수업 지원을 강화해 정규 수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개선도 마친 상태다.

목표는 법정수입일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원격학습을 적극 활용해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1~2차 휴업명령까지는 여름, 겨울방학을 조정해 수업일을 우선 확보했으며, 3차 휴업명령 때에는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도 감축하도록 했다. 또한 온라인 학급방을 통해 자율형 콘텐츠(e학습터, EBS 등)를 안내하고, 4주차 이후로는 교사 관리형 온라인학습을 추진한다.

이 같은 학사일정에서 PC방이 가장 먼저 염두에 둘 사항이 여름방학의 축소다. 여름방학 기간이 짧아진다면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지는 PC방 여름 성수기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일선 학교들은 개학 연기에 따른 빠듯한 학사일정 소화를 위해 여름방학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또한 학교장 재량휴업일을 없애는 학교도 나왔고 수업일수 부족으로 공휴일 대체휴일에도 정상 등교하는 일정표를 짠 학교도 적지 않다. 체험학습이나 체육대회를 취소하는 학교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올해 PC방 운영 계획에서 성수기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PC 업그레이드라던가 시설 점검 등의 계획이 있다면 성수기 시즌에 욱여넣기 보다는 그 시점을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코로나 종식되도 가동률에는 타격이…
온라인 개학 기간에는 학생들의 등교가 중지되며, 수업일수에 포함되는 초기 적응기간이 설정됐다. 또한 이번 온라인 개학에서 중요한 부분은 일괄적 개학이 아닌 단계적/순차적 개학이라는 점이다.

초중고교별로, 학년별로 개학의 시점과 적응기간에서 차이가 있다. 일단 고등학교의 경우는 3학년이 9일부터 12일까지 적응기간을 거친 후 13일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에 들어가고, 1~2학년은 16일부터 19일까지 적응기간을 갖고 본격적인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다.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동일한 일정이며, 4월 6일 이후 각 학년별 휴업 기간은 법정 수업일수(수업시수)에서 감축이 허용된다.

초등학교 개학일정은 저학년(1~3학년)과 고학년(4~6학년)이 다르다. 저학년은 적응기간 없이 20일부터 온라인 개학, 고학년은 16일부터 온라인 개학이지만 19일까지 적응기간을 운영한다.

따라서 모든 학교의 1학기 일정은 일제히 뒤로 밀리게 됐다. 대다수의 학교에서 1학기 1차 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각각 5월 말과 7월 말로 밀리게 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여름방학은 7월 말이 되어야 가능하며, 기간도 매우 짧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PC방 여름 성수기도 찰나의 순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한 충격은 2학기가 되면 완화되겠지만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한 살인적 일정은 2학기에도 계속된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이후에도 각 지역별 감염증의 진행 상황과 각 학교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의 병행 등 탄력적인 학사 운영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등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PC방은 야간학습이라는 시나리오를 감안해야 한다. 법정 수업시수를 확보할 요량으로 야간학습이 실시되면 PC방 운영의 피크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의 가동률도 평년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성수기가 짧아진 것도 모자라 피크시간대 축소라는 악재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수능 이후 고3 특수도 기대할 수 없다
PC방 업계에 11월은 지스타 기간인 동시에 수능특수 기간이다. 지스타 소식으로 ‘겜뽕’에 취한 고3 수험생들이 수능을 마치고 PC방으로 몰려와줘야 한다. 더욱이 올해는 기쁜 소식이 있으니 6월부터 청소년 연령 기준이 청소년보호법 기준으로 통일되고 졸업식을 앞당기는 추세라 겨울 성수기 동안 야간 가동률 상승도 기대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런 희망회로를 허락하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간·기말고사 순연, 여름방학 기간 단축 등으로 학생 학습부담 가중 및 대입 준비기간 부족, 교사의 학생부 기재·점검 및 진학상담 기간 부족 등을 우려해 수능도 늦춰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능은 12월 3일에 시행하고, 수시 학생부 작성 마감일은 9월 16일로 변경됐다. 정시 원서접수 기간이 1월 7일부터 11일까지 합격자 발표는 2월 6일이다. 심지어 수시 합격자 발표도 12월 마지막주다.

이처럼 수능 시행일을 포함해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일정 자체가 통째로 뒤로 밀리면서 PC방에서는 고3 냄새도 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3 수험생이 학업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시점 자체가 뒤로 밀리니 PC방의 고3 특수 시점도 자연히 뒤로 밀리는 것.

대입 일정뿐만 아니라 초중고교의 겨울방학 시작일도 상당히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2020년도는 가히 최악의 한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2021년이 됨과 동시에 고3 학생들의 오후 10시 이후 PC방 야간 출입이 가능해진다는 사실 정도다.

전대미문, 온라인 개학이 남긴 과제들
PC방 업계의 1년 사이클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방학에 맞춰 비수기와 성수기가 반복되는 그림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이런 사이클이 송두리째 무너졌고, 가동률과 집객력이 비수기 수준 이하로 꿈틀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PC방 업주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성수기 없이 1년을 버틴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멘탈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소홀했던 성인 손님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한해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고달픈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팽배해 있는 ‘감염의 온상’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게이머들의 고사양 PC 구매가 늘어난 것도 PC방 집객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악영향이 예상된다. 아울러 VPN 지피방이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영업에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두손 놓고 앉아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편, 대한민국 온라인 인프라의 최첨병인 PC방이 정작 온라인 개학에서 강박적으로 배제된 사실도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교육부는 4월 1일부터 신학기 개학 이후 원격수업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한 ‘원격교육 준비·점검팀’을 신설하고, 플랫폼 활용법을 체험하는 등 원격수업에 소란을 떨고 있다.

개학 이전부터 조손가정, 저소득층, 결손가정, PC가 없는 경우,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 인터넷 연결이 안 된 경우 등 정보소외계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대책은 가정에 IT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농산어촌 및 도서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학교 시설을 활용하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눈앞의 황금이 황금인줄 모르면 백만금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방역의 관점에서 PC방은 오로지 때려야 할 대상일까? 널찍한 공간, 좌석간 칸막이, 고사양 PC, 초고속 회선을 한사코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장님 같은 교육당국과 벙어리 같은 PC방 협단체가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