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업계 상황 ‘나 몰라라’
새로운 인재 발굴에 소극적, 자신들 임기 연장에만 몰두
PC방 업주들 “존재감 없는 인문협, 해체가 답이다”

올해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는 전국 대부분의 PC방이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등으로 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대외 활동 없이 두문분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PC방 업계의 주요 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존재감마저 잃어버린 원인을 살펴보니 중앙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부·지회장들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종료되는데, 협회 정관 개정을 통해 이를 연장하기 위해 대외 활동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문협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오는 10월 21일 임시총회 개최 소식을 알렸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이번 임시총회 안건은 단 한 개다. 임원의 임기를 2회 연임할 수 있다는 기존의 제한을 없애는 정관 개정이다. 이는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前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인 유신과도 닮았다.

당초 인문협은 코로나19 사태로 집합금지 등 규제가 시작되자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현재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하 PC카페조합) 등 PC방 업계 구성원들과 연대해 대정부 활동이나 집회 등을 계획하는 등 협회다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PC방 업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협회의 본분 활동이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인문협의 존재감이 사라진 이유는 독자적인 활동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PC방 업계 구성원들과의 연대를 파행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업계 의견을 하나로 규합해 공동 대응에 나서자는 연대 목적이 인문협의 느린 의사결정과 소극적인 태도로 무너져버린 것이다.

PC방 업계의 연대가 파행을 맞이한 이후 인문협과는 달리 PC카페조합은 대한민국의 모든 자영업·소상공인을 대표할 정도로 성장했다. PC카페조합은 김기홍 이사장으로 세대가 교체된 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단체로 활동하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위드코로나를 위해 각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민관합동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김기홍 이사장이 민간위원으로 위촉될 정도로 입지와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진 상황이다.

이에 반해 인문협은 올해 소상공인연합회 등 상위단체에 의존해 여러 업종 대표가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는 형식적인 자리 외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임시총회의 유일한 안건이 정관 개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인문협은 중앙회장을 비롯해 전국 지부·지회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총회를 앞두고 세대교체 대신 기존 임원들의 임기 연장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문협 홈페이지에서 중앙회 일정들을 살펴보면 정관 개정을 위한 목적의 이사회, 정관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소식밖에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조건 없는 시간규제 철폐 △조건없는 인원제한 철폐 △온전한 손실보상 등을 요구하며 △1인 차량시위 △합동분향소 운영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정부와 지속적으로 방역정책을 논의해 온 PC카페조합과 지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PC방 업계에서 인문협의 존재감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PC방 업주들의 처지보다 인문협 임원의 임기가 더 중요하냐며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PC방 업주는 “인문협은 지난 10여 년 동안 PC방 업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구성원들과 연대하는 척하다가 결국에는 소극적인 태도와 독선으로 연대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PC방 업주들의 생존보다 자신들의 임기가 더 중요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폐단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PC방 단체가 오히려 업계에 해를 끼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PC카페조합으로 흡수되거나,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대한민국 PC방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내년 3선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인문협 김병수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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