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PC방은 사양산업이라고 온갖 매체에서 떠들어대는데 유명 기업들의 이름을 내건 PC방 오픈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스포츠와 연계된 콘텐츠를 앞세운 최고급 매장들이 연이어 문을 열고 있다. 지난달 중순 경기도 부천시 번화가에 오픈한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 부천시청점’은 이런 동향에 정확히 부합하는 매장이다.

과거 게임사 이름을 내건 PC방이 오픈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리소문없이 발을 뺐다. 게임사와 PC방의 관계가 ‘상생’이 아닌 ‘갑과 을’로 변질된 현재, 게임사 간판을 달았던 PC방이 폐업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그러나 게임사가 아니라 이스포츠 구단을 내세운 PC방이라면? 먹거리 비중이 날로 커져만 가는 시류를 반영해 식품회사의 이름을 내건 PC방이라면?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 부천시청점을 함께 둘러보자.

농심과 레드포스 그리고 PC방
농심 레드포스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발로란트’ 등 세 종목에서 프로팀을 운영하면서 이스포츠씬 내에서 존재감을 하루가 다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또한, 구단 이름을 내건 PC방을 보유하고 있으니 젠지, T1, 리브 샌드박스, 광동 프릭스 등과 비교해도 꿀릴 이유가 없다.

매장의 한쪽 벽면을 통째로 농심 레드포스의 로고와 역사, 세 종목 팀들의 발자취와 활약상을 기록하는데 할애했다. 또한, 선수들의 닉네임을 각 팀룸의 이름으로 새겨 이 PC방이 왜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인지 보여주고 있다.

오프라인 팬미팅 장소로도 활용된다. 경기가 열리는 매치데이에는 팬들이 함께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즐기는 뷰잉파티도 개최된다. 아울러 매장 내 마련된 이스포츠 스토어에서는 구단의 공식 굿즈를 비롯해 LCK, ‘리그오브레전드’ 공식 MD상품과 각종 게이밍 기어를 판매한다.

앞으로 다양한 이스포츠 경기 및 행사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국내 PC방 중 최대 규모로 5:5 대회부스를 마련하고, 매장의 서버실은 실시간 방송의 관제탑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췄다.

농심 레드포스의 PC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가지 아이템이 더 추가돼 있다. 식품회사 ‘농심’ 때문이다. 농심을 통해 F&B 서비스에서 평범한 PC방이 제공하지 못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농심 IP를 활용한 특징적인 라인업과 갓 출시된 신제품을 판매하고, 직접 개발한 10종의 시그니처메뉴도 선보인다. 유쾌한 작명이 돋보이는 ‘레드포스 마라 신라면’, ‘든든한 라면국밥’, ‘피터팬더곰탕’ 등이 그 주인공이다.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딴 메뉴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선수카드를 추가로 제공한다. 선수카드는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만의 콜렉터블 콘텐츠로, 선수카드 라인업을 모두 수집하거나, 카드에 표기된 숫자를 추첨해 상품을 선물한다. 이를 통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는 농심 제품을 활용한 전용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지난 2021년 PC방에서 탄생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공식 제품으로 출시된 농심 ‘카구리’를 잇는 차세대 히트상품을 선보인다는 포부다.

이 PC방에서 ‘앤유’의 역할은?
그렇다면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 부천시청점은 이스포츠 구단의 작품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최근 PC방 업계에서 트렌디한 인테리어로 이름을 알려 나가고 있는 ‘앤유’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진행되는 공동의 사업이지만, 앤유의 실체와 역할에 주목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앤유는 PC방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 모인 ‘BMN컴퍼니’의 PC방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로, 프로게임단이나 유명 게이밍 기어 브랜드와의 콜라보 등 차별화된 기획과 유니크한 인테리어를 통해 PC방을 이스포츠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업계 소식에 밝은 PC방 업주들이 농심 레드포스와 앤유의 전략적 제휴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의 이스포츠 경쟁력은 레드포스가, 먹거리 아이템은 농심이, PC방 운영 및 기획은 앤유가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매장의 콘셉트 기획 및 인테리어, PC 이용요금 및 PC 사양 책정, 매장을 열기 전 부천시청 인근 기존 PC방 업주들의 투자 유치 등이 앤유의 영역이다.

부천시 최대 번화가 4층에 자리를 잡은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는 530㎡(약 160평) 면적에 PC 168대 규모다. 면적 대비 PC 대수가 매우 적은 편으로, 좌석당 공간이 상당히 커 이용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매장 내부는 앤유의 명성대로 최고급 호텔 콘셉트 인테리어로 장식했고, 앤유의 시그니처로 어필 중인 기둥을 배치한 웅장한 복도구성도 확인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매장 출입문 역할을 하는 구조를 활용해 높은 조도로 밝힌 카운터 및 주방이 중심에, 유리창으로 개방감을 돋보이게 한 매장 외곽은 커플석과 팀룸이 감싸고 있다.

대략적인 PC 사양은 CPU의 경우 인텔 i7-13700 프로세서(90대)와 i5-13400 프로세서(70대), 그래픽카드의 경우 지포스 RTX4070(100대)와 지포스 RTX3060Ti(60대)로 나뉜다. 모니터는 LG 제품으로 통일했고, 마우스·키보드·헤드셋 게이밍 기어 3종은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을 배치했다. PC 이용요금은 2,000원당 1시간 20분, 10,000원당 8시간으로 인근 매장들보다는 조금 비싸게 책정했다.

이런 매장이 치열한 경쟁상권인 번화가 한복판에 오픈하면서도 기존 PC방들의 견제를 받지 않은 이유는 PC방 업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앤유의 기획이 있다. 예비 경쟁자들을 투자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견제는커녕 그 누구보다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의 성공을 바라도록 만들었다.

PC방은 훌륭한 오프라인 광고 플랫폼
유튜브나 틱톡은 영상 플랫폼이지만 동시에 광고 플랫폼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PC방은 게이밍 공간이지만 동시에 오프라인 광고 플랫폼일 수 있다. PC방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손님들의 모니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게임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감각적인 광고판이 없는 터라 게임사들이 PC방 점유율 순위에 목을 매는 것이 새삼스럽다.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BNM컴퍼니 서희원 대표는 이런 생각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PC방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함에 있어 그 내용이 반드시 게임일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PC방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업주들은 냉담한 반면, 오히려 광고주들은 열성적인 것처럼 느껴진다”라며 “다양한 기업과 업체들이 PC방을 MZ세대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심은 PC방과 접점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식품회사일 수 있다. 적어도 그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적극적인 태도로 이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제는 PC방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 부천시청점은 외견상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매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투입된 금액은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시그니처 매장인 부천시청점 뿐만 아니라 농심 레드포스의 간판을 내건 PC방 6곳 모두 농심 측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PC방이 MZ세대에 특화된 젊고 세련된 오프라인 광고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그들의 인식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가 이스포츠 콘텐츠를 가진 매장, 농심 먹거리로 채워진 매장으로 세간에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PC방 사장이라면 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들과 화면에서 나오고 있는 다양한 연예인 출현 광고에 주목해야 한다. PC방이 가진 또 하나의 저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심 레드포스 PC 아레나를 둘러보면 모든 기둥에 디지털 사이니지가 통째로 덮여 있는데, 화면에는 국민MC 유재석이 배홍동 비빔면을 맛있게 먹고 있고, 경기부스를 장식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에서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신라면과 함께 내달리고 있다. 매장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거대한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인텔 프로세서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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