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4월호(통권 3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PC방 개체수가 급감했다. 언론에서는 가장 많이 폐업한 업종으로 PC방을 꼽고 있고, 실제로 사행성게임장이 대거 포함된 정부 PC방 등록현황에도 감소 추세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신규 PC방 창업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기존 PC방 업주가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초보 업주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새내기 업주들은 PC방 업종의 비전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얼마 전 오픈한 인천의 한 PC방을 찾았다.

리더 PC방 박근남 대표

초보 PC방 업주의 창업기
인천 남구 학익동에 자리한 리더 PC방은 지난 2년간 문을 닫고 있던 기존 PC방을 인수한 곳이다. PC방 상권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코로나19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업주가 운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를 인수한 PC방 업주가 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초보 PC방 업주라는 것이다.

리더 PC방을 새롭게 오픈한 박근남 대표는 PC방 뿐만 아니라 자영업 경험이 전무하다. 리더 PC방을 오픈하기 직전까지 동대문시장에서 남성정장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했다. 그것도 15년 이상의 경력으로 잔뼈가 굵은 의류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니던 직장이 큰 어려움을 겪게 돼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또 다른 직장생활이 아닌 자영업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식당, 커피숍, 분식점, 소자본창업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PC방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종종 찾던 기억이 새삼스럽기도 했고, 창업이나 운영 과정이 흐릿하게나마 그려지는 업종도 PC방이었다. 문제는 경험이 없다 보니 확신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박 대표 주변에는 선도적으로 PC방을 창업해 매장이 전국에 수십여 개 있는 선수 중의 선수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죽마고우로 인해 누구나 경험하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며 죽마고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인 출입구
트렌디한 카운터

“우연이든, 필연이든 이제 PC방 사장”
친구의 도움으로 오픈한 리더 PC방은 최근 유행하는 전략적인 아이템들이 집대성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는 시그니처의 요소가 부족한 편이다. 다만, 인테리어는 수려하다. 화려한 튜닝 PC와 유니크한 콘셉트의 유행 아이템인 글자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고, 스테인레스 재질의 마감재를 적극 활용해 트렌디함을 끌어올렸다.

특히 먹거리 판매를 위한 넉넉한 주방과 카운터 디스플레이, 스타벅스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는 표식 등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트렌드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테리어의 큰 골격은 인수한 상태 그대로다. 원목 재질이 대들보처럼 천장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오랜 사용감이 느껴진다. 특히 매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금연차단벽은 성인석을 구분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최근의 PC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설이다.

이처럼 구형 인테리어와 최신 인테리어 요소가 공존하는 이유는 창업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조치다. 인테리어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은 이유는 부채 비율을 낮춰야 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처음으로 뛰어든 자영업이다 보니 창업 과정은 친구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운영 과정에서의 예상 매출은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며 “직장생활과 다른 점은 수입과 지출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것으로, 창업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 PC방이 위치한 상권을 둘러보니 전망이 나쁘지 않았다. 바로 옆에는 많은 세대가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고, 큰 대로변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와 골목의 지리적 위치는 인근 주택가의 메인 스트리트로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입소문을 통한 집객과 단골 유치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많은 권리금이 붙을 매장으로 보였다.

세련된 마감재로 과거를 덮었다
유니크한 포인트
벤큐 XL ZONE

“이제 겨우 시작, 성공한 자영업자로 거듭날 것”
우수한 상권과 베테랑 멘토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에게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인력 채용에서부터 매출 관리까지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헤매는 일이 다반사다. 더구나 당장 직장인으로서의 라이프 패턴을 버리고 자영업자의 삶으로 적응해 나가는 일도 쉽지 않다. 이미 육체적 피로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개인적인 취미 중 하나가 낚시인데, PC방을 시작해보니 취미생활을 즐기기가 매우 어려운 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당장 먹거리를 조리하고 자리를 치우고 청소하는 반복 과정이 직장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서 하루하루 적응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전망은 밝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2년 동안 문이 닫혀있던 매장을 인수한 것이지만, 매출이 꽤나 잘 나오던 곳이라고 들었다. 이전의 매출 수준으로만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끌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 박 대표는 “내가 할 수 있고, 전망도 밝다고 생각한 것이 PC방”이라며 “고객 관리에 집중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들을 하나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자영업자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는 PC방을 사양 산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PC방 오픈을 꿈꾸고, 제2의 인생을 걸고 있다. 리더 PC방의 박 대표가 이 같은 예비창업자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리더 PC방 전경 
리더 PC방 전경 
리더 PC방 전경 
리더 PC방 전경 
리더 PC방 전경 
리더 PC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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