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9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당수 PC방이 폐업에 내몰리면서 국내 PC방 개체수는 급감했다. 전성기 시절 2만여 곳이 훌쩍 넘었던 PC방은 이제 5,000선도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PC방 시장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나라처럼 PC방 문화가 자리 잡은 국가는 중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젊은 세대 비율이 월등히 높은 베트남 시장은 코로나 시국을 극복하고 PC방 산업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에도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했던 베트남 시장, 이곳에서 다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베트남 링크PC방을 직접 방문해봤다.

정희영 대표
정희영 대표

외국인 창업이 쉽지 않은 베트남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지난달 첫 매장을 오픈한 링크PC방 정희영 대표는 사실 수년 전부터 베트남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는 국내 하드웨어 업체 등에서 베트남 PC방 시장 진출이 활발했는데, 인구 구조가 안정적인 삼각형을 그릴 정도로 젊은 층의 비율이 높은 베트남 시장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었다.

그러나 베트남도 코로나 팬데믹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고,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PC방 산업 역시 수많은 매장이 폐업의 길을 걷는 위기를 맞게 됐다. 정 대표의 베트남 진출도 코로나 사태 탓에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고, 최근에서야 본궤도에 올라 매장 오픈까지 다다른 것이다.

정 대표는 이미 국내에서 여러 매장을 운영 중인 베테랑이다. 상권을 분석하고, 좋은 자리를 물색하는 일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매장을 계약하고, 사업자 등록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에서 정 대표는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혼인 등 혈연관계로 엮여 있거나, 믿을만한 현지인 동업자가 있어야 극복할 수 있다. 계약서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한편, 현지인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갖은 우여곡절 끝에 비로소 링크PC방 베트남 1호점이 하노이 구도심지에서 당당히 오픈 기념식을 개최할 수 있었다.

링크PC방 베트남 1호점 오픈식
링크PC방 베트남 1호점 오픈식
링크PC방 베트남 1호점 오픈식
링크PC방 베트남 1호점 오픈식
링크PC방 베트남 1호점 오픈식

PC방의 경쟁력은 PC 사양에서 출발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시작하는 베트남 링크PC방은 훤칠한 건물 외곽부터 시작해 한국식 시스템 책상 등 현대적인 감각을 내세운 인테리어로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두 개 층으로 이뤄진 매장 내부는 △경쟁 존(이스포츠 존) △에이수스 존 △벤큐 존 △프로 존 △커플 존 등으로 구획을 나눠 180여 좌석을 세분화했다.

특이한 점은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팀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인근 PC방에는 팀룸과 VIP석처럼 별도의 공간으로 구분된 자리를 마련해 놨는데, 링크PC방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완전히 배제했다. 이는 정 대표의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결과다.

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칸막이에 익숙한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에서는 칸막이 설치가 손님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현지 PC방의 팀룸은 일반 좌석보다 다소 높은 이용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부담되는 가격 탓에 이용률이 매우 저조한 단점이 있다. 때문에 링크PC방은 팀룸 등 별도로 나뉜 공간을 과감히 배제하고, 공간 낭비 없이 매장 전체를 개방된 좌석으로 구성했다.

특히 링크PC방의 PC 사양은 국내 PC방과 견줘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가장 높은 사양의 이스포츠 존은 우선 CPU가 인텔 i9-12900F,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4060Ti, 메모리는 32GB로 구성됐다. 그뿐만 아니라 모니터 주사율은 360Hz, 마우스는 국내 판매가 기준 10만 원이 훌쩍 넘는 벤큐 조위 제품을 채용했다. 키보드와 헤드셋 역시 고성능 제품으로 구성해 최고 사양의 좌석임을 충실히 어필했다.

단지 홍보를 목적으로 이스포츠 존 좌석만을 최고 사양으로 맞춰놓은 것이 아니다. 에이수스 존과 벤큐 존 역시 i7-12700F CPU, 그래픽카드는 RTX3070, RTX4060Ti로 맞췄고, 모니터 역시 260Hz 주사율로 고사양 라인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나름 일반석으로 여겨지는 프로 존마저 CPU i5-12400F, 그래픽카드는 RTX3060Ti를 갖추고 있어 결코 저사양 PC가 아니다.

이처럼 링크PC방이 하드웨어 사양을 높게 맞춰놓은 이유는 인근 PC방과의 경쟁 때문이다. 오토바이 문화가 발달한 베트남은 국내처럼 동네 장사라는 개념이 약하다. 손님 입장에서 1~2km는 아무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데, 그렇다 보니 좀 더 높은 사양의 PC가 있는 매장으로 이용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저가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PC 사양을 높게 갖출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링크PC방의 PC 이용료는 시간당 14,000동(약 770원)에서 최대 22,000동(약 1,200원) 수준으로, 알바 인건비가 시간당 15,000동 수준임을 고려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인근 대형 매장들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이용료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용료 경쟁보다는 PC 사양으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우선인 것이다.

인근 매장보다 앞선 PC 사양, 그리고 한국에서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현대적인 느낌으로 구성한 매장 인테리어로 베트남 젊은이들이 링크PC방 오픈 당일 좌석을 가득 우는 장관을 연출했다. PC 이용료는 국내에 비해 다소 낮지만, 높은 가동률과 더불어 게임사에 지불하는 유료 게임 이용료가 없어 매장 운영 수익은 국내 PC방보다 훨씬 나은 구조다. 정 대표는 링크PC방의 주간 PC 가동률이 40%는 넘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현대적인 감각의 내부 인테리어
현대적인 감각의 내부 인테리어
이스포츠 존
이스포츠 존

SNS와 대회 개최로 홍보에 총력
국내 PC방 산업은 개체수가 급속도로 줄었음에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이는 엔데믹에 접어든 이후에도 PC방 개체수가 회복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자 신규 PC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 대표가 베트남 PC방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1호점 오픈을 성공적으로 마친 링크PC방은 조만간 2호점 오픈에 돌입할 예정이다. 훨씬 넓은 공간을 확보한 2호점에서는 1호점에서 시도해보지 못 한 다양한 아이템을 적용해볼 계획이다.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계획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어 2호점 오픈은 빠르면 연내 가능할 수도 있다.

예비 고객들을 위한 매장 홍보에도 많은 노력이 엿보였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의 취향을 잘 이해하는 전담 인력을 편성해 링크PC방의 홍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PC방 점유율이 국내보다 높은 베트남에서는 소규모 이스포츠 대회 개최도 손님을 이끌만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수많은 이용자들이 지역 PC방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링크PC방 역시 이스포츠 경기장으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손님들의 입을 통해 인지도를 빠르게 쌓아가는 중이다.

칸막이 없이 구성된 시스템 좌석
칸막이 없이 구성된 시스템 좌석
LoL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
LoL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

저렴한 인건비, 젊은 나라 베트남
PC방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 대표지만 해결하지 못한 숙제도 있다. 바로 카운터PC 관리프로그램과 키오스크의 도입이다. 인건비가 저렴해 동 시간대 8명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어 키오스크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이다.

다만 베트남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용은 점차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적인 목표로 키오스크와 전문 관리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국내 업체들과 협의 중인 상황이다.

프랜차이즈화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 대표가 베트남 진출을 추진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본인만의 노하우를 살려 프랜차이즈화에 적극 도전해볼 만도 한데, 정 대표는 “이제 막 1호점을 오픈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매장 영업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다만 노하우를 집대성한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베트남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정 대표, 오전부터 손님들로 북적이는 베트남 PC방 시장은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하고 있어 도전할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35세 이하 인구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나라 베트남에서 링크PC방이 얼마나 큰 도약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먹거리 주문도 분주하다
먹거리 주문도 분주하다
오전 시간에도 만석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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