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7월호(통권 39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PC방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장 잘나간다고 소문난 빅픽처인터렉티브(이하 빅픽처)의 레벨업 브랜드 직영점이 지난달 그 모습을 드러냈다. ‘레벨업 인피니티’는 업계 최신 동향에 밝은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먼저 화제가 된 매장이기도 하다.

최근 레벨업은 ‘PC방 3.0’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아이템 접목을 전방위적으로 시도하는 가운데, 자사의 본격적인 플래그십 매장이라며 직영점 레벨업 인피니티를 내세웠다.

PC방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업주들은 물론 PC방 프랜차이즈를 불신하는 업주들도, PC방 관련 업계에서도 모두 주목하는 레벨업의 첫 직영점 ‘레벨업 인피니티’를 찾아갔다.

최신 트렌드에 젊고 세련된 아우라가 더해진…
지난 6월의 시작과 함께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문을 연 레벨업 인피니티는 지하 3층~지상17층 연면적 8만5,983㎡ 규모의 대형 오피스 건물 2층에 자리를 잡았다. PC방 상권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다소 애매한 입지다. 북쪽으로 가산디지털단지역과 남쪽으로 독산역까지 각각 1km 이상 떨어져 있다.

목요일 오후 8시에 방문한 레벨업 인피니티는 입구에서부터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최신 매장만이 가질 수 있는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실 84년생 아재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인상이었다. 번화가에 위치한 여성용품 전문점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느끼는 껄끄러움이었다.

그래도 취재를 핑계로 용기를 내 출입문을 열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순백 조명이 망막을 찔렀고, 근무자의 활기찬 인사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피크시간대 신규 매장들이 그러하듯 레벨업 인피니티 역시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손님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라 판단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PC방 게임대회나 이스포츠에 진심인 PC방만 도입한다는 계단식 경기석, 단체 손님들이 마음껏 웃고 떠들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팀룸, PC방의 유구한 전통인 격자식 좌석을 모두 갖추고 있다. 각 좌석에는 유명 브랜드 모니터와 게이밍 기어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 콘솔 게임패드를 대여방식이 아닌 상시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의자 종류도 구역마다 다르게 설정하고 있었고, PC 사양이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제법 높은 층고였지만 매장 전체에서 최신의 젊은 감성이 피어올라 천장에 닿고 있었다. 이용객들의 흡연 여부로 공간을 나눴던 과거의 PC방이 떠올라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이윽고 누군가가 다가와 명함을 건네면서 레벨업 인피니티를 소개하겠다고 나선다. PC방 관리자로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출입구에서 치워야 할 의무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최신 트렌드 매장에 압도된 보릿자루에게는 정신을 차리라는 알람이었다.

직영점 운영을 총괄한다는 레벨업 인피니티의 전채성 이사는 “처음 방문한 손님이 여기가 PC방이냐고 물을 때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강렬한 첫인상으로 손님들의 뇌리에 남겠다는 목표에 딱 들어맞는 반응이기 때문”이라며 “대체불가능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게임 코치 아카데미 등 빅픽처의 ‘PC방 3.0’ 콘텐츠는 주말이 아니어서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가맹점주에게 어필해야 하는 플래그십 직영점
현실로 돌아와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둘러보면 레벨업 인피니티는 멋모르고 날뛰는 천둥벌거숭이 같이 느껴진다. 하나에서 열까지 그동안의 PC방 업계 상식을 모두 거부하고 있어 도무지 말이 안 통할 것 같다.

‘계단식으로 배치한 경기석은 보기야 좋지만 이스포츠 대회가 없을 때는 효율적이지 못할 것 같은데’, ‘오픈발 떨어지면 으리으리한 주방이 다 무슨 소용일까’, ‘인스타 유명 카페도 단골 없이 뜨내기손님만 상대하다 폐업하지 않나’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당장 전채성 이사와 담소를 나눈 라운지룸만 해도 그렇다. 매장에는 총 2개의 라운지룸이 별실처럼 마련되어 있는데, 도무지 손님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 자체가 팀전 게임에 집중해 고등학생과 대학생 단체 손님만 겨냥했다는 판단이 섰다. 입구에서 느꼈던 껄끄러움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이런 회의적 시각으로 매장 곳곳을 순찰할 차례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손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심지어 40대로 보이는 아재 손님도 소수지만 분명히 있었다. 여성 손님들도 비중이 상당해 5:5에 가까울 정도였다. 대회석, 일반석, 팀룸 등 구역별 가동률마저도 크게 편중된 구석 없이 엇비슷했다.

그래도 오후 8시라는 PC방 피크타임이 함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이에 레벨업 인피니티 전채성 이사는 매장의 게임 데이터를 공개하며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발로란트’ 등에 기대는 매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100위권 내 게임들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채성 이사는 “이 매장은 PC방 프랜차이즈의 직영점이다. 이미 잔뼈가 굵은 사장님들은 물론 각처에서 정보를 수집한 예비 창업자 모두에게 호소력이 있어야 하는 매장이다”라며 “상식에서 벗어난 입지, 특별한 장비나 고가의 제품이 없는 것은 스스로 부여한 패널티다. 이래도 매출이 나와야 브랜드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고, PC방 업주들의 접근 동기가 마련된다”고 역설했다.

PC방의 가능성은 무한하기에 ‘인피니티’
레벨업 인피니티는 PC방 업계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선도하는 매장처럼 보이지만, PC방 업종의 오랜 역사와 내공을 뒤쫓는 매장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잘나간다는 매장들을 빼놓지 않고 답사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개선방안을 적용해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까닭이다.

손님을 가려 받는 듯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포용력이 있었다. 아재 게이머가 구석 자리에서 게임패드로 ‘디아블로4’를 즐길 수 있고, 휴가 나온 군인이 여자친구에게 데이트코스로 제시해도 타박받지 않고,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리그오브레전드’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고, 중학생 무리가 왁자지껄 떠들면서 ‘피파온라인4’을 플레이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고, 대회석 아래 죽은 공간마저 은밀한 흡연부스로 완성시켰다.

PC방의 변화는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PC방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게이머들의 발길을 이끌고, 최종적으로는 없던 고객을 창출하는 결과로 연결한다는 것이 레벨업 인피니티의 기조다. 또한 고급스럽고 활기찬 분위기는 근무자들의 업무 태도와도 직결되고, 손님들의 만족도도 올라간다.

걸러지는 유형의 손님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여과다. 바로 PC방 업주들이 예외 없이 치를 떠는 진상손님이다. 레벨업 인피니티 직원은 “우리 매장 손님들은 빈 접시를 카운터로 가져다줄 정도”라며 “영업 한 달짜리 매장이라 단정하긴 아직 조심스럽지만 진상짓 하는 인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매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상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채성 이사는 “PC방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대체불가한 업종이다. 지난 25년 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이 학습한 공간이기도 하다”라며 “PC방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처럼 보인다.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갖춘 PC방이라면 새로운 지평이 끝도 없이 열릴 것”이라고 다소 거창한 듯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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