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5월호(통권 39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PC방 도입이 크게 늘어난 시스템은 무인솔루션과 서빙로봇으로, 두 시스템은 구인난을 해결하고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한 아이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업종에서 이미 도입해 자리를 잡은 인건비 절감 아이템 중 PC방 도입이 매우 더딘 아이템이 있다. 바로 식당,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에서 크게 늘어난 ‘셀프’ 시스템이다.
이 같은 셀프서비스는 구인난을 피하면서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PC방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데, 지난 1월 오픈한 인천 부평의 ‘오빠 PC방’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이에 PC방도 셀프화가 가능할지 ‘오빠 PC방’을 찾아가 살펴봤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PC방 셀프화에 도전
인천에서도 가장 번화가 중 한 곳인 부평의 메인 상권에 위치한 ‘오빠 PC방’은 지난 1월에 오픈한 신규 PC방이다. 문을 열자마자 SNS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면서 인천 지역에서 최근에 오픈한 PC방 중에는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노출 빈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고객들의 이용 후기들을 살펴보면 오빠 PC방은 신규 PC방답게 깨끗하고 쾌적하며, 수제 케이크를 판매하는 것이 독특하고, 간단한 음료와 스낵 등은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탄산음료를 무한리필로 판매하고 있는 방식이 가장 특별한 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먹거리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다. 요즘 PC방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메뉴들을 대부분 판매하고 있고, 맛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게이밍 환경도 신규답게 준수하며, 창문에는 필름을 부착하지 않아 여느 PC방들과는 달리 시원하고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고객들의 이용 후기가 호평 일색인 배경에는 오빠 PC방의 탁월한 영업전략이 있다. 이는 PC방 운영 8년차인 조수상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가 집대성된 결과다. 실제로 조수상 대표의 첫 번째 PC방은 소위 말하는 대박 매장으로, 가동률이 90%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첫 번째 매장은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이 때문에 주로 젊은 고객층에게 반응이 좋은 아이템과 운영전략이 풍부하다. 이 같은 경험과 노하우를 오빠 PC방에 고스란히 이식했는데, 영업전략뿐만 아니라 PC방을 구성하는 인테리어 등에서도 노련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권 특성 고려한 전략적 아이템 총동원
오빠 PC방에는 조 대표의 상권 분석에 따른 전략적 아이템이 총동원되어 있다. 인천 부평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메인 스트리트 중심에 위치한 오빠 PC방은 주택가 PC방과 같이 단골손님보다는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는 소위 뜨내기손님의 비율이 높다.
뜨내기손님 중에서도 유난히 커플 고객들의 출입이 많은 편이다. 상권의 특성상 데이트를 즐기는 인구가 많고, 데이트 장소와 소비의 결정권이 주로 여성들에게 있다는 점에 집중해 인테리어(주로 화장실)에서부터 수제 케이크 등 먹거리 메뉴를 여성 중심으로 구현했다.
당초 수제 케이크는 매장 주방에서 1,000만 원에 달하는 오븐기 등 제빵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직접 생산했었다. 이 때문에 케이크의 맛과 품질, 마진율도 매우 우수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과일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는 등 재고관리가 어려웠고, 현재는 수제 케이크 전문 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마진이 줄었지만 그 이상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 과정은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췄다. 인테리어 콘셉트가 모던, 유니크, 빈티지가 결합된 형태인데, 빈티지 스타일은 아무런 시공을 하지 않은 리얼 빈티지다. 현재 오빠 PC방이 입점해 있는 곳은 과거 식당이 있던 자리로, 벽면에는 타일을 붙였다가 떼어 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꼭 필요한 부분에는 과감히 투자하고, 불필요한 곳에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선택이었다.
셀프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오빠 PC방의 카운터를 지나 내부로 진입하면 한쪽에 원두커피 자판기, 스낵류 자판기, 디스펜서 등이 자리하고 있고, 실내에는 서빙로봇도 갖췄다. 이는 PC방 주방 업무의 50% 이상이 커피를 만드는데 할애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판기로 대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조 대표의 판단으로 내린 결과다.
셀프화의 핵심은 인건비 절감
이에 따라 오빠 PC방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자판기를 통해 커피를 셀프로 이용하게 되고, 간단한 스낵류는 자판기를 통해 구매한다. 또한 디스펜서용 컵을 구매하면 탄산음료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디스펜서를 통한 무한리필 음료 제공이 인근 경쟁 PC방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조 대표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조 대표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 디스펜서 음료도 다회용 컵에 담아 서비스해야 하는데, 구입할 때마다 새 잔에 제공하는 것이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판단 하에 무한리필 개념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며 “마케팅 차원이라기보다는 일손을 덜어내려는 목적이 가장 크고, 전체적으로 보면 마진도 적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C방 업주로서 조 대표 역시 구인난과 인건비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때문에 자판기와 디스펜서를 이용해 커피 등 음료 조리에 필요한 업무량을 대폭 줄이면서 매장 청소와 다른 먹거리 조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식당에서 주로 주방이모로 불리는 인력을 채용해 반찬류, 소스류 등을 직접 만들어 음식의 맛과 퀄리티를 높였다. 만약 음료까지 다룬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오빠 PC방은 120석의 규모임에도 1인 근무가 가능하다. 물론 상권 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주말에는 1타임 2인 근무도 있다. 하지만 2인 근무 시간대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은 셀프화를 통해 업무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먹거리도 조리가 복잡한 메뉴들은 완전히 배제했다. 최근 유행하는 삼겹살 덮밥 등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조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PC방을 운영하기 전 고깃집도 운영해봤기 때문에 흔히 삽겹살 덮밥 등으로 불리는 고기 메뉴를 누구보다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프라이팬을 사용해야 하는 메뉴는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반드시 필요한 업무 외에는 노동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결국에는 돈을 버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셀프서비스에 예상보다 빨리 적응하는 고객들
오빠 PC방이 SNS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상권 때문이다. 상권의 특성상 자주 오겠다는 고객들도 재방문 간격이 길다. 인천 부평과 같은 유흥가는 약속이 있을 때만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재방문 의사를 내비친 고객들도 일주일 뒤에 다시 찾을지, 한 달 뒤에 다시 찾을지 알 수 없다. 특히 오빠 PC방은 빌딩 6층에 입점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에 SNS 마케팅을 통해 유흥가를 찾은 젊은이들을 유입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셀프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셀프화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PC방에서 셀프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장 곳곳에 충분히 설명을 해뒀고, 고객들이 예상보다 빨리 적응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다고 최근 많이 늘어난 무인솔루션을 도입할 생각은 없다. 셀프서비스로 직원들 업무강도를 낮춰 인건비를 줄인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이 상주해야만 가능한 서비스에 집중해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오빠 PC방은 지금까지 업계에서 흔히 접하지 못했던 셀프화를 시도한 PC방이다. 다만,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과 같이 셀프 문화를 완전히 정착시키지는 못하고, 자판기를 통해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하지만 시도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도전적이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인상될 것이고, 구인난과 인건비 부담은 계속될 것이다. 절반의 성공이라 하지만 오빠 PC방의 이런 시도가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는 힌트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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