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6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사(鬪士)’는 사전적 의미로 ‘전장이나 경기장에 싸우려고 나선 사람’, ‘투지에 불타는 사람’ 등이다.

최근에는 불의와 맞서 싸우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무언가 잘못된 일이나 현상에 맞춰 이를 바로잡고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데 주로 쓰인다.

다행히 PC방 업계에도 이 같은 투사가 존재했었고, 지금은 또 다른 인물이 열심히 훈련하며 투사로서의 기량을 닦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던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을 겪으면서 또 하나의 투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PC방 업계는 태동 이래 사회적으로 따뜻한 시선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태동기 때가 그나마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법리적 측면이나 시설 면에서는 지금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월등히 발전했지만, IMF 외환위기 극복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주식이나 바둑 등을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던 과거에 오히려 더 큰 대접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이다. 심지어 PC방과 무관한 사회적 이슈의 책임까지 죄다 PC방에 덧씌우는 일도 있다. 군대 내 부조리에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과거 PC방에서 FPS게임을 한 적이 있다거나, 학교와 부모의 숨 막히는 요구에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을 가리켜 게임이 인생을 망쳤다고 하는 등 그놈의 ‘탓’ 타령이 쉼 없이 계속돼왔다.

물론 과열 경쟁으로 서로를 헐뜯느라 바빴던 PC방 업계의 내분도 있었고, 이런 모습이 외부에 좋게 비쳐질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게임사들은 언제나 이를 관망했고, 때로는 이 틈을 비집고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하는 일도 허다했다. 여러 면에서 PC방 업주들이 당하고만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쯤에서 되돌아보자. 게임사의 불공정 행위에 생업을 뒤로 한 채 목소리를 높이며 소송전을 불사하던 사람이 있었는지? 또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맞서 “이건 잘못됐다”며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현실에 맞게 바꾸려 한 사람이 있었는지?

고용인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노동자인 소상공인이 법률적으로 고용인의 책임만 강요받을 뿐 노동자로서의 권익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울분을 토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그리고 코로나19로 삶이 통째로 무너져 가고 있는 요즘, 잘못된 선입견을 깨고 불합리한 규제를 타파하려고 노력한 사람이 있는지?

사실 우리는 이 질문들의 답을 알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결과나 현상만 봐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더욱 분명한 것은 문제 해결 의지와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몸소 실천한 이가 있다.

PC방 업주에서 단체장으로, 이어 소상공인 단체 대표를 거쳐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최승재 의원은 지금도 20여 년 전처럼 피켓을 들고 비바람을 맞으며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치고, 손실보상 소급적용 법률 제정을 관철하기 위해 차가운 돌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다.

왼쪽 가슴에 누구나 동경하는 노란 배지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사로서의 삶과 행보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다만 세월 앞에 장사 없듯 그 투사의 이마와 눈가에는 주름이 깊게 파였고, 기골이 장대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많이 왜소해진 것은 안타깝다.

대부분의 PC방 업계 구성원들은 그의 지난 행보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질 것이며, 가끔은 그의 빈자리에 심하리만치 허전함을 느낀다. 그나마 최근 그 빈자리를 조금은 채워줄 수 있는 새 얼굴들이 나타난 것은 천만다행이다.

PC방 업주들은 그들이 제대로 일어서서 업계에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해줄 투사로 성장해 선대 투사의 뒤를 잘 이어가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훌륭한 투사가 있었고, 또 그 뒤를 이을 투사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스스로 행동하는 또 하나의 투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엄중한 위기를, 복잡한 현안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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