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4년 1월 PC 가동률, 여러모로 특이했다. 지난 1월 전국 PC방 평균 가동률이 약 21%를 기록했다. 월간 가동률이 드디어 20%를 넘겼음을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겨울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도통 오를 기미가 없음에 실망해야 할 판이다. 가동률 21%는 결론을 내기 어려운 애매한 수치다.

청소년 야간 출입 기준이 2005년생으로 확정되면서 고3 학생들도 PC방 야간 출입이 가능해졌고, 중고등학교 방학도 1월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아 본격적인 겨울 성수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한낱 꿈처럼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가뜩이나 올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인건비와 전기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PC 가동률 상승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 1월은 여러 측면에서 PC방 업주의 촉각이 곤두서는 한 달이었다. 21%라는 성수기 가동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업주들 설왕설래, 1월 가동률 어땠길래?
지난 1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평균 가동률은 20.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21년은 15.88%, 2022년은 12.23%, 2023년은 21.08%를 기록했으니 엔데믹 선언 시점을 감안하면 PC 가동률은 분명히 상승세라 할 수 있다.

다만 역병이 창궐해 PC 가동률이 낮았던 것은 어쩔 수 없다 치고 이제 코로나도 종식됐는데, 이처럼 가동률 회복세가 더디니 조바심이 나긴 한다. 실제로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기 바로 직전인 2020년 1월 월평균 PC 가동률은 26.69%를 기록한 바 있다. PC방 업주들의 1월 가동률 기준점은 여기다.

2020년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PC방 개체수 및 매장당 PC 대수, PC방을 둘러싼 환경, 온라인게임 시장의 분위기 등 차이점이 너무 많아 단순 비교가 어려워지지만, 1월 평균 가동률은 30%에 육박했다. 지금이야 30%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코로나 이전인 26% 수준으로 회복되길 바라는 것뿐이다.

가을 비수기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1월 가동률(18.56%)와 비교하면 격차는 2.45%p다. 겨울 성수기와 가을 비수기의 차이라고 하기에 2.24%p는 너무 미미하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올해 1월 가동률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것은 당연하다.

특히 경력이 4년 이하인 업주라면 코로나 시기 이전 1월 가동률이 어느 정도인지 동료 업주들에게 전해 들었을 뿐 직접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경력이 짧은 PC방 업주라면 20%대를 훌쩍 넘어선 가동률이 코로나가 완전히 끝났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만족할 수 있다.

반면 5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PC방 업주일수록 지난달 가동률에 큰 충격과 실망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과거 27%대도 경험해본 베테랑 PC방 업주에게는 가동률 21%라는 숫자가 영 낯설기만 하다.

2005년생 고3 특수 있었지만, 약했다
PC방 업주들이 지난 1월 가동률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는 고3이 야간 가동률 상승에 탄력을 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밤 10시에 PC방에서 쫓겨났을 손님들이 야간 가동률을 더해줄 것은 확실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새해가 되면 PC방에서 한바탕 난리가 나곤 했다.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술·담배 구입이 가능했지만, PC방 야간 출입은 불가능했다. 개정 전 게임법에서는 졸업식을 치르지 않은 고3을 청소년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생일이나 졸업 여부와 상관없이 2005년생이라면 24시간 언제든 PC방에 출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PC방 업계에서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은 고3 학생들의 ‘밤샘 피방’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1월은 예년보다 야간에 손님이 많았다. PC방 업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고3 학생들의 ‘밤샘 피방’은 분명히 있었지만, PC방 업주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등폭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달 월간 가동률을 시간대별로 나눠 살펴보면 22시 33.24%, 23시 30.87%, 0시 27.11%, 1시 23.16%, 2시 19.16%다. 지난 2023년 1월 월간 가동률은 22시 34.3%, 23시 31.78%, 0시 27.77%, 1시 23.69%, 2시 19.59%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야간 가동률이 오히려 떨어진 것인데, 고3 학생들의 야간 출입이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결국 PC방은 올해 초 고3 학생들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 성인 이용자들의 감소폭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두고두고 아쉬운 ‘TL’과 ‘디아4’
지난달 PC방 인기 순위 상위권 게임들은 대부분이 PC방 이벤트를 진행했다. 게임사들의 PC방 프로모션이 없어서 가동률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PC방 쌍두마차라고 할 ‘리그오브레전드(LoL)’와 ‘FC 온라인’은 특히 열심이었다.

‘LoL’은 ‘룰 더 리프트’ 캠페인을 실시, 빠른 대전 및 랭크 게임에서 PC방 미션을 선보였다. ‘소환사의 협곡 2승’ 또는 ‘2인 이상 사전 구성 팀으로 1승’을 달성하면 PC방 포인트 쿠폰, 명품 상자, 수수께끼 온전한 스킨, 수수께끼 스킨 파편 등을 제공했다.

‘FC 온라인’은 ‘PC방 버닝 위크’ 이벤트를 진행했다. PC방 접속 시간에 따라 수수료 할인 쿠폰, 버닝 패키지 등 보상을 제공했다. 정해진 누적 접속 시간을 달성한 이후에도 계정당 최대 10회에 한해 1시간당 200 FC 추가 접속 보너스까지 지급했다.

PC방 FPS 4강 ‘발로란트’, ‘서든어택’,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2’도 각자 이벤트를 진행하며 PC방 이용자에게 풍성한 혜택을 제공했다. 이 4종 게임은 적어도 이벤트 기간동안 PC방 사용량을 다소 늘리며 1월 PC 가동률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새해맞이 이벤트 행렬에 참가한 게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분명 ‘THRONE AND LIBERTY(이하 TL)’과 ‘디아블로4’도 있었다. 다만 앞선 게임들과 비교해 PC방 사용량이 적어 존재감이 부족했다.

PC 가동률을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작으로 거론됐던 두 게임 모두 평일 사용량이 2만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또한 두 게임은 PC 가동률 상승의 열쇠를 쥐고 있는 30~40대 게이머를 타겟팅한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뼈아프다.

PC방에 기생하는 지피방, 아직도 살아있다
1월 PC 가동률이 기대 이하의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업주들 사이에서는 원인 규명이 한창이다. 업주들은 “출생률 감소로 인해 PC방에 올 10대 손님이 크게 줄었다”,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매력이 없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내놓고 있다.

낮은 PC 가동률에 PC방 업주들은 날카로운 자아비판도 불사하고 있지만, 다수의 지피방 홈페이지에서 느껴지는 열기를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PC방 인기 게임은 지피방에서도 인기 품목이고, PC방 프리미엄 혜택도 인기다.

학생들의 겨울방학 시작과 함께 지피방 업체들은 저마다 자체 이벤트를 실시하며 회원 모집에 혈안이다. 광고 문구도 가관이다. 겨울방학에는 PC방에 가지 말고 집에서 프리미엄 혜택을 만끽하라는 내용은 어처구니가 없다.

PC방 업계는 코로나로부터 생존을 걱정하느라 그동안 지피방을 박멸할 여력이 없었다. 올해부터라도 게임사와 협력해 지피방 견제에 나서지 않으면 다음번 성수기도 별다른 기대를 걸 수 없다.

더욱이 코로나를 버티지 못한 PC방들의 폐업이 이어지면서 지피방이 확보할 수 있는 IP도 급증했다. 덕분에 이들 지피방이 활개를 치면서 PC방에 찾아올 손님은 줄어들고 이 영향으로 PC방의 폐업률이 또 올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문제는 게임사들이다. 게임사들은 PC방 IP에 시간당 과금하면 수익으로 되돌아오는 지피방을 적극적으로 제재할 이유를 모른다. 아니 모른 체 한다. 때문에 PC방 단체가 게임사에 협조를 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압박해야 한다.

분명히 겨울방학 시작됐는데…
2022년부터는 전국 대다수의 중고등학교가 1월 1~2주차에 겨울방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생들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학사일정을 조정한 것이 엔데믹 이후에도 대세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12월 말 PC 가동률의 소폭 하락은 불가피하다.

겨울 성수기에 맞춰서 생각해보면 12월 PC 가동률 부족분을 2월 가동률로 충당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1월 가동률에는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다. 2월에도 1월과 비슷한 수준의 가동률이라면 겨울 성수기라는 단어가 정말 무색해진다.

다만 봄방학이 사라지고 2월 말까지 겨울방학이 이어지기 때문에 2월 가동률 상승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2월 가동률도 1월의 연장선에 불과해 겨울 성수기에 걸맞은 수준의 상승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겨울방학의 시작과 끝이 다소 뒤로 늦춰진 변화는 상권에 따라 유불리를 나누게 된다. 일반적인 학생 상권은 학기 중에 이용객이 더 많고, 주택가 상권은 방학 기간에 이용객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트릭스에서 집계한 지난 1월 가동률을 두고 각 매장별 체감은 크게 갈릴 수 있다. 학생 상권 PC방이라면 월간 가동률 21%는 꽤 높은 가동률이라고 여길 수 있다. 반대로 주택가 상권이라면 겨울 성수기 21%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이다.

한편, 12월 말 겨울방학을 시작해 2월 초순에 개학 및 졸업식 이후 다시 봄방학으로 돌입해 3월 초 개학하는 전통적 학사일정을 채택하는 학교도 여전히 있다. 결국 지역별·상권별로 겨울 성수기는 그 기간과 가동률 등폭 부분에서 체감이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