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답지 않은 PC방 PC 가동률과 달리 지피방은 성업 중
게이머들의 니즈에 게임사들의 소극적인 제재가 더해진 결과

2024년 새해와 함께 PC방 업계에는 다양한 규제 완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 골칫덩이가 하나 남아 있다. 규제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 PC방 업계에 기생하며 PC 가동률을 좀먹고 있는 지피방 이야기다.

PC방 업주들은 올들어 지피방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지난주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PC방 업계는 명목상 겨울 성수기에 돌입했지만 PC 가동률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게임트릭스 기준 전국 PC방 일평균 PC 가동률은 16.64%였다. 일주일 중 화요일이 가장 PC 가동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을 비수기가 한창이던 지난 11월의 평일 가동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많은 PC방 업주들은 성수기를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겨울 성수기 들어 지피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머무르는 게이머들이 PC방에 가지 않고도 손쉽게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지피방을 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지피방을 검색해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관이 펼쳐진다. 수십 개의 지피방 사이트들은 겨울 성수기를 노려 자체적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FC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검은사막’, ‘로스트아크’, ‘TL’ 등 PC방 주요 게임들에 대한 프리미엄 혜택을 자세히 안내하기도 한다.

이에 해당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제재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지피방 업체들의 적극적인 영업에 비하면 게임사들의 단속 의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로 게임사들의 비정상 매장 제재 관련 공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1곳 제재,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4월 1곳 제재를 알렸다. 엔씨소프트는 제재 내용을 공지한지 오래다. 그나마 이들 게임사는 다른 게임사들과 다르게 제재 시늉이라도 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PC방은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엔데믹 이후 PC 가동률 회복에 여념이 없다. PC방 업계 관계자들은 PC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지피방까지 상대할 여유조차 없다고 하소연한다.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한 대목이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외부로 빼돌리며 사업을 영위하는 지피방이 여전히 성업 중인 배경에는 PC방의 높은 폐업률이 있다. 일부 PC방 업주들은 코로나 이후 매출 하락분을 메우기 위해 지피방 업체에 여분의 IP를 판매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폐업 PC방이 늘어나면서 지피방 업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IP가 늘어난 것이다.

지피방 입장에서는 폐업 PC방이 늘어나면 장사 밑천을 확보하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PC방 업주들은 폐업 신고를 제때 진행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매장을 정리하는 김에 IP도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때 PC방을 떠난 게이머들이 지피방 서비스로 PC방 혜택을 받는 것에 익숙해진 것도 지피방 사업 환경이 좋아진 이유다.

현업 PC방 업주는 지피방 업체에 IP를 넘길 경우 게임사의 점검에 의해 적발되면 가맹이 해지되는 것을 염려한다. 하지만 폐업을 결정한 PC방 업주는 게임사 가맹 해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편, 지피방을 완전히 퇴출하기 위해서는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PC방 협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게임사가 자신들의 수익을 줄이는 지피방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PC방 업계가 적극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피방은 PC방 업계, 나아가 게임산업을 좀먹을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 한푼 내지 않는 탈세도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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