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기어 관련 기업들이 PC방의 문을 두드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사의 게이밍기어 브랜드로 직영 PC방을 오픈하는 것은 물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 브랜딩 작업과 게이밍 기어 판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하지만 PC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크게 성공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PC방 업주들이 주도해 브랜드 마케팅을 지원하는 형태의 협업모델이 그나마 효과가 컸다. 서울 신촌의 메인상권에 자리한 앤유 PC방은 스틸시리즈, 에이수스와 콜라보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협업이 PC방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 직접 찾아가 봤다.

게이밍기어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초기지
지난 8월 1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는 글로벌 게이밍기어 브랜드 스틸시리즈의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다. 이날 자리에서 이혜경 스틸시리즈코리아 지사장은 게이밍기어 시장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한국의 게임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틸시리즈 역시 한국을 전략 국가로 지정했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스틸시리즈의 국내 홍보 마케팅 채널은 다양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스포츠 프로게임단을 지원하고 있는데, ‘리그오브레전드’의 신화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되어 있는 SK T1, 농심 레드포스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페이즈 클랜, 레드불 OG,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등 이스포츠 팀들과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는 이마트 일렉트로마트와 홍대 에이랩에 제품 체험존을 구축했고, 올해는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비롯해 프리미엄 청음샵 셰에라자드와 롯데하이마트 입점을 마쳤다. 여기어 더해 스틸시리즈가 주목하고 있는 마케팅 채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PC방이다. 다른 마케팅 채널에서는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스틸시리즈의 이름을 알리는 것에 집중한다면, PC방은 수많은 예비 고객들이 스틸시리즈 제품으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체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에 스틸시리즈는 앤유 PC방에 다양한 제품들을 실전 배치했다.

50만 원대의 고급 헤드셋부터 시작해 최근 출시한 신제품 마우스, 키보드 등이 앤유 PC방의 클라이언트 좌석을 고루 장식하고 있고, 한쪽에는 체험존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다양한 제품들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매장 내부에는 앞으로 스틸시리즈 로고와 신제품을 홍보하는 광고물들이 배치될 예정이다. 하나의 PC방을 자사의 브랜드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스틸시리즈의 계획을 장황히 설명하는 이유는 이미 많은 업체들과 협업 중인 앤유 PC방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앤유 PC방은 스틸시리즈를 비롯해 에이수스 등과도 협업 중인데, 이들 업체 역시 홍보 채널로서의 PC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콜라보레이션
앤유 PC방은 최근 리모델링을 단행하고 새 단장을 마쳤다. 인테리어는 물론 내부 시설과 게이밍 환경까지 최신 트렌드를 총동원했다. 특히 기업들과의 협업에 많은 시도들이 있었는데, 전국 최초로 통신사 할인이 적용된 곳도 바로 앤유 PC방이다. 얼마 전까지는 KT와의 제휴를 통해 이스포츠팀 KT 롤스터 브랜드를 채택한 롤스터 PC 카페로 운영했었다. 통신사 할인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천편일률적인 PC방에서 벗어나 PC방 인프라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과 연계해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창업이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이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스틸시리즈, 에이수스의 최신 제품들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는데, PC방 입장에서는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게이밍기어를 싸게 구매할 수 있고, 고급 게이밍기어는 곧 PC방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협업의 이유가 된다.

당연히 해당 업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 앤유 PC방의 스틸시리즈 체험존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고가의 게이밍기어를 체험해보고자 멀리서 찾아오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아직 부스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에이수스 역시 커브드 모니터 부스를 마련해 체험존을 운영할 계획으로, 이미 클라이언트 좌석에도 배치를 끝낸 상태다.

다만, 넓은 공간과 수준 높은 인테리어가 뒷받침돼야
앤유 PC방은 다양한 게이밍기어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험존을 조성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이용객들이 만족할 만한 높은 수준의 인테리어가 뒷받침되어야 일종의 투자로 접근하는 기업들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앤유 PC방은 이 같은 기업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에 위치해 로컬이 아닌 광범위한 마케팅이 가능하고 접근성도 좋다. 또한 복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초대형 매장 중 한 곳으로, 카운터 인근에 넓은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체험존을 운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한촌설렁탕 등 유명 먹거리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수준 높은 먹거리까지 제공하고 있어 선도적인 PC방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한다.

인테리어도 수준급이다. PC방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자연석 느낌의 벽면 디자인과 스틸 소재를 활용한 모던 인테리어를 구현해 고급스럽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고사양 게이밍 시스템을 자랑하듯 서버용 PC케이스에 수냉쿨러를 장착한 튜닝PC 좌석은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작용하고 있고, 카운터의 바로 앞에는 지포스 RTX3080으로 무장한 최고 수준의 게이밍 PC 시스템을 갖췄다. 결국 이처럼 많은 기업과의 콜라보가 가능했던 것은 업계 최신 트렌드를 모두 섭렵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앤유 PC방은 크리에이티브 기업인 MG미디어에서 최근에 인수해 새 단장을 마친 곳이다. 이 때문에 복층 구조의 아래층 한켠에 유튜브 방송을 위한 시설과 사무실 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 이곳은 MG미디어에 소속된 모델, 연예인,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을 하고 업무를 보는데 활용하고 있다. 앤유 PC방을 찾는 고객들은 최신 게이밍기어 체험에 더해 유명 연예인, 모델, 크리에이터들을 접할 수 있다. 이 또한 앤유 PC방 만의 남다른 경쟁력이다.

기업 행사 유치로 부가수익까지…
앤유 PC방은 각종 행사를 유치해 부가수익도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신촌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많은 기업과의 콜라보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게임사의 오프라인 이벤트나 관련 기업들의 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오프라인 행사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행사를 유치해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앤유 PC방은 많은 기업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게이밍기어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체험존을 집객에 활용하고, 게이밍기어 판매를 통해 수익을 쉐어하는 등의 성과를 이루며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모든 PC방이 이를 따라 할 수도, 따라 할 필요도 없지만 하루에도 적게는 2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의 게이머가 PC방을 찾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어필하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협업 사례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