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1월호(통권 39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온갖 이유로 PC 이용료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이 선택한 자구책은 휴게음식점 등록이었다. 합법적으로 음식점업을 겸하면 일거리는 더 늘어나겠지만 적어도 PC 이용료만으로 버티다가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PC방은 음식점에 가깝게 변해갔는데, 불가피하게 늘어난 것은 일거리 외에도 더 있었다. 식약처의 식품위생 단속은 나랏님이 하시는 일이고, 어찌 됐든 식품위생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할 수 있으니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외부음식 반입으로 인한 손님들과의 실랑이는 적응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다.

PC방 업주들은 요금도 지불하지 않고 좌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키보드에 샷건이나 치는 등 손님들의 매너가 돼먹지 못한 구석이 있음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음식을 가지고서도 이런 몽니를 부릴 줄 누가 알았을까?

종류를 가리지 않는 외부음식 반입, 선 넘었다 
휴게음식점이 필수가 아니었던 시절에도 외부음식 반입을 철저하게 금지하는 PC방 업주들이 많았다. PC방 매출이 반드시 PC 이용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컵라면과 캔음료에서도 발생하므로, 외부음식은 매출에 마이너스라는 시각에서다. 다만 먹거리 판매로 인한 매출 비중이 크지 않던 시절이라 외부음식 반입은 업계의 중요 이슈로 부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PC방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수준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PC 이용료와 거의 5:5라는 것이 업계의 정론이다. 최신 매장일수록, 젊은 업주일수록, 대형 PC방일수록 먹거리의 비중을 더 높게 치는 분위기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PC방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PC방 인테리어의 미관을 손해 보더라도 매장 곳곳에, 모니터 바탕화면에 ‘외부음식 반입금지’를 공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사 들고 방문하는 이용자는 줄어들 낌새가 없다.

각종 주전부리와 음료를 포장해 오는 손님도 거슬리지만 음식을 배달시키는 손님보다는 양반이다. 음식을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매장 출입문 근처에서 배달원이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면 ‘아! 배달이구나!’하는 탄식이 마음속에서 절로 새어 나온다.

휴게음식점을 겸하는 PC방 업종의 변화는 시점을 최대한 늦게 잡아도 2015년부터다. 곧 있으면 강산이 한번 변할 기간인데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간단한 원칙을 손님들이 언제쯤 학습할지 기다리는 것도 지칠 노릇이다.

눈앞에서 진상을 만나면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 냉정히 생각해보면 PC방 이용자들의 이런 행동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PC방 이용자들은 PC방이 음식점으로 바뀌기 전부터 체득하고 학습한 이용법이 있다. PC방 업주들이 ‘오늘부터 외부음식에 대한 정책이 바뀌었습니다’라고 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운 일이다.

PC방에 금연법이 적용된 이후 흡연자들이 일으켰던 말썽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이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PC방에서 흡연하는 에티켓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던 거다. 그러니까 외부음식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PC방 업주와 손님의 실랑이 역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PC방 업주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려 해도, 옆집 음식점 쓰레기를 치우면서 처리비용을 감내한다 해도, 청소 부담을 짊어지려고 다짐해도 뻔뻔하게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이용자를 눈앞에서 보면 이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휴게음식점인 PC방의 실정을 한 번만 생각해보면 ‘외부음식 반입금지’를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을 터인데, 외부음식을 제재한다고 본인 기분이 상하는 것만 줄창 떠들어대지 PC방 업주의 입장을 고려해 수긍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가뜩이나 PC방에는 기상천외한 진상 이용자들이 많은데, 외부음식 진상은 공중파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질 정도로 득실거린다. PC방에 외부음식을 반입한 손님을 직원이 제재하자 음식물을 책상에 뒤엎어 놓고 나가버리는 CCTV 영상은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현행법은 외부음식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까?
이런 이용자들은 손에는 음식을 들고, 입으로는 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디서 뭘 먹어야 하는지 정해놓은 법은 들어본 적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진짜로 PC방 업주는 내 매장에서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할 권한이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올시다’다.

헌법 15조는 경영·영업의 자유를 포함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민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개인은 사회상규의 범위 내에서 자기가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 자유롭다. 법은 이를 일종의 계약으로 취급하고 있다. PC방 이용자는 외부음식을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으며, 그래서 PC방 업주도 이런 이용자에게는 PC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서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안내문을 통해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방침을 고지했다면 이용자가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해석한다. 외부음식을 반입하지 않겠다는 의무사항을 지키겠다며 PC방에 온 것인데 갑자기 외부음식을 먹겠다고 한다면 일종의 계약 위반이다. 법을 안 지키고 있는 사람은 PC방 업주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이용자를 PC방의 업무를 방해한 죄로 경찰에 넘기기도 어렵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위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PC방에서 외부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위력 요소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몸싸움이 발생하거나 드잡이질을 하는 등 생떼를 쓴다면 이때부터는 명백하게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카페 업계 1위 스타벅스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PC방 업계가 외부음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외부음식에 더욱 민감할 것 같은 카페 업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스타벅스 매장을 이용해본 PC방 업주라면 외부음식을 가져와서 먹는 손님들을 종종 발견하고 혀를 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스타벅스에도 에티켓 없는 손님들이 있구만~’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외부음식에 대한 공식 규정은 제법 관대한 편이다. 외부음식을 매장에서 먹는 손님들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매장에서 커피와 음식을 주문한 경우에만 외부음식을 허용한다.

또한, 허용되는 외부음식의 부피 제한도 명시되어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 반입할 수 있는 음식 용기는 가로 30cm, 세로 15cm 이내이며 봉투로 포장 가능한 크기로 제한하고 있다. 음식을 한 보따리를 싸 들고 입장할 수는 없도록 막은 것이다.

한편, 이런 스타벅스도 외부음식 규정이 점차 냉정한 태도로 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외부음식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음식을 허용하지만 매장에서 구매한 음료가 아닌 경우에는 반입을 불허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손님에 대해서는 매장 관리자가 매장에서 나가라고 요청할 수 있다.

아울러 냄새가 나지 않고 주변이 지저분해지지 않는 외부음식만 반입을 허용한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등은 가능하지만 데워야 하는 음식은 반입할 수 없다. 크기가 커서 테이블을 많이 차지하는 음식과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도 불허 대상이다.

PC 가동률이 높으면 문전박대할텐데
스타벅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카페 브랜드는 외부 음식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업계 넘버원의 여유가 느껴지는 스타벅스의 외부음식 반입 규정은 카페 업계에서도 약간 특별한 경우다. 스타벅스가 PC방이라면 PC 이용료를 시간당 5,000원씩 받는 매장일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이 정도 요금제라면 외부음식을 허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쨌든 PC방은 스타벅스가 아니다. PC방은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외부음식 반입에 적대적이다. 일부는 쓰레기 처리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회원 계정에 충전된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외부음식에 대응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외부음식 반입을 발견한 즉시 충전된 금액을 환불 처리하고 강제퇴거 조치 및 회원계정 삭제 등 강경 대응도 불사한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대처한다고 해도 외부음식 반입에 대한 PC방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이용객들이 PC방 방문 자체를 꺼리게 되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떨어진 PC 가동률이 더 낮아지고, 이용자가 없으면 음식 판매도 저조해지기 마련이다. 무인솔루션을 도입한 매장은 애초에 대응할 방법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PC방 알바 경력과 업주 경력을 합치면 25년에 달한다는 A업주는 “PC 이용료가 시간당 1,500원이었던 2,000년에 PC방 알바를 시작했는데, 이때는 손님들이 짜장면을 주문하면 중국집에서 그릇당 5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외부음식 반입이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닌 이유는 PC 이용료가 지나치게 낮은 탓도 있다”라며 “PC 이용료가 정상적이라면 PC방 업주들도 외부음식 반입에 한결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복합적인 문제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PC방 이용자들의 소양과 교양, 에티켓과 매너가 함께 갖춰지지 않는다면 외부음식 반입으로 인한 갈등 해소는 요원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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