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을 둘러싼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기를 끄는 대작 게임이 없어서,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서, 코로나 기간 많은 사람들이 고사양 PC를 마련해서, 엔데믹 이후에도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아서, 가파르게 치솟는 최저임금으로 인건비가 감당이 안 돼서, 24시간 업종의 특성상 냉방비 등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서 등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PC방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면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 PC방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의 계도기간이 끝나면 이로 인해 설거지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고, PC방 알바의 일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심각한 구인난은 한층 더 매서워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가속화된다면 가뜩이나 인력을 줄이고 자동화에 관심을 가지는 업계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무인솔루션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종료가 코앞으로…
내달 24일부터는 일회용품 사용 관련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정상적으로 시행된다. 지난 1년 동안 적용된 계도기간으로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유예됐지만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으로 인해 PC방이 사용할 수 없는 품목은 일회용 컵·접시·그릇·용기(종이, 합성수지, 금속박 등), 일회용 숟가락·젓가락·포크·나이프(종이, 합성수지 등), 일회용 이쑤시개(단 전분으로 제조한 제품은 가능), 일회용 식탁보(비닐이 아닌 생분해성 수지로 제조한 제품은 가능)다. 또한, 합성수지 빨대 및 음료를 젓는 막대도 제한 품목에 추가됐다.

맛집으로 꼽히는 PC방은 음식을 포장해 매장 외부로 가져가기만 하는 손님을 상대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손님들에게 일회용 봉투나 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금지된다. 자칫하면 적지 않은 과태료를 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회용 합성수지 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당부된다.

이미 상당수의 PC방은 일회용품 규제에 대비한 상황으로, 다회용품 체제로 전환한 매장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PC방에서 사용 중인 다회용품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안착했다고 평가하기도 이르다. 일회용품 규제는 불가피한 일이라 부랴부랴 다회용기를 도입했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음식점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막상 사용해보니 PC방 환경에는 맞지 않는 제품도 있다.

특히, 합성수지 대용으로 사용 중인 종이 빨대는 손님들에게 불만의 대상이다. 종이 빨대는 금세 눅눅해지는 특징으로 인해 오래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혀가 민감한 손님들은 빨대가 음료의 맛에 악영향을 준다고 싫어하고, 코가 예민한 손님들은 주유소 근처에서 진동하곤 하는 휘발유 냄새가 난다며 질색한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 컵만으로 음료 상품을 판매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PC방 알바들은 손사래를 친다. 안 그래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면서 음료를 엎지르는 경우가 부지기순데, 뚜껑과 빨대가 없으면 청소 업무가 더욱 끔찍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라스틱 뚜껑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소상공인 배려한 환경 정책이 나왔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됐던 전국 의무 시행 계획이 철회되면, 일회용품 규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통해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는 내용이다.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해당 컵을 돌려주면 이를 환불해주는 제도다.

법대로라면 지난해 6월 전국에서 보증금제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경기침체와 업무 부담을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정부는 시행을 6개월 미룬 바 있다.

감사원이 지난 8월 자원재활용법 취지에 맞게 보증금제의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시행 의무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소상공인들의 사정과 지역 특성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소상공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환경부는 발을 빼면서 카페 매장의 반환 컵 관리 부담, 보증금제 적용 매장과 비적용 매장 간의 형평성 문제 등을 꼽았는데, 의무화 철회 이유로 ‘소상공인 부담’을 거론하자 빈축을 샀다. 소상공인들은 부담이 걱정된다면 애초에 이런 정책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커피전문점 업주들이 대로한 가운데, PC방 업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오리무중에 빠졌으니 PC방에 해당되는 일회용품 규제도 얼마든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평수를 줄여가면서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오픈하거나 비싼 로봇을 들인 커피전문점들의 노력은 헛수고가 됐다. 정부의 엄포에 겁을 먹고 선제적으로 다회용기 체제로 전환하고, 거래처를 바꾸는 등의 노력이 허사가 될 수 있어서다.

PC방 알바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
설거지는 PC방 업주들의 다양한 고민거리 중에서도 참으로 얄궂은 부분이다. 먹거리 매출이 PC 매출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인 현실을 생각하면 설거지 업무량 증가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식품 조리와 설거지가 PC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PC방 알바들의 발길도 떠나간다.

앞으로 먹거리 매출이 크게 오를 것 같지는 않으나 설거지 양은 많아질 것이 확실하다. 내달 말부터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터라 다회용기 설거짓거리가 주방에 쌓여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설거짓거리가 쌓이면 누군가는 이를 처리해야 한다. 우수한 알바생은 고사하고 출근할 알바생을 고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구인난을 감안하면 결국 업주가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매장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업주일수록 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PC방에서의 설거지는 일반 음식점에서의 설거지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본래 PC방 관리자가 해야 하는 좌석 청소 및 매장 관리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성가시고 번거로운 숙제처럼 해야 할 일이다 보니 설거지는 습관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손님들의 음식 주문이 산발적일 수도, 집중될 수도 있어 설거지 타이밍은 간헐적이고, 양은 가변적이다.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카드 결제도 해야 하는데, 고무장갑을 착용하면 물이 흐르고, 청소 좀 하려고 손에 물기를 닦으면, 어김없이 설거지통이 꽉 차 있기 일쑤다. 손이 물에 젖었다 말랐다, 고무장갑을 꼈다 뺐다 반복하다 보면 습진에 걸리기도 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매장은 알바생 한 명이 모든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PC 대수가 적으면 시간당 매출이 작을 수밖에 없다. 매출이 적으니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고,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인력을 추가하기도 어렵다. PC방이 알바생에게 어필할 매력 포인트가 계속 줄어들는 형국이다.

이런 실정은 PC방 알바 구인구직 시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PC방은 정신없는 업무 환경이 널리 알려져 대표적인 기피 업종으로 꼽힌다. 알바생들의 커뮤니티에서도 PC방에 대한 평가는 설거지를 필두로 해서 처참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주휴수당이나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을 교묘하게 피해 간다는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오늘날의 구인난에 이르렀다.

그럼 무인이 답인데, 정답은 또 아닐 수도?
앞으로도 최저임금은 오르기만 할 것이 분명하고, 알바 지원자도 줄어드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PC방 업주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야간시간대에 부분적으로 도입되는 무인솔루션이 유일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미 무인솔루션을 도입한 PC방 업주들은 인건비 지출을 다소 줄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먹거리 매출도 기대할 수 없어 매출 감소 폭이 큰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또한, 무인솔루션을 도입하면 내 매장 손님들을 경쟁 매장에 보내주는 자선사업 효과가 있다는 점도 PC방 업주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요인이다.

무인솔루션의 장점은 PC방 업주의 숙명인 ‘5분대기조’ 신세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는 점이 주로 꼽히는데, 이것도 신경이 무던한 업주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도난사건과 보험처리를 고려해 관제 서비스를 더한 무인솔루션을 도입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매일 출근하다가 결국 무인솔루션을 도입해놓고도 활용하지 않는 업주들도 많다.

지난 여름에 무인솔루션을 도입했다는 PC방 업주 A씨는 “CCTV 100개 설치한들 사람 1명만 못 하고, 내 생계 수단을 어떻게 남에게 맡길 수 있냐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일할 사람이 너무 안 구해져 방법이 없었다. 무인 업체들의 서비스 내용도 다 거기서 거기다. 대출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폐업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일회용품 규제와 다회용기 설거지, 인건비 부담 및 구인난 그리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도입하는 무인솔루션까지…. 1년 동안 주어졌던 일회용품 계도기간이 끝나가는 가운데, 올가을 하늘은 쾌청하지만 PC방 업주의 머리는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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