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2월호(통권 39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두가 승자’였으면 좋겠지만, 모든 분야에는 순서와 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출전한 모든 공식 대회에서 3위 이상을 수상하는 ‘올포디움’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스포츠 분야 전체를 통틀어도 한 손에 꼽히는 기록이다. 그런고로 2023년 한해를 빛낸 프로세서 3개의 순위를 매겨 포디움에 올려봤다.

프로세서의 순위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를 기준으로 인기상품 순위, 판매점 수, 상품의견 순 등 3개 부문을 종합해 순위를 책정했다. 어느 한 항목만을 기준 삼거나 특정 세대 제품만 대상으로 두기엔 모델의 숫자가 많아 변수를 통제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세대나 출시일을 막론하고 CPU–인텔, CPU–AMD, 그래픽카드–엔비디아 등 3개 부문에서 위 3개 항목을 1~3위에 3~1점을 배분해 총점으로 순위를 매겼다.

[인텔]

1위 - i5-12400F
역할에 따른 코어의 종류를 2가지로 구분한 하이브리드 코어 구성의 첫 보급형 모델인 i5-12400F가 총점 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순위를 집계하기 전에는 12400F가 9점 만점에 7점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점수는 압도적이지 않아도 1위에 오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12400F는 6+4코어 16쓰레드로 전작보다 E코어 4개가 추가되고 L3 캐시도 확장돼 동작 클럭은 같지만 멀티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당장 지난 10월에 오픈한 PC방에서도 CPU는 신작인 13400F보다 12400F를 도입했다. 성능의 절대값은 당연히 13400F가 더 높지만, 성능 대비 가격에서 12400F가 13400F를 말 그대로 ‘압도’하기 때문이다. 12400F의 소비자 최저가는 164,000원대, 13400F는 252,000원대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40%인데, 성능 차이는 그 절반도 안 된다.

2위 - i5-13400F
사용자들의 의견에서 3위라도 차지했다면 13400F는 12400F와 함께 공동 1위였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비교사이트의 의견 숫자가 10세대 10400보다 적은 13400F가 1점 차이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설계전력, 코어 구성 등은 전작과 같고, 최대 클럭과 L3 캐시가 약간 향상된 13400F는 아직 환율의 영향으로 시장 가격이 권장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전작의 가성비를 넘지 못했다.

CPU 교체나 PC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둔 PC방 업주가 ‘나는 성능지상주의’란 마음가짐을 가졌다 하더라도 13400F보다는 12400F를 추천하고 싶다. 종합 성능은 13400F가 다소 앞서지만, 소비자 최저가 약 9만 원의 차이는 다른 하드웨어나 게이밍 기어를 한두 단계 높은 등급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크다. 2024년에 출시될 14400F의 성능과 가격에 따라 순위는 바뀌겠지만, 13400F가 1위에 올라서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듯하다.

3위 - i5-9400F & i9-14900K
뜻밖에 PC방의 스테디셀러인 9세대 9400F, 그리고 최신 모델이자 가장 높은 성능의 14900K가 공동 3위에 올랐다. 다만 두 제품의 점수는 2점에 불과해 2위와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점을 얻은 i5-10400, i9-13900K, i7-14700K 등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6코어 6쓰레드 구성의 마지막 세대인 9400F는 출시 당시 다른 라인업 대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성능도 보편적이며 안정성도 만족스러운 제품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구세대 제품이라 불리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PC방에서 9400F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시대에 뒤처져서가 아니라 9400F가 ‘명품’ 칭호를 얻을 만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명성 역시 과거형인 것처럼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됐다.

[AMD]

1위 - 라이젠5 5600X
얼마 되지 않은 PC방의 AMD CPU 점유율 속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R5 5600X가 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실 AMD CPU 인기순위는 5600X가 당연히 1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다른 지표보다 사용자들의 의견에서 2위 5800X가 2,700여 건인 데 반해 5600X는 8,000건이 넘는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5600X에 대해 토론했다는 뜻으로, 제조사 점유율을 떠나 단독 제품만으로 보면 이 제품이 전체 CPU 중 1위다.

5600X는 6코어 12쓰레드 구성으로 최대 4.6GHz의 동작 클럭을 제공하고, L3 캐시는 인텔의 보급형 모델보다 많은 32MB를 탑재했다. 그만큼 게이밍 환경에서 프레임레이트의 하한선을 좀 더 끌어올릴 수 있는데, 여기에 가격마저 점점 ‘착해지면서’ 출시 3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량이 상당하다. 기본 쿨러가 포함된 멀티팩의 최저가가 169,000원대로, 고사양 게이밍 PC를 맞추기에도 적합한 CPU다.

2위 - 라이젠5 5600G
사실 내장그래픽이 탑재된 5600G 세잔이 4점으로 2위를 차지한 점은 의외였다. 인기 2위, 판매점 2위 등으로 4점을 얻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장그래픽이 탑재된 CPU를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PC방에서는 카운터 PC가 아니라면 어떤 좌석이라도 그래픽카드가 필수이기 때문에 고사양 내장그래픽 기본 탑재 CPU가 아니라면 굳이 내장그래픽이 탑재된 CPU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순위는 PC방을 포함한 소비자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집계된 수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600G의 인기를 인정해야 한다. 최대 클럭 4.4GHz, L3 캐시 16MB 등의 성능은 먼저 출시된 5600X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이 순위와 관계없이 PC방에서 선택할 만한 제품은 아니다.

3위 - 라이젠5 7500F
사실은 내심 라이젠5 7600이 순위에 들기를 바랐다. 먼저 출시된 7600X가 높은 발열로 인해 평균 이상의 예산을 들여 CPU 쿨러를 구성해야 하는 단점을 안고 있었고, 이후에 출시된 7600은 발열과 성능 모두를 잡았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가장 늦게 출시된 7500F가 내장그래픽을 배제하고, 동작 클럭이 0.1GHz 느린 점을 제외하면 다른 모든 스펙이 7600과 같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11월 말 현재 7500F의 소비자 최저가는 210,000원대, 7600은 257,000원대로 4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도 7500F 역시 5.0GHz의 최대 클럭을 제공하기 때문에 두 제품의 성능 차이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메모리 지원 클럭도 같고 설계전력도 같은데 가격이 4만 원 저렴하니 누구라도 7500F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7600의 가격이 좀 더 저렴하게 책정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엔비디아]

1위 - RTX3060
그래픽카드는 GPU와 AIB 완제품의 제조사가 달라 제조사를 막론하고 그래픽카드의 모델명만으로 집계했다. 거의 모든 항목에서 순위권을 차지한 유통사는 이엠텍이었다. 2021년 2월 처음 출시된 RTX3060은 현재까지 PC방에서 필요로 하는 표준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으로, PC방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으로 계속해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범위를 시리즈 전체로 넓혀보면 RTX40 시리즈가 10개 중 8개로, 현재의 대세는 RTX40 라인업이다. 하지만 많아도 2개 이상은 구입할 일이 없는 일반 게이머와 달리 PC방의 경우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개 단위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작은 가격 차이라 해도 총비용의 격차가 매우 크다. 사실 전성비까지 더해 RTX4060을 PC방 표준으로 제시하고 싶지만, FHD 해상도가 절대적인 현재로선 RTX3060으로 충분하다.

2위 - RTX4060Ti
현재 표준 모델의 다음 세대인 RTX4060은 의외로 점수가 낮게 나왔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 1위는 RTX4060인데, 판매점이나 상품의견 수로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그만큼 절대적인 성능에 있어서 개인 소비자들의 선택은 상위 모델인 RTX4060Ti에 몰려 있다. RTX4060Ti는 판매점과 의견 수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11월 말 현재 시점에서 가장 살 만한 제품은 RTX4070Ti란 의견을 냈다. 성능 대비 현재의 판매가격으로 본 가성비가 가장 높은 것이 RTX4070Ti라는 것이다. RTX4060Ti의 소비자 최저가는 540,000원대, RTX4070Ti는 106만 원대로 가격 격차가 2배인데, 그만큼 RTX4060Ti의 종합 성능이 가격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기 TOP30 중 RTX4060Ti는 4개로 6개의 RTX4060보다 적었다.

3위 - RTX4060 & RTX4070Ti
RTX40 시리즈 보급형의 시작인 RTX4060, 그리고 고급형의 시작인 RTX4070Ti가 각각 3점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RTX4060은 인기 1위, RTX4070Ti는 3개 항목 모두 3위였다. 두 제품 모두 전작인 RTX3060, RTX3070Ti와의 성능 차이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소비전력을 감안하면 전성비가 높아졌기 때문에 GTX 시리즈는 물론 RTX20 시리즈로부터도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는 모델들이다.

최근 RTX4070을 70대 이상 도입해 엔비디아 RTX 인증 PC방 타이틀을 얻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다만 ‘리그오브레전드’의 점유율이 40%를 넘나드는 상황에 모든 좌석에 RTX4060 이상을 제공하는 것은 과유불급으로, 소수나 일부 프리미엄 좌석에 RTX4060을 제공하고, 이스포츠 존이나 VIP 존 등 한 손에 꼽는 최고급 PC에 RTX4070Ti를 장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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