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인 PC방 알바를 속여 소화기를 판매하는 사기가 또 발생했다. PC방 업종이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보고되어 온 바로 그 수법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7월 5일 매장을 찾아온 남자 2명에게 꼼짝없이 속았다. ‘소방재난본부’라고 쓰인 어깨띠와 명찰에, 제복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소방점검을 나왔다고 말하는 이 두 남자는 사기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의심을 하지 못했다. 다짜고짜 다중이용업소 소방안전교육을 들먹이기 시작하더니, ‘교육을 이수하지 않음’ 란에 확인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구형 소화기 교체 시행명령이 내려졌다며 매장관리자와 통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두 남자는 소화기를 팔아치운 다음에야 PC방을 떠났고, A씨는 업주가 출근한 다음에야 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기꾼이 매장을 찾아온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으로, PC방 업주들이 출근하기 전 이른 시간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사장님이 매장에 안 계실 때 사용하는 비상금을 사용하기 했지만 속았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소방공무원이었고, 소화기 교체나 소방안전교육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달 초 경기지역 노후 공장·상가·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소화기 긴급 실태점검을 실시해 25대의 가압식 소화기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폭발 위험이 있으니 축압식 소화기로 교체할 것을 당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방기관에서 PC방에 소화기를 판매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교체 대상으로 지목한 가압식 소화기는 지난 1999년 국내 생산이 중단된 기종으로, PC방에 비치된 소화기는 거의 다 축압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다중이용업 소방안전교육은 신규교육(업을 시작하기 전, 업주나 종업원이 다중이용업에 종사하기 전에 이수해야 하는 교육), 보수교육(업주 및 종업원이 2년을 주기로 받는 재교육), 수시교육(법령을 위반한 업주 및 종업원이 적발일부터 3개월 이내 이수해야 하는 교육)으로 나뉘며, 소방안전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이수할 수 있다.

화재안전조사관이 PC방을 방문하는 단속이나 점검과는 관련이 없다. 아울러 최근에 진행 중인 소방 관련 위법행위 단속은 화재수신기나 소방펌프 등 주요 소방시설 잠금, 비상구 폐쇄 혹은 피난계단 장애물 적치, 방화문 등 방화시설 훼손 등이 주요 대상이다. 소화기 교체와 하등의 관련이 없다.

PC방 업주는 이러한 사실을 매장 근무자들에게 고지하고 소방기관 관계자 사칭이나 소화기 강매 사기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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