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7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무기로 PC방이 처음 등장할 당시 선경(현재 SK)이 공격적으로 PC방 시장에 진출하려 했던 사실은 1세대 PC방 업주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이다. 만약 대기업이 산업 초창기부터 PC방에 진출했다면 지금의 멀티플레스 영화관과 유사한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한동안 외면받아 왔던 PC방 업계에 대기업들의 진출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화, 고급화의 바람이 대기업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C방과의 접점이 크지 않았던 대기업들
그동안 PC방 업계에서 대기업이라고 하면 온라인게임사나 PC하드웨어 제조사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PC하드웨어 제조사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했고, 온라인게임사는 핵심 콘텐츠인 게임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게임 공급 외에는 접점이 없었다.

특히 게임사와의 관계는 종속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직접 소통이 어려웠다. 마치 대기업으로부터 일을 하청받아 운영되는 협력사처럼 게임사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PC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PC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최근에는 PC방 업주들과 직접 소통을 늘려가고 있지만, 모니터 등 특정 부품에 그치고 있다. 이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외국계 제조사 제품들의 유통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PC하드웨어 제조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PC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기업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테리어, PC유통, 먹거리 유통을 비롯해 노하드솔루션 등 IT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의 업체들이다. 때문에 그동안 PC방에서는 스케일이 큰 사업들이 추진된 사례가 적다. 하지만 대형화와 고급화로 PC방 트렌드가 변하고, 골목상권에서 메인상권으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특정 상권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등 지위가 상승하면서 PC방에 대한 대기업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부터 PC방 특화 서비스 전개
KT는 최근 통신사 할인을 PC방에 접목했다. 지난해 10월 자사의 이스포츠 브랜드인 ‘KT롤스터’의 IP를 PC방 프랜차이즈 ‘메가쓰리팝’과 공유한 ‘롤스터 PC카페’를 오픈하면서 그동안 PC방 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통신사 혜택을 적용했다. 통신사 혜택이란 가입자들이 요금을 내면서 쌓은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멀티플렉스 영화관, 패밀리 레스토랑,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PC방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통신사 혜택 적용은 PC방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PC방 산업에 대한 보편적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손님층 저변 확대에 긍정적이다. 통신사 혜택이 평소 PC방을 이용하지 않던 계층을 PC방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PC방으로 통신사 혜택이 확대된다면 PC방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케일이 큰 이슈다.

또한 하나카드는 지난해 11월 25일 앱마켓인 원스토어와 함께 게이머 전용 신용카드인 ‘원스토어 1카드’를 출시했다. 원스토어 1카드가 PC방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로 PC방 5% 할인 혜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매월 PC방 요금결제 청구액의 5%를 1만 원 한도 내에서 할인 적용받을 수 있다. PC방을 자주 이용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로,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카드 혜택이다.

무인솔루션과 먹거리 유통에도 대기업 바람
여기에 더해 PC방 먹거리 시장이 확대되자 밀키트 전문 기업이 PC방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주인공은 국내 밀키트 분야 1등 기업인 프레시지다. 프레시지는 지난해부터 공공연하게 헬스장이나 PC방 등 B2B 분야의 밀키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미 ‘비욘드 리테일’이라는 브랜드도 론칭한 상황이다.

특히 사업 고도화를 위해 최근에는 특수 간편식 기업 닥터치킨, 캐주얼 간편식 기업 허닭, 물류 기업 라인물류시스템과 전략적 M&A를 진행했다. 프레시지는 이미 700억 원을 투자해 8,0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상태로, 이는 결국 제품 기획,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비욘드 리테일’ 브랜드를 통해 PC방 먹거리 시장에 공격적으로 밀키트를 공급할 날이 머지않았다.

먹거리와 함께 대기업군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무인솔루션이다. 에스원이나 KT텔레캅 등 걸출한 보안솔루션업체들이 대부분 PC방 무인솔루션 분야에 진출한 상태다. 코로나19에 따른 인건비 부담,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불규칙한 고용환경, 지속적으로 상승한 최저임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무인솔루션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특히 PC방의 대형화가 이 같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군으로 시장 재편될까?
PC방 업주들에게 있어 대기업들의 PC방 시장 진출은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신용카드의 출시, 통신사 할인 혜택 확대, 밀키트 공급 가격의 하향 조정과 메뉴의 다양화, 신뢰할 수 있는 출입통제 시스템 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특히 박리다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공급가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동안 PC방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먹거리 메뉴를 시장가보다 낮게 공급받는 형태다.

하지만 직접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만약 중소기업들과 대기업들의 시장 쟁탈전이 심화되면서 대기업군이 시장을 장악한다면 지금의 온라인게임사, PC하드웨어 제조사들과의 관계와 다르지 않은 일방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특정 분야에서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얻는다면 공급가가 오히려 인상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결국 PC방 시장에 진출하는 대기업의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PC방 업주들의 손에 달렸다. 공급가 인하,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장점을 확보하면서도 불공정 관행이 자리잡지 않도록 단체를 통해 협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PC방 업주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