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7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이 반복되면서 많은 PC방 업주들이 지쳐가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쯤 끝날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와중에도 한편에서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갤러리 PC방도 이 중 하나로, 아직은 흔하게 볼 수 없는 서빙로봇을 도입해 극심한 구인난 속에 직원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SNS 상에서 소문이 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장을 찾아 서빙로봇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SNS에서 유명세 타고 있는 갤러리 PC방
보통 ‘인스타그램 감성’이라는 표현은 사진 촬영하기 좋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 사용한다. 주로 아름다운 장면이나 특별한 경험을 했을 때 이를 사진에 담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심리를 말하는데, 갤러리 PC방은 서빙로봇 도입 후 많은 사람들의 SNS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빙 직원을 하나 들였을 뿐인데 마케팅까지 해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서빙로봇은 대형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이미 상용화됐지만, 아직은 일반적인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널리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다. 이 때문에 서빙로봇 자체가 PC방 손님들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며, 이 같은 특별하고 독특한 경험을 자랑하려는 심리와 맞물려 손님들이 스스로 마케팅에 나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갤러리 PC방에서 도입한 서빙로봇은 대기업 KT의 제품이다. KT는 최근 2~3년 사이 5G 통신망을 이용한 로봇을 상용화했다. 이미 일부 PC방에서도 중소기업 제품의 서빙로봇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로봇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진 제품은 KT의 AI로봇이다. 갤러리 PC방 역시 일부 식당과 호텔에서 KT의 서빙로봇을 경험하고 오래전부터 PC방 도입을 고민했다.

그러나 1년 전까지만 해도 KT에서는 PC방에 서빙로봇 도입이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객실 도어와 엘리베이터 등에 통신망이 구축되어 있는 호텔, 비교적 동선이 짧고 간결하며 공간적인 여유가 많은 식당에나 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PC방과 같이 서빙 포인트가 백여 곳에 이르는 업종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KT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갤러리 PC방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도입 가능한 시점을 기다렸고, 지난 10월경 전국 최초로 KT 서빙로봇을 도입한 PC방이 됐다.

마케팅 효과는 확실, 로봇의 한계도 발견
PC방에서 KT 서빙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로봇을 구매하거나 매월 사용료를 내면서 이용할 수 있는데, 월 사용료 지불 방식도 약정과 비약정으로 구분되며 약 20만 원의 차이가 있다. 갤러리 PC방에서 선택한 방법은 비약정 계약으로, 월 80만 원대 사용료를 내고 있다.

도입 과정도 복잡하지는 않다. KT에서 로봇 담당직원이 방문해 공간 맵핑을 로봇에 인식하고 간단한 사용법을 안내받게 된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0번까지 좌석이 있다면, 공간 전체가 로봇에 인식되고, 서빙 포인트인 PC 좌석이 번호순대로 입력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로봇에 좌석 번호만 입력하고 배달을 명령하면 로봇이 알아서 배달 장소로 이동해 손님에게 다가가는 형태다. 로봇에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손님이 음식을 가져간 후에는 특별히 조작하지 않아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서빙로봇이 PC방에 적합하냐는 것이다. 갤러리 PC방의 경우 주요 고객층이 어린 학생들인데, 초등학생의 경우 가끔 로봇에 올라타거나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일부 중고생들은 로봇의 센서 감지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호기심 어린 장난을 일삼는다. 이를테면 로봇이 움직이는 도중 갑작스럽게 손을 뻗어 진로를 방해하는 식이다. 아직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호기심이 발동해 돌발 행동을 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

로봇의 분명한 한계도 발견된다.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헤드셋을 착용하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으면 서빙로봇이 근처에 가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다. 갤러리 PC방의 경우 로봇이 서빙을 시작하면 관리프로그램의 메시지 전송 기능을 통해 해당 손님에게 미리 알려주는 방법을 이용하는데, 추후 관리프로그램과의 연동 등 PC방에 필요한 기능들이 추가로 탑재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PC방 통로를 지나고 있는 KT 서빙로봇
손님이 직접 몸을 돌려 음식을 받아야 한다
손님이 직접 몸을 돌려 음식을 받아야 한다

미완성이지만 희소성이 가져오는 특별함
전형적인 학생 상권에 입점한 갤러리 PC방은 서빙로봇 외에도 최근 트렌드에 맞춰 화려한 튜닝 PC로 프리미엄 좌석을 구성했으며, 2개의 프린트 전용 좌석을 구축해 PC 이용요금을 받지 않고 프린트 요금만 받는 영업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초기 버전의 RTX3070 그래픽카드 장착 PC를 채굴에 투입해 상대적으로 높은 채산성을 유지하며 운영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갤러리 PC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서빙로봇은 PC방 업종의 특성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제품 자체의 완성도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손님과 부딪친다거나 공간 인지 능력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지금껏 없었고, 손님이 음식을 받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등 우려했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가장 큰 장점은 희소성이 가져오는 특별함이다. 서빙로봇을 처음 본 손님이 스스로 SNS 등을 통해 매장 홍보를 해주고 있다는 점은 이전의 PC방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특히 서빙로봇을 통해 음식을 배달받고 SNS에 올리기 위해 반복적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아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결국 위드코로나의 PC방 경쟁력은 서빙로봇이 큰 힌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으로 희소성이 높고,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하며, PC방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굳이 서빙로봇 만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 PC방이 서빙로봇을 통해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여기에 있다.
 

청주시 메인 상권에 위치한 갤러리 PC방
창업 3년째지만 인테리어가 준수하다
창업 3년째지만 인테리어가 준수하다
화려한 튜닝 PC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튜닝 PC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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