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나들이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요즘 좀 어떠냐?”는 질문에 PC방 업주들이 단골로 하는 하소연이다.

가족의 안전 때문에 나가기도 두렵고 매출이 엉망이라 나갈 돈도 없다는 설명이 뒤따라 붙는다. 설상가상으로 직원 고용도 어려워 직접 일하는 시간과 업무량 늘어 아예 매장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는 푸념도 늘고 있다.

경제적 압박, 저조한 매출, 오랜 매장 생활 등이 24시간 업종인 PC방의 현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이는 이내 업주들을 과로와 코로나블루로 내몰고 있다. 생계를 위해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기약 없이 장기화되면서 점점 삶이 고달파지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PC방 업주 A씨는 과거 먹거리와 수리‧교체 부품을 보관하던 창고에 접이식 간이침대를 놓고 일주일에 엿새를 매장에서 먹고 자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먹거리 재고와 PC 부품으로 가득했던 곳인데 이제는 텅 비어 간이 침실이 됐다”는 말로 어려워진 영업 환경을 설명하고는 “이렇게라도 몸으로 버티지 않으면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매출이 좀 나은 PC방 업주들도 A업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영업중단 사태 당시 수많은 절도 사건이 발생했던 바, 야간에 문을 닫을 수 없어 결국 야간 지킴이를 자청할 수밖에 없는 업주들이 많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PC방 업주가 PC방에 얽매여 살아가는 현실 자체는 대동소이한 셈이다.

물론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업종들도 있다. PC방이 상대적으로 영업에 제한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여전히 적자 구조와 24시간 업종의 특수성에 기인한 정신적‧체력적 피로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통업계와 AS센터에서 흔히 회자되는 ‘앞으로 벌고 뒤로 까먹는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이 점점 길어져 조만간 산소 호흡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곪은 상처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24시간 업종의 특성으로 인해 탈출구가 사실상 사라져 버린 PC방 업주들은 생존과 정신적 피로감 사이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자영업 소상공인 규제 일색의 현행 방역지침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PC방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피로도와 우울감이 더욱 무거워져 심각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