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장에서 쪽잠 자는 PC방 사장님들의 기막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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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매장에서 쪽잠 자는 PC방 사장님들의 기막힌 사연
  • 승인 2021.02.02 10:00
  • 최승훈 기자
  • editor@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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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6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늘도 우리 사장님은 매장 바닥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최근 한 PC방 알바생의 SNS에 올라온 사연이다. 자신을 서울 신림동의 한 PC방에서 오전 알바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아침에 출근해 매장 문을 열었는데 사장님이 침낭 속에서 자고 있었다며 누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 모습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해당 사연에는 “벌써 열흘 가까이 저러고 주무신다. 요즘 저녁 9시에 문을 닫아 매출이 크게 떨어졌는데, 이 와중에 경기도와 서울 곳곳에서 한밤에 PC방이 통째로 털렸다는 소식을 들으시더니 도저히 불안해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으시다고…”라는 안타까운 심정이 담겼다.

밤사이 매장 바닥에서 잠들고 눈을 뜬 업주가 또 늘어난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수도권 여기저기서 야간에 문 닫은 PC방에 침입해 PC 본체를 뜯고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고가의 부품들만 빼가는 절도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업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던 터였다.

다행히도 1월 23일 경기도 부천 원미경찰서는 관할지역 모 PC방에 들어가 PC 부품을 훔친 범인을 검거, 그동안 경기도 일대(하남, 김포, 양주, 파주 등)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들이 동일범의 소행인지 여죄를 추궁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절도도 절도지만 PC방 업주들이 불편한 매장에서 잠을 청하는 이유는 또 있다.

먹거리 배달을 시작한 일부 PC방 업주들도 처지가 비슷하다. 영업시간이 줄어들다보니 최소 임대료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치열한 먹거리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문제는 야간 즉 야식 주문을 놓칠 수 없어 결국 매장에서 ‘일하다가 졸다가’를 반복한다.

9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꼬꾸라진 매출을 조금이나마 극복해보려고 먹거리 배달을 시작했는데, 새벽 장사를 주력으로 할 만큼 단골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하자니 동네 장사에서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어렵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 새벽에 쪽잠을 자며 몇 건의 야식 배달을 드문드문 받아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놀랍게도 PC방 업주들이 매장에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때는 지난해 8월, 약 반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아니라 발표 직전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갑작스레 수도권 PC방에 영업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PC방 업계 초유의 영업중단 사태로 PC방 업주들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고, 그 기간은 6주 동안이나 이어졌다. 정신이 번쩍 든 업주들은 동분서주하며 PC방 시설이 방역에 유리한 구조라는 것을 근거 자료로 만들어 지자체와 방역당국 책임자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한 끝에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게 이리도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당시에도 많은 PC방 업주들이 PC방에서 밤을 지새웠다. PC방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여타 업종에는 일반화된 방범시스템이 없다. 심지어 출입문 열쇠조차 없는 PC방이 부지기수였다. 동네 열쇠가게들이 PC방 때문에 호황을 누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역시나 그 때도 문 닫은 PC방의 PC 부품을 노리는 절도범들이 활개를 쳤다. PC방 커뮤니티에는 이틀이 멀다하고 도둑맞았다는 게시들이 올라왔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어오면서 먹거리 배달을 시작한 PC방들이 한참 늘어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PC방 영업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매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업주들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처럼 춥지는 않았다는 정도다.

방역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과도한 방역 정책들이 이처럼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두 달이 아니라 1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정책을 제시하고 이끌어왔던 당국자들이 결자해지의 마음가짐으로 자영업자 관련 방역 정책의 오판과 실패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언제까지 방역 책임을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며 매장 바닥에서 자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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