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5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지 벌써 반년이 지나 1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동안 PC방 업계는 괴멸적 매출 감소, 까다로운 방역수칙과 단속, 근거 없는 고위험시설 지정, 갑작스런 영업중단 명령, 독소조항에 가까운 영업 재개 조건 등을 경험했다.

또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도 실제 피해 규모의 조족지혈에 불과한 금액이 배정되는가 하면, 영업 재개 이후에도 매출과 가동률 회복세는 더디기 그지없어 여전히 폐업 낭떠러지에 서있는 실정이다.

영업은 이미 재개됐고 지금부터 가동률이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무탈한 상황으로 되돌릴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정신건강이다. PC방 업계는 코로나 시국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분노와 극심한 피로감에 쌓여있다.

실제로 정식적 고통을 심각하게 호소하는 PC방 업주들이 적지 않다.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지만 매출 감소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누구하나 심리방역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트라우마에 가까운 역병 재난
코로나19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한민국은 사회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누군가의 기침소리에 신경이 곤두서지고,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마음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이 참여하는 통합심리지원단을 통해 접수된 코로나 우울증 관련 상담건수는 총 48만 9,000건에 달했다. 지난 한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우울증 상담건수가 35만 3,388건 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이전보다 불안해졌음을 엿볼 수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 연구단’의 조사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9개 항목에 대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55%가 ‘일이나 생활에서 자유가 제한됐다’고 응답했다. ‘걷기 등 신체활동 감소’, ‘실제로 우울감을 느낌’, ‘중요한 일정(결혼, 취업) 변경·취소’ 등의 응답이 뒤따랐다.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 거의 모두가 일상의 자유로움이 제약을 받고 박탈되는 경험을 했다”며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5가지 방법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코로나19로 기분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하며, 그 이상으로 이어질 시 병적 우울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면서 코로나 우울증을 이기는 방법 5가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규칙적인 생활하기’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규칙한 생활로 생체 시계의 흐름이 망가진다면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올바른 지식 갖기’다. 코로나 우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소문에 현혹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한 진위가 확실치 않은 정보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랜선으로 만나요!’다.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물리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전화나 화상통화로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변화되어가는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틈틈이 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섯 번째는 ‘주변인이나 전문가의 도움받기’다.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한 상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코로나 우울증 4가지 유형 분류
대구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장해숙 교수는 심리방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증상의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이 중요하다며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200여 건의 상담을 통해 얻은 코로나 우울증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고 치료법을 제시했다.

1) 주변지역 불안형 ‘나비 포옹법’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는 유형이다. 남의 일이라 간과했던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니 자신도 위협 받고 있다며 위기감을 느끼는 경우에 해당한다.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는 나비포옹법이 효과적이다. 두 팔을 X자로 만들어 가슴에 얹은 뒤 왼손과 오른손으로 번갈아 양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방법이다. 심호흡을 하면서 시행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좌뇌와 우뇌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뇌가 진정된다.

장 교수는 “20~30대들이 불안감을 호소할 때는 나비 포옹법 영상을 보도록 권하고 있다”며 “매우 간단하지만 유엔난민기구에서도 셀프 응급치료법으로 나비포옹법을 제안할 만큼 효과가 있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2) 기저질환형 ‘긍정적 착각요법’
평소 기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어 꾸준히 건강 관리를 잘 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의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유형이다. 일단 감염이 되면 기저질환으로 회복이 더디다는 말에 불안감이 증폭된다. 기저질환자들에게는 긍정적 착각요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기에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면서, 긍정적인 착각을 하도록 유도하면 불안감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3) 기분 변화형 ‘선택적 정보수집’
주변에서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신의 규제력을 상실한 채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유형에 해당된다. 이들은 “뉴스 봤어? 이러다 나도 감염되는 것이 아닐까?”라며 하루 종일 뉴스를 보면서 초조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감정은 바이러스만큼이나 감염되기 쉽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 교수는 “너무 우울하거나 불안감이 생길 때는 SNS나 뉴스 대신 명상을 하는게 낫다”며 “꼭 뉴스와 SNS를 봐야 한다면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한 번만 보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 자영업자 생계형… 소통 및 정보 공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형이다. 매출은 반토막이 났는데, 임대료는 줄지 않고, 휴폐업까지 고려하며 밤잠을 설치는 경우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에는 일상에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장 교수는 “몰입 방법으로 동종 업계 사람들과 안부 묻기와 같은 소통이 필요하다”며 “직접 못 만나도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다 보면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고,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기분이 환기되며, 나만 힘든게 아니라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정부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가급적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 서비스 활용
4가지 유형에 포함되지 않거나 여전히 몸과 마음이 힘들다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우울·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을 위해 전문 상담요원이 24시간 응대하는 코로나19심리지원단을 지속 운영하고 카카오톡 챗봇 등을 활용한 전국민 자가진단도 추진할 예정이다. 카카오톡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친구 등록하면 무료 자가진단이 가능하며, 보다 심도 있는 자가검진은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자가진단’ 앱을 활용하면 된다.

코로나19심리지원단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우울·스트레스 등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상담, 문자전송 등을 통한 정보제공, 정신건강 평가, 고위험군 선별 및 치료 연계 등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경제적 취약계층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광역지자체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 전화하면 심리적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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