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8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가 직면한 또 하나의 현안이 불공정한 통신사 이용약관 개정이다. 20년 전에 만들어져 요즘의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통신사의 이용약관은 여전히 2시간 이상 접속 장애가 지속되어야만 손해배상 규정이 발동하고, 손해배상 규모도 PC방의 실질적인 피해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상 처음으로 PC방 업계가 주도해 통신사의 이용약관을 들여다본 간담회 현장을 찾아갔다.

전근대적 통신사 이용약관 성토 자리
지난 2월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이 주관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했지만, 방청객 대부분이 PC방 업주들이었고, 사실상 PC카페조합(이사장 김기홍)이 주도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작은 행사가 아니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고민정 의원은 물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 참석했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었다. 특히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재난대응TF 안영훈 팀장, 방송통신위원회 권희수 이용자보호과장이 참석해 PC방 업주들의 의견을 경청했고 LG유플러스, KT, SK브로드밴드 등 3대 통신사에서는 각각 구성철 상무, 배영석 상무, 김성진 담당 등 고위급 임원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통신사의 이용약관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PC카페조합 김기홍 이사장은 통신사의 이용약관대로라면 2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겪어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데, PC방 영업 현장에서는 단 1~2분만 인터넷 공급이 중단되어도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고,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고 싶어도 과도한 위약금이 발목을 잡아 해지를 할 수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은 소상공인도 본인의 귀책 사유가 아닌 통신사에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환불 등으로 보상하거나 클레임 해결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굴지의 대기업인 통신사에서는 직접 고객인 소상공인의 피해를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어 참담하다고 표현했고, 류덕현 서울시 소상공인연합회 음식업 지회장은 통신사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식당에서도 영문을 모르고, 고객들도 영문을 몰라 결국에는 업주들이 고객들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지적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터넷 접속 장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업주와 고객들에게 장애 사실을 통보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와 정부가 개선 방안 마련하라”
무엇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책임에 소홀한 통신사의 관행적 행위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SK브로드밴드 김성진 담당은 접속 장애에 대한 대응 노력을 설명하면서 불공정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용약관에 대해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지적된 바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3대 통신사 모두 자진 시정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2시간 이상 장애가 발생해야만 발동하는 손해배상 규정이 통신사의 귀책 사유가 분명한 경우 무조건 배상하기로 했고, 개정된 이용약관은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 김기홍 이사장은 귀책 사유에 대한 기준점을 문제 삼았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귀책 사유에 대한 견해가 통신사와 소상공인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디도스 공격이 통신사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이라며, 현재 통신사들은 외부 트래픽 공격을 기업의 귀책 사유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3월에 개정되어 시행되는 이용약관이 불공정 내용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간담회를 주관한 고민정 의원 역시 동의한다는 의견을 나타내면서 정부가 통신사와 함께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 이용약관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손해배상 규정의 세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오는 3월 시행될 예정인 이용약관 역시 귀책 사유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고, 지금까지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도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별 손해배상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 사태나 아현동 KT 사태와 같이 화재가 원인인 경우, LG유플러스와 같이 디도스 공격이 원인인 경우, 천재지변이 원인인 경우 등으로 구분하고, 피해 규모도 식당과 같이 결제 서비스 중단, PC방과 같은 영업 중단 등으로 세분화해 현실적인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날 간담회는 통신사의 불공정한 이용약관을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고민정 의원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통신사 이용약관 개정은 이번 간담회가 끝이 아닌 시작점”이라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통신사의 불공정 이용약관이 개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PC방 업계에서 지적한 대부분의 내용들을 국회에서 공감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동안 PC방 업계의 숙원이었던 약관 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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