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4월호(통권 3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타크래프트, 뮤, 스페셜포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등…. 과거 PC방 부흥기 시절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던 게임이며,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게이머들이 이를 즐기기 위해 PC방을 찾는다.

그 시절 많은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길드를 결성하고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게 진행했는데, 게이머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최종 행선지는 대부분 PC방이었다. 특히 PC방 업주가 껴있는 모임의 경우 해당 업주가 운영하는 PC방으로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PC방 업주들은 잘나가는 게임은 물론, 단골손님들이 플레이하는 게임들에 대한 지식까지 해박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20여 년 전 기자가 속한 길드 멤버였던 한 PC방 업주는 게임의 주요 공략법은 물론, 소소한 이벤트 소식까지 꿰차고 있는 그야말로 ‘겜돌이’였다.

하지만 PC방이 대형화되고 노하드솔루션 등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PC방 업주가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운영의 자동화가 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게임을 잘 몰라도,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PC방 운영이 가능한 수준까지 온 것이다.

특히 다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가형 업주들이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특정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겜돌이’ PC방 업주는 이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PC방 손님이 업주와 호형호제하며 함께 게임을 즐겼던 풍경은 이제 추억 저 너머로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PC방 이용자들의 절대다수가 게이머고, PC방은 ‘게임을 즐기는 곳’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PC방은 입구부터 시작해 매장 곳곳에 게임 관련 사인물을 설치해 시선을 끈다. OTT를 시청하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고객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다.

때문에 PC방 업주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인기 게임을 활용해 PC방 업주가 독자적으로 이벤트를 펼친 사례가 지난해 있었는데, 해당 업주가 자신의 매장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던 게임은 ‘로스트아크’였다.

지난해 여름 PC방 점유율 상위권에 있던 MMORPG ‘로스트아크’는 1년 만에 신규 레이드 콘텐츠를 출시했고, 오랜만의 대규모 업데이트였기 때문에 유저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평소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이해도가 높았던 PC방 업주는 콘텐츠 업데이트 시점에 맞춰 레이드 보스를 최초 공략한 손님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당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로스트아크’ 신규 레이드를 공략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관련 이벤트를 펼친 PC방이 큰 화제가 됐다. 심지어 2~3시간 거리에 거주하는 게이머도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해당 PC방을 찾았다고 인증을 했는데, 업주 입장에서는 이벤트 하나 잘 기획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의 중요성은 최근 진행된 ‘디아블로4’ OBT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디아블로4’의 첫 주차 OBT는 예약구매자와 PC방에 권한이 부여됐는데, PC방 집객에 매우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부족했고, 게임이 실행되지 않는 오류까지 발생해 많은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디아블로4’ 실행 오류는 오래된 윈도우 버전 탓이었는데, 노하드솔루션 등 운영 자동화에 너무 의존한 탓에 사전에 문제 발생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과거 ‘겜돌이’ 업주들이었다면 윈도우 업데이트는 되었는지, 그래픽 드라이버는 적절한지, PC 사양은 게임을 구동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 사전에 체크했을 것이다.

MZ세대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알못’이라는 단어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이라는 뜻의 이 줄임말은 다양한 단어와 합성해 쓰이는데, ‘디아블로4’ 사태를 겪으며 많은 PC방 업주들이 ‘겜알못’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적어도 PC방을 운영하고 있다면 매장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이 무엇인지, 단골손님이 즐기는 게임은 무엇인지,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그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 ‘겜알못’이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장의 대형화와 먹거리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PC방 업주들은 늘 바쁘다. 그렇기에 과거처럼 매장에 앉아 마음 편히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겜알못’ 사장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최소한 손님들이 많이 하는 게임의 커뮤니티에 어떤 글들이 올라오는지 가끔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단골손님들에게 한마디 건넬 수 있는 만큼만….

더 나아가 인기 게임의 업데이트 내용을 꿰고 있는 이른바 ‘겜잘알’의 경지에 오른다면, 지난해 ‘로스트아크’ 이벤트를 독자적으로 진행해 화제가 됐던 매장처럼 타지에서도 찾아가고 싶은 PC방이 될 수 있다. 각 PC방의 영업전략은 업주가 선택할 일이지만, 손님 대다수가 게이머라면 업주도 게임에 대한 주요 정보는 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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