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8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21년 7월 아이러브PC방에 입사하기 전까지 기자는 그저 PC방을 이용하는 게이머 중 하나였다. 1년 반가량 일하면서 시장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단골손님이 빠져나가고 다른 PC방이 흥하는 이유를 기자로서가 아니라 PC방 고객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추측해 봤다.

새로 오픈한 PC방에 가면 막 포장을 뜯은 듯한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이 보인다. 모니터에도 음료가 튀거나 지문이 묻은 자국이 보이지 않고 장패드도 때가 타지 않아 깨끗하다. PC 사양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성능을 발휘한다. 지난 1년여 다니던 PC방과 비교되면서 점점 ‘단골 PC방’의 자리는 새로운 PC방이 차지한다.

다만 이 흐름이 2년을 넘긴 적은 아쉽게도 아직 없다. 기자의 단골 PC방은 짧으면 6개월, 길어도 2년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친절한 직원? 맛있는 음료와 음식? 청결한 환경? 아니다. 게이밍 기어, 그중에서도 키보드였다. 끈적해서 잘 눌리지도 않고 키캡이 없어 자리를 옮겨다니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아, 여기는 관리가 안 되네. 다른 PC방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남은 시간을 다 쓰지도 않고 자리를 뜬다.

현직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일에 대해 ‘키보드야 예비 제품으로 바꾸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키보드에 키캡이 없고 마우스에 때가 끼어 있어 자리를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 옆 건물의 다른 PC방에 가보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게이밍 기어뿐 아니라 게임 업데이트가 안 돼 있거나 필수 프로그램이 설치가 안 돼 있거나 등등 요인은 여러 가지다.(바쁜 시간에 이전 손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즐거운 고민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업주가 매장을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요즘은 이런 사소한 문제를 즉시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사소한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단골이 줄어들고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허겁지겁 문제를 찾아나서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문제들은 해결하기가 발생 초기보다 어려워지고, 해결을 위한 비용도 더 커진다.

PC방 업주는 크게 생계형 운영과 투자형 운영으로 나뉜다. 하지만 상술한 문제는 운영의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PC방에서 벌어진다. 기자가 다니던 한 PC방은 역세권 내에 같은 규모의 매장 3곳을 동시에 열면서 한동안 장사가 잘됐지만, 2곳은 폐업했고 1곳은 시간당 500원 운영을 하다가 지금은 ‘그저그런’ PC방 중 하나가 됐다. 이 PC방을 떠난 이유는 앞서 열거한 이유와 같다.

수억 원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외에는 관심이 없을 수 있다. 당연하다. 우리가 삼성전자에 수억 원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내부에서 스마트폰을 연구하는지 구내식당 점심 메뉴를 연구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PC방 투자자는 매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구석구석 사정을 알 수 있다. 다수의 매장에 투자하면서도 운영은 직원에게 일임하고 매출 곡선만 바라보고 있다면, 관리 소홀로 인한 매출 하락과 이로 인한 투자 실패를 각오한 것일까?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다. 투자한 매장이 많아 일일이 직접 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고, 사소한 문제들은 조금 나중에 해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문제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차이는 결국 매출로 증명되기 마련이다.

1년 쓰고 버리던 키보드나 헤드셋을 1년 더 쓰는 방법, 고사양 게임을 적당한 그래픽카드로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등은 컴퓨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잘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손님 입장에서는 이 PC방의 운영 형태가 생계형인지 기업형인지 관심이 없다. PC 사양이 조금 낮아도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PC방이다. 어떤 사유로 단골손님이 떠난다면, 그 책임은 직원이나 매니저가 아니라 가장 위에 있는 사람에게 있다. 수익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매장에 보인다면 키캡 하나 때문에 단골손님을 경쟁 PC방에 빼앗기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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