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여 년 전 기자는 대형마트 아르바이트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농산물 코너에서 근무했었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에 맞는 채소와 과일이 매대를 장식하곤 했다. 마트에 근무하기 전까지는 본사에서 으레 지시하는 대로 상품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현장을 겪어보니 관리자가 상황에 맞춰 물량을 조절하고 신규 상품을 기획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당시 매장 관리자는 품목별 작황이나 날씨,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꼼꼼하게 판매할 상품을 결정해 매입하고, 필요에 따라 소위 ‘떨이’라 불리는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해 재고가 남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국 매장 농산물 파트에서 손에 꼽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그는 현장 근무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잘했어’나 ‘수고했어’ 등의 상투적인 인사말은 물론 ‘네 덕분에 이번 판매가 수월했다’라며 추켜세우는 말도 종종 건넸는데, 덕분에 알바들의 업무 의욕은 항상 충만했다. 몸이 고된 업무였지만, 관리자의 말 한마디가 근무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사설(辭說)이 좀 길었는데, 오랜만에 주어진 사설(社說) 기회에 데스크 오더가 ‘비수기 대응’과 ‘인력관리’ 두 가지라 우선 기자가 사회 초년생 때 겪은, 인상 깊었던 상급자 얘기를 먼저 꺼내 봤다.

PC방은 짧았던 여름 성수기를 뒤로 하고 이제 가을 비수기를 맞이했다. 낮부터 북적였던 매장은 저녁 무렵까지 한산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고, 여름 내내 매장을 책임져줬던 대학생 알바는 학업을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업주는 더욱 부지런히 매장 곳곳을 점검하며 올 추석 대목은 물론 겨울 성수기 대비에 나서야 한다.

내 매장 상황은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하는 법. 그동안 손님들이 매장에서 이용한 내역을 파악해 어떤 상품을 많이 주문했는지, 어떤 불만 사항이 자주 발생했는지 점검해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비수기에 연착륙할 수 있다. 또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해준 에어컨과 실외기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고, 갑작스레 추워질 날씨를 대비해 난방기도 미리 점검해둬야 한다.

파손된 설비는 수리하거나 새것으로 교체하고,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PC방 이용객들은 요금이 주변 매장보다 다소 비싸도 PC 사양이 높고 실내 분위기가 좋다면 비싼 이용료를 감내하면서 찾아오기 마련이다. 적어도 PC 사양이 떨어져 매일 찾아오던 단골손님이 매장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겠다.

먹거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식음료가 어떤 것이 있는지 최신 트렌드를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다만 무조건 유행을 쫓기보다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가 있는 음식이라고 준비했는데, 정작 매장 안에는 남자들만 가득하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된다.

무엇보다 여름방학이 끝나면서 일을 그만두는 대학생 알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성수기 동안 매장을 책임져줬던 근무자가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야속해만 하기보다는 웃는 얼굴로 보내주고, 신규 채용과 교육 등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 9월 말 추석 연휴를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명절 내내 업주가 근무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근무 중인 알바생의 심리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통계청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청년인구 2명 중 1명은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다. 10년 전에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었지만, 이제는 10명 중 3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즉 알바들이 근무하는 모습과 태도는 늘 업주의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일하는 모습이 영 내키지 않은 직원은 PC방 뿐만 아니라 어느 자영업종이나 기업에도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의 업무 의욕을 높여 스스로 일을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적절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는데, 한 알바가 1시간 시급만큼의 급여가 더 들어와 업주에게 이를 물어보는 경우였다. 조심스레 급여 과지급을 묻는 알바에게 업주는 “더 열심히 해달라”는 짧은 대답으로 대처했다. 돈을 반납하라거나, 가타부타 부연 설명 없이 한마디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업주의 대처에 대해 누리꾼들은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업주가 내뱉는 말 한마디와 태도는 매장에 근무하는 알바에게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작은 일에도 ‘잘했다’는 칭찬, 업무가 끝나면 ‘수고했다’는 격려 등 세심한 말 한마디가 알바의 업무 의욕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마치 20년 전 기자가 겪었던 그 관리자처럼 말이다.

비수기인 9월에는 당연하게도 PC 가동률과 매출이 하락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활용해 더욱 바쁘게 움직인 업주라면 그렇지 않은 업주보다 훨씬 나은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십수 년간 이 업계에 종사한 소위 ‘선수’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성수기 준비일 테니, 성수기 매출은 바로 비수기 때 준비했던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올해 가을은 작년보다 훨씬 나을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대중의 관심사에서 많이 벗어나 매장 영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고, 월말 추석 이후에는 개천절까지 연휴가 이어지도록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총 6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 덕분에 매장이 북적일 전망인데, 월말부터 시작되는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느냐는 월초 업주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