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8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꼰대’. 요즘 MZ세대가 기성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개인의 생각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는 자신들이 살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고 싶은 기성세대의 바람을 반기지 않는다. 과거에는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다소 권위적인 사람을 꼰대라 칭했지만, 최근에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고 이를 강요하는 이들을 꼰대라고 표현하는데,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 역시 MZ세대들이 말하는 꼰대의 특징이다.

그렇다고 MZ세대가 아무런 기준 없이 꼰대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주로 자신의 생각과 취향, 가치관 등을 존중하지 않을 때 꼰대라는 말을 붙이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PC방 업종은 바로 이 MZ세대가 주요 고객이다. 이들이 경험하고자 하는 시설과 환경,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서비스, 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케팅, 이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운영방식을 지양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MZ세대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입학 후, 또는 미취학 시절부터 모바일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야 컴퓨터를 처음 접한 7080 세대와는 정보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고, 삶에 필요한 지식을 주로 온라인에서 배운다. 더 나아가 남들과 같은 경험을 싫어하고, 새롭고 창조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다.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고 취향에 맞는다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소유하려는 플렉스 문화도 이들의 특징이다.

이 같은 MZ세대의 소비성향은 코로나19 시대에 신규 창업한 PC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에 오픈한 PC방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PC방이라면 모름지기 갖춰야 할 기본적인 형태에서 많이 벗어난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간판에서 PC라는 알파벳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PC가 보이지 않는 매장도 있는데, 이런 PC방에 들어갔다가 당황해서 다시 나왔다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PC방이지만 PC방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드는 PC방들도 마찬가지다. 신선식품의 끝판왕인 회를 판매하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올 정도가 됐다. 단순히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의 방문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MC 유재석이 방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또한 1,000만 원에 달하는 PC 1대를 경험해 보기 위해 전국의 PC 하드웨어 마니아들이 모여드는 곳도 있고, 유명 유튜버가 활동하는 PC방에는 팬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기도 한다.

과거에는 인근 PC방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PC 사양에, 조금 밝은 톤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주변기기와 소모품 관리에 집중해 지출을 줄이고, 숙련된 아르바이트 근무자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들이 PC방 운영에 전부였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쓰면서 PC방의 기본 덕목만 지키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다른 동네 PC방에서도 비슷하게 경험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MZ세대에게는 그저 그런 PC방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냥 PC방이라는 느낌이지 “우와”라는 감탄은 없다.

긴 영업제한에서 풀려나 24시간 영업을 재개한 지 이제 3개월이 조금 넘었다. 2019년 겨울방학이 마지막이었으니 방학특수도 2년 6개월여 만이다. 일찌감치 MZ세대가 선호하는 트렌드를 적용한 PC방들은 매출이 오를 것이고, 투자 여력이 없어 그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평범한 PC방들은 이번 성수기도 그저 그럴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틱한 가동률 상승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소폭 오른 가동률을 흡수한 PC방은 모두 MZ세대의 플렉스를 반영한 곳임이 분명하다.

이때쯤 내가 꼰대는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자신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 PC방의 운영방식에만 집착하며, 도태되고 있다는 사실마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PC방 업계는 자의적, 타의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성수기를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면 다음 겨울방학을 위해서라도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과감히 탈피해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MZ세대를 공략할 필승전략을 발굴해야 한다. PC방 업주라면 과거에 얽매여있는 꼰대에서 벗어나 MZ세대를 연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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