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2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 찰나의 기쁨, 지갑과 함께 사라지다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첫 번째 유형은 절도죄로, 정확히는 PC방을 노린 것이 아니라 범죄의 무대로 PC방을 선택한 유형이다. PC방 고객으로 위장한 절도범이 다른 손님의 귀중품을 노리는 도둑질인 것. 용의자들은 PC방 고객이 화장실이나 흡연실에 갈 때 지갑과 휴대폰 등 귀중품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간다는 점을 노린다.

 

매장 금고가 털리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는 결국 고객이고, 피해자의 요청으로 CCTV를 살펴봐야 하고, 경찰과 피해자를 상대하느라 진땀을 뺄 알바생에게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게 또 PC방 업주다.

이런 도둑들은 호시탐탐 주변 손님들의 동태를 살피면서 기회를 엿보기 때문에 근무자들에게 거동이 수상한 자를 주시할 것을 당부하도록 하자. 또한 피해자는 주로 혼자서 매장을 찾아온 솔로족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지도 않았는데 도둑질을 당하는 경우가 급증한다. 대범한 도둑들은 피해자가 모니터 화면에 빠진 틈을 노려 의자에 걸어놓은 외투 속 지갑을 태연하게 빼가기도 한다.

피해자는 PC 이용요금이나 먹거리 금액을 계산할 때가 되어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허둥지둥 하거나, 선불제 매장이라면 현관을 나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입문을 박차고 황급히 되돌아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본인 매장에서 절도 발생을 용납하지 못하는, 범죄는 사전 예방이 최우선이라고 여기는 업주라면 1인용 소형 사물함을 카운터 근처에 설치해보자. 범죄 예방 차원을 넘어 고객들의 편의 증진에도 좋다.

2. 감쪽같이 사라진 카운터 현금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두 번째 유형도 절도죄다. 1번 유형과 거의 모든 부분이 동일하지만 피해자가 PC방 고객이 아니라 PC방 업주로 바뀌었다는 점이 좀 다르다. PC방 업주가 분노하는 점은 용의자 얼굴도 못 본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용의자들은 어리숙한 PC방 알바를 먹잇감으로 삼지 PC방 업주는 알아서 피하기 때문이다. PC방 알바생이 카운터 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을 털리는 과정은 다음의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첫 번째는 매우 붐비는 매장이라 알바생이 계산하기 바빠서 금고를 자주 여닫을 수밖에 없고, 청소하기도 바빠 카운터를 자주 비울 수밖에 없고, 하이에나 같은 도둑놈이 대기하다가 기회가 나자 번개 같이 금고를 털어가는 경우다.

두 번째는 붐비는 매장이 아니고 선불기까지 들여놓은 매장인데 알바생이 우연찮게 금고 잠그는 것을 깜빡했고, 청소할 일도 없는데 볼일이 급해서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카운터 옆을 지나던 고객이 견물생심으로 지폐 몇 장을 집어가는 경우다.

이런 사태를 겪은 알바생은 업주만큼이나 멘탈이 붕괴된 상태니 마음을 추스르는 데 집중한 뒤 CCTV 등 관련 증거 자료를 확인하자.

3. 무리지어 PC방 털어가는 떼도둑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세 번째 유형도 절도인데, 2~3명이 작당해서 PC방을 털기 때문에 특수절도에 해당한다. 2번 유형과 거의 모든 부분이 동일하지만 범행 과정 및 피해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

 

알바생이 책임의식을 가지면 카운터를 사수하고 철두철미하게 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도둑들은 이런 알바생의 투철한 책임의식을 노리기도 한다.

일부러 화장실 변기에 휴지뭉치 등 이물질을 집어넣고, 좌석에 라면 국물을 끼얹어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첫 단계다. 이러면 책임감이 강한 알바생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운터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도둑 A가 알바생의 시선을 끌어 카운터 밖으로 유인해내고 사태를 악화시키며 붙잡아놓는 동안 도둑 B는 알바생의 시야 바깥에서 유유자적하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법이다.

알바생이 카운터를 오래 비우게 되니 PC방 업주의 피해도 덩달아 커진다. 금고를 통째로 집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던 고가의 물품이나 다른 고객의 물건도 싹쓸이해 가기도 한다. 심지어 모니터나 PC 본체를 통째로 들고 사라져버리는 사건도 있었다.

4. 알바는 알고 나는 모르는 내 친구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네 번째 유형은 사기다. 이 또한 범죄자들이 PC방 업주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알바생 근무 시간만 노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의 레파토리는 주로 PC방 업주 지인 사칭이다.

 

PC방 업주에게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시간대에 나타나 알바생들에게 자신을 ‘사장님 친구이자 인근 상가 주인’, 또는 ‘건물주’라고 소개하며, 사전에 얘기가 다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돈을 요구한다.

이런 사기꾼들은 소방법, 식품법 등 PC방 관련 제도 이슈가 있을 때 레파토리를 바꿔가며 소화기를 강매하거나 대가성 금전을 받아가기도 한다.

노련한 알바생은 콧방귀를 뀌거나, 몰래 경찰에 연락하고 시간을 끌어 현행범으로 붙잡은 사례도 있으나 초보 알바인 경우에는 의외로 쉽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사기 수법이니 알바생 교육 필수 항목이라 하겠다.

5. 청보법 믿고 찌르는데 PC방은 죽어야?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다섯 번째 유형은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을 믿고 PC방을 죽이려드는 청소년들이다. 다만 범죄는 청소년이 저지르고 법의 처벌은 고스란히 PC방이 받는다는 것이 포인트다.

 

PC방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고용이 금지되어 있고,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까지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PC방 업주는 과징금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그래서 PC방 업주는 신분증을 확인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밤 10시가 되면 눈에 불을 켜고 청소년을 찾아내 매장 밖으로 내쫓고 있다.

그런데 악의적인 청소년들이 청보법을 믿고 꺼내드는 카드가 바로 위조 신분증이다. 신분증 위조를 상상하지도 못한 PC방 업주는 순식간에 범법자가 되고, PC방 업주는 협박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실정이다.

더 억울한 현실은 청소년의 신분증 위·변조 등에 속아서 청보법을 위반, 협박에 시달린 자영업자들의 처벌을 면제해주는 청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PC방은 여전히 법의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이다. PC방이 해당되는 야간 청소년 출입 관련 조항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6. 지긋지긋한 그 이름 ‘돋.보.기’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여섯 번째 유형은 PC방 업계에 기생하면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금품까지 챙기는 ‘돋보기’와 그 일당들이다. 고포류 게임에서 상대방 패를 볼 수 있도록 개발된 불법 프로그램, 속칭 ‘돋보기’는 PC방 업계의 만성 종양 같은 존재다.

 

PC방 등록제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고포류 도박장과 일반적인 PC방의 법적 구분이 사라졌고, 일부 매장에서는 고포류 겜블러와 온라인게임 유저가 혼재된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온라인게임을 주요 콘텐츠로 하는 일반적인 PC방이 익숙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돋보기’와 PC방은 꽤 낯선 조합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하위권에서 근근히 명줄을 이어가고 있는 고포류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극소수의 PC방 고객층에서 고포류 게임을 즐기고 있다. ‘돋보기’는 이런 고포류 고객층을 등쳐먹기 위해 PC방에 무단으로 기생하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보안에 취약하다는 인상을 유저들에게 남기게 된다.

‘돋보기’를 PC방에 설치하려는 일당들은 노하드솔루션 업체를 찾아다니며 거액의 현금을 제안하거나, 조직을 꾸려 직접 발로 뛰면서 설치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에는 외국인까지 고용해가면서 ‘돋보기’를 설치한 일당이 잠복수사 중인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무더기로 검거되기도 했다.

7. PC방의 적은 PC방? 경쟁 매장의 영업 방해

PC방을 노리는 범죄 중 일곱 번째 유형은 PC방 업주가 경쟁 매장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자행하는 테러(?) 행위다. 출혈경쟁이 극심한 PC방 업종의 단면과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과 고스란히 보여주는 유형이다.

 

90년대에는 사람을 써서 경쟁 매장에서 소란을 피워달라고 사주하거나, 케이블을 잘라 전기나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리는 촌스러운 방식이 쓰였다. 이후 Y2K 공포로 시작된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IT의 아이콘 PC방은 디도스나 누킹 등 네트워크 공격을 선택했다.

2010년대 후반인 현재는 발전된 기술상을 보여주듯 네트워크 공격 방어 솔루션이 소개되면서 디도스와 누킹 등 네트워크 공격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PC방 업계의 출혈경쟁은 여전해 올해 초에는 ‘USB 킬러’를 사용해 경쟁 매장의 PC를 파손한 업주가 입건되는 사건을 야기했다.

이처럼 경쟁 매장의 영업을 방해하는 방법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수법이 동원됐고, 세상에 알려진 사례만 해도 두꺼운 기록으로 남아있다. 제살깍기식 경쟁이 근절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영업 방해 시도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