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 도매점 “발빠른 PC방 사장은 이미 다 바꾼 듯”
참고할 정론이 없어 그릇 하나, 접시 하나 사는 것도 ‘벌벌’

오는 11월 24일부터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따라 PC방의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는 고심에 빠졌다.

계도기간 종료가 두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PC방에서는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또 어떤 매장은 진작에 다회용기를 도입해 반년 넘게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아직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PC방은 코로나 이후 PC방 이용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전기료와 인건비 등의 부담은 커졌고, 통갈이 업그레이드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들어갈 돈은 많은데 일회용품 규제로 돈 나갈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150대 매장을 관리하는 PC방 점장 A씨(35세)는 “그릇, 접시, 수저, 빨대 등은 낱개로는 적은 금액이지만 묶음 단위로 구매하려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속칭 사장님 의자로 불리는 PC방 의자처럼 업계의 정론이라 할 제품이나 규격이 없다. 선례를 참고할 수가 없으니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원재활용법 백지화나 계도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일찍 매를 맞는 심정으로 다회용기 체제로 전환한 PC방도 적지 않다. 이런 매장들 역시 나름의 고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매장 2곳을 관리하는 B점장(40세)는 “일회용품 규제는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해 지난해부터 다회용기를 사용 중이다. 그런데 가격 대비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은 제품도 있고, 맘에 드는 그릇은 너무 비싼 경우가 태반이다. 종이 빨대는 금세 눅눅해져 손님들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렇다고 너무 저렴하거나 싸구려처럼 보이는 제품은 손님들이 험하게 사용하고, 예쁘고 비싼 컵은 훔쳐가는 경우도 있다. 요즘 다회용품 구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전했다.

한편, 다회용 식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점과 온라인 쇼핑몰도 반응은 제각각이다. 어떤 매장은 “오히려 작년보다 올해 매출이 더 시원치 않다. 지난해는 PC방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다들 바꿨는지 신규 주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반면 그릇 전문 온라인 쇼핑몰은 “계도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 감당할 수가 없어서 휴게음식점 사장님들의 구매 단위를 축소·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PC방 업주와 점장들은 늦어도 이달부터는 다회용품 도입을 시작하고, 증가한 설거지 업무량에 대한 적응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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