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내려 손님 늘려볼까? 정상화 분위기에 찬물
업주들 사이에서 성토 분위기 “손님 늘어도 매출은 그대로…”

PC방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출혈경쟁’이 24시간 영업이 재개되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랜 영업제한 끝에 다시 정상영업을 시작하는 마당에 그동안 떠나갔던 손님들을 저렴한 요금으로 끌어모아 보겠다는 심산이지만, 그동안의 누적된 피해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업주들이 요금을 내려 상권 질서를 흐리는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적지 않은 PC방이 폐업을 하는 등 업계 전체가 극심한 불황에 처하자 이 같은 출혈경쟁 분위기가 다소 사그라드는 모습이었는데, 최근 24시간 영업이 허용되면서 집객 수단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PC방이 주요 상권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PC방 업주는 “지난 18일 24시간 영업이 다시 시작된 첫날 근처의 한 PC방이 요금을 500원으로 내렸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주변 매장들이 한꺼번에 500원으로 내리면서 순식간에 가격이 무너졌다”며 “이에 화가 난 몇몇 사장님들이 모여 300원까지 내리거나 아예 무료 이벤트를 하겠다고 한다. 이제 겨우 영업제한이 풀렸는데 다 같이 죽자는 건지 정말 답답하다”라고 하소연했다.

PC방 업주들의 이 같은 우려는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과 무관치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이로 인해 각종 공공요금을 비롯해 공산품, 식료품 등의 가격이 모두 인상돼 PC방의 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PC방 요금을 이런 시점에 오히려 인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오랜 불황을 견디지 못해 폐업을 앞둔 PC방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미 많은 PC방이 폐업을 했고 지금도 폐업을 준비하는 매장이 많은데, 최후의 수단으로 요금을 내려 손님을 끌어모은 뒤 매매를 시도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몸부림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PC방 업계 구성원들은 이런 행위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PC방 방문을 꺼리던 게이머들이 알아서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요금을 내려 주변 PC방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고 더 큰 폭의 요금 인하를 부추기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에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8년째 PC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500원으로 요금을 치면서 출혈경쟁을 부추기던 PC방 중 지금까지 살아 남은 PC방을 보지 못했다”면서 “당장은 매출이 조금 오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PC방 업계 관계자들 역시 한목소리로 과도한 경쟁을 삼가라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룟값 상승이나 늘어난 지출을 감안하면 이제 1,500원을 받아도 모자랄 판”이라며 “요금을 내려 손님이 조금 늘어봤자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감정싸움으로 번질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옳고, 매장 임대료나 PC 사양 등 각 매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요금 설정, 그리고 요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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