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8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작년 말 마침표를 찍은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큰 공감대를 얻으며 높은 시청률을 올린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주 무대인 식당은 PC방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업종이지만, 방송을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이뤄진 컨설팅 내용은 PC방에 접목해볼 만한 부분들이 많았다. 여기에 멘토로 출연한 백종원 대표가 특히 강조한 내용은 상권과 원가다. 이는 PC방 업종의 지극히 단순한 상권분석과 출혈경쟁의 함정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소재가 아닐까.

잘나가는 PC방 바로 옆이 최고 입지?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이라는 큰 고비를 넘기면서 PC방 업계에는 일명 ‘선수’들만 남았다는 얘기가 많다. 평균 이하의 PC방은 대부분 폐업으로 사라졌고, 신규 창업은 가뭄에 콩 나듯 했기 때문인데, 이에 대부분의 PC방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었고, 일부는 업종전환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애쓰고 있다. 덩치를 줄이고 기존 PC방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영업을 하거나 개인 창업 보조, 상권 개발에 집중했던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정도다.

정상영업이 재개된 후 신규 창업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반적인 PC방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추천하는 상권에는 함정이 있다. 매출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기존 PC방 인수 형태의 창업은 얘기가 조금 다르지만 PC방이 없던 자리에 새롭게 입점하는 경우 대부분 인근 PC방의 매출을 참고한다. 말 그대로 잘나가는 PC방 옆에는 언제든지 대형 프랜차이즈 신규 PC방이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PC방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PC방 가맹본부의 수명이 길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매출을 숨기고 본인의 매장이 가급적 노출되지 않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업주들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PC방 업주들의 모임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공공연하게 공유되고 있으며, 무모한 상권 진입이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출혈경쟁이 발생하는 일도 빈번하다. 신규 PC방의 등장은 기존 PC방 업주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데, 시설과 PC 성능이 모두 최신인 신규 PC방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다른 어떤 업종보다 고객층이 한정되어 있는 업종이 바로 PC방이라는 점이다. 극히 일부에서 유튜브나 SNS 마케팅을 통해 장거리 손님까지 끌어들이고 있지만, 그래도 로컬 수요보다 많을 수는 없다. 매출이 높은 PC방도 결국에는 인근의 수요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신규 PC방이 등장하면 한정된 고객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게 되면 앞다퉈 요금을 인하하게 되고 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PC방이 들어오면 고객을 3등분하게 된다.

이에 PC방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은 상권을 개척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모적이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입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후 소문이 퍼져 주위에 신규 PC방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곧바로 상권 탈출을 도모한다. 이미 일정 시간이 흘러 충분히 수익을 낸 상태고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 때 빠져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때 경험이 부족한 업주가 높은 권리금을 내고 이런 상권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미 올가미에 걸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

PC  대여료 원가는 계산해보셨나요?
결국 함정에 빠진 신규 PC방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출혈경쟁이다.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요금할인 이벤트 등 일시적이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한 단기 방편을 선택하고, 이에 자극을 받는 기존 PC방 업주들이 동일한, 또는 그 이하의 요금으로 맞불을 놓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신규 입점 자체가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기존 PC방 업주들이 먼저 요금을 인하해 불씨를 당기기도 한다. 결국 신규 매장도 공격적으로 참전하며 상권이 붕괴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된다. 이런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결국 폐업한 PC방이 부지기수다.

오랜 영업제한에서 벗어나 정상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출혈경쟁이 다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신규 PC방이 입점한 상권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경험이 있든 초보이든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이 원가에 대해 무감각하기 때문인데, 여기에 치킨게임으로 제살깎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으니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함정이 있다. 당장 원가를 따져보면 PC 이용료를 500원까지 내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PC방 업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PC방 PC 대여료 원가표]를 보면 시간당 PC 이용료의 원가를 계산하는데 수많은 품목들을 대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얼핏 봐도 원가에 포함해야 할 목록이 20여 종이 넘는다. 임대료나 인터넷 전용선 등 고정적인 지출은 물론 전기요금, 가스요금, 게임사 결제비용, 인건비, 세금 등과 같이 매월 지출 규모가 달라지는 품목들도 많다. 이는 원가 계산을 매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데, 경쟁 PC방의 매출이나 원가를 추산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하나부터 열까지 지출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입점 위치가 다르고 PC 대수가 다르며, 전기사용량과 PC방 업주들의 대출 상황 등도 다르다. 이런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PC방 업주들은 원가 계산에 매우 소극적이다. 총수입에서 지출을 제외하고 나머지 마진을 계산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총수입이 지출보다 커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PC 업그레이드나 리모델링 이슈가 발생하면 그동안의 이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세금이나 소모품으로 빠져나가는 비용까지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경우는 드물고, PC 이용료를 시간당 500원으로 인하하고도 먹거리 매출과 합산해 계산하다 보니 매출이 유지되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PC 이용료보다는 원가 계산이 수월한 먹거리 매출도 막상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를 포함해보면 마진이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출혈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권 안에서 500원 요금제로 PC방을 운영하고 있다면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진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PC 업그레이드와 리모델링 등 재투자 비용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같은 요식업계 전문가들은 소규모 식당에서조차 영업이익이 월 1,000만 원 이하인 경우 위험 신호를 보낸다. 창업비용의 회수, 업주 본인의 인건비, 재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1,00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상권 내 출혈경쟁의 함정에 빠지면 공멸
후발주자로서 기존 상권에 신규 PC방으로 처음 진입해야 한다면, 매출이 높은 PC방을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해당 상권의 PC방 이용객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 PC방이 이미 탈출을 결심한 상권에 바보처럼 희망을 꿈꾸며 진입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름하여 ‘뒷북’이다.

이에 PC방 업주들은 매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PC 이용료 원가를 철저히 계산한 후 매장에 걸맞는 요금을 설정하고 그 다음으로 집객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원가에는 감가상각 비용까지 포함해야 하며, 앞서 언급한 식당의 사례와 같이 창업비용의 회수, 본인의 인건비, 재투자 비용까지 고려한 영업이익률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출혈경쟁에 참전할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를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실패한 자영업자’가 되어 있을 수 있다.

결국 PC방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상권 내 출혈경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PC방 업주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총수입에서 지출을 제외한 영업이익만 따지다가 지출 이슈가 발생하면 그동안의 수입으로 순간을 모면하는데, 그게 반복되다 보면 자신에게만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도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모든 PC방 업주들이 매월 원가를 꼼꼼히 따져 매장에 맞는 요금제를 연구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옆집만 따라가다간 결국 쓴맛을 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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