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7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밤 10시가 되면 전국 어디나 대리운전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할 정도로 귀갓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식당, 카페는 물론 PC방에서도 미성년자가 아닌 손님도 예외 없이 자리를 떠야 한다. PC방 업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PC방에서는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PC를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을 하면서 부족한 수익을 일부나마 메꾸고 있다. 문제는 그래픽카드의 가격이다. 일반적인 가격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권장소비자가격 329달러(약 38만 원대)인 RTX3060이 평균 1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더불어 가상화폐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사재기 때문이다. 더 높은 채굴량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하려 해도 물건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너무 높아진 가격 때문에 채산성이 떨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최고 성능의 제품이 아니라 가격대별로 가장 효율적인 채굴을 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를 찾는 것이다.

중국의 채굴 규제, 상황 나아질까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규제의 칼을 꺼내 들었다. 중국 국무원이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규제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면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채굴장이 밀집해 있는 중국 네이멍구, 신장 위구르 자치구, 쓰촨성, 안후이성 등 중국 각지에서 비트코인 채굴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덕분에 중국 채굴장에 몰려들던 그래픽카드가 잠시나마 채굴장 밖으로 풀리면서 가격이 다소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굴락(LHR) 기능을 해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이더리움 채굴을 위한 그래픽카드 물량 집중으로 엔비디아와 AMD 그래픽카드 모두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 각지의 규제에 더해 허베이성도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채굴에 소요되는 막대한 에너지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당국의 목표와 상반된다는 것이 이유다. IT즈자 등 중국 매체들은 지방정부가 단순 단속이 아니라 빅데이터 기업, 인터넷 기업, PC방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전기 사용량 급증에 대해 수시로 조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가상화폐 채굴을 규제하면 채굴량이 감소하면서 채굴 난이도가 하락하지만. 난이도 하락이 가격 변동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난이도와 별개로 채굴장으로 몰리는 그래픽카드 물량이 시중에 풀리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여러모로 중국에서 채굴량이 줄어드는 것이 가상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채굴 1순위는 이더리움, 가격 1년간 40% 상승
현재 PC방 업주들이 가장 많이 채굴하는 가상화폐는 이더리움이다. 지난 9월 중순 현재 이더리움의 가격은 개당 약 425만 원으로, 1년 전 대비 40% 상승했다. 1일 거래량도 비트코인 거래량의 60% 수준인 2조 3,200억 원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레이어1 솔루션 기반 대체불가능토큰(NFT)와 하드포크 트렌드 물살을 타고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제도권이 가상화폐 시장에 편입된다는 기대감이 기업의 투자심리를 자극해 매수세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다. 좀 더 나은 채굴 환경을 위해서는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정작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의 요인이 가상화폐이기 때문에 이중고에 시달리는 격이다.

탐스하드웨어 등 외신들은 그래픽카드 모델별로 이더리움 채굴량과 채산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표]는 9월 첫째 주 기준 그래픽카드 모델별 이더리움 채굴량 및 일평균 수익, 구매부터 손익분기점까지의 도래일이다. 9월 중순 현재 이더리움의 블록 난이도는 약 88억 7,664만MH/s다.

‘고성능 ≠ 고수익’
표의 그래픽카드 모델은 손익분기점에 빨리 도래하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이 표에서 가장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것은 GTX1060 6GB 모델이다. 현재 PC방에서는 GTX1060 3GB 그래픽카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해당 모델은 표에 나타나 있지 않다. 때문에 이 표는 그래픽카드 별로 평균 채굴량과 일평균 수익을 가늠해보는 수치 정도로 판단하면 된다.

채굴량이 가장 높은 것은 115MH/s의 RTX3090으로, 일평균 수익이 1만 원에 근접해 가장 높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워낙 높아 손익분기점에 다다르기까지는 10개월 이상 소요된다. 또한, LHR을 해제해 해시레이트를 68%까지 높일 수 있다고는 해도, LHR 적용 그래픽카드의 손익분기점 도래도 매우 느린 편이다.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 중 가장 늦는 RX6900XT가 345일이 소요되는데, RX6900XT의 채굴량(64.6MH/s)은 리스트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결국 각종 수치의 절대값보다는 상대적으로 제품 가격과 채굴량을 비교해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그래픽카드를 찾는 것이 급선무다.

손익분기점 도래일이 200일인 GTX1080Ti는 채굴량 44.8MH/s, 일평균 수익 3,268원이다. 이는 GTX1080Ti의 평균가격이 620달러, 약 72만 원대일 경우 가능한 날짜다. 현재 GTX1080Ti는 시장에서 새 제품을 구하기 어렵고, 중고 제품의 가격도 90만 원 이상이기 때문에 실제로 채굴을 시작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은 표의 날짜보다 더 오래 걸린다.

리스트에 오른 그래픽카드 중 채굴량이 가장 낮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손익분기점 도래가 가장 빠른 GTX1060 6GB 제품(25MH/s)이다. 채굴량 자체는 GTX1660(25.3MH/s)과 비슷한데, 손익분기점 도래일은 40일 이상 차이가 난다. 평균 채굴량과 소비전력, 일평균 수익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래픽카드 가격이 손익분기점 도래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의 채굴 규제로 채굴기 90%가 가동을 중단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주요 대량구매자인 채굴업자를 반길까 꺼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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