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6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계가 험난한 코로나 시국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시대가 낳은 기린아’라는 평가를 받으며 돋보이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전대연) 김기홍 대표 얘기다. 요즘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방탄소년단이나 나훈아보다 김기홍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이후 PC방 업주들은 매장 방역에 집중하고, 가동률 급락에 허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의 방역정책과도 맞서 싸워야 했다. 김 대표는 이 싸움의 선봉에 선 인물로 PC방 업계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현재의 인기와 PC방 업주들의 지지도 이 과정에서 형성됐다.

그런 김기홍 사장을 만나 PC방 업주로서의 지난 1년과 전대연 김기홍 대표로서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김 대표의 매장은 경기도 용인시 외곽의 한 공장 기숙사 앞에 있다. 일약 PC방 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사장의 사업장 치고는 예상 밖으로 조촐했다. PC방 업주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과 버스정류장도 찾기 힘든 외딴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자리한 PC방의 괴리감은 제법 인상적이었다.

“에이~ 그런 말 마세요. 민망합니다. 저는 병아리입니다. 병아리”라며 김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지난 10월 12일 세종시 집회 현장에서 굳은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브리핑을 이어나가던 김 대표의 모습과도 사뭇 대조적이었다.

김 대표가 병아리를 자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PC방 업력이 채 1년도 차지 않은 초보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수리 같은 PC방 사장님들이 도처에 계시는데 햇병아리나 다름없는 제가 설치다가 얼떨결에 이목을 끌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를 좋게 봐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사장님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나만의 매장을 오픈하며 ‘PC방 사장’이라는 명함을 처음 가졌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의 자신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저 게임이 좋아서, 요리가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그 교집합에 해당하는 PC방을 차렸다. PC방 일은 고되기도 했지만 또 하루하루 즐거웠고, 이는 평범한 여느 업주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할퀴는 와중에 내 매장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PC방 업주가 아니었던 김 대표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너무나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 특별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PC방 업종을 때리는데 업계 차원의 대응이 시원치 않았던 것.

김 대표는 PC방 업계에 발을 들여 놓기에 앞서 학원업과 무역업에 종사했고, 이때의 경험들과 비교했을 때 PC방 업종은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업계가 목소리를 낼 때 정작 업주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지 않았고, 그저 수년간 단련된 맷집을 자랑하듯 우직하게 버티고 있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유행 초기까지만 해도 동료 사장님들이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없거나 이번 이슈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사장님들을 만나러 다녔고, 실제 사장님들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때려도 미동도 안 할 것처럼 보였던 업주들이 전대연이라는 구심점이 생기자 열성적인 진짜 모습을 드러냈고, PC방을 운영하면서 쌓였던 마음의 응어리들을 쏟아냈다. 이런 분위기는 총 세 번에 걸쳐 강화됐는데, 기폭제로 작용한 것이 바로 ‘고위험시설 지정’이었고 여기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이 업계를 초토화시킨 ‘영업중단’, 그리고 기만적인 ‘핵심 방역수칙’이었다.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고 싶은 평범한 PC방 업주였던 김기홍이 PC방 업주들의 순수한 모임인 전대연 대표로 변모하기까지는 겨우 한 달 정도의 시간만이 필요했다. 이후에는 경기도청을 시작으로 관공서와 정부부처를 차례로 방문해 담판을 짓던 지금의 ‘대표’ 김기홍의 모습 그대로다.

김 대표는 “공무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그들은 PC방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20년 전 PC방의 모습에서 정보를 갱신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저 관성적으로, 해온대로 PC방을 때리는 것이다. 교육부는 청소년을 이유로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시키고 싶고, 여가부는 가족의 건강을 핑계로 흡연실을 폐쇄하고 싶어한다. 2020년 PC방의 현실은 안중에도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서 “직접 찾아가 준비한 자료를 들이밀고, 설득도 아닌 설명하는 작업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PC방 업주들이 생업에 매몰되지 않고 대외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우리는 강하다. 근거 없이 시행된 PC방 관련 방역 정책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하나둘 해제됐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PC방 업계의 큰 위기가 물러간 가운데, 전대연과 김기홍 대표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시선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도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다. 인문협 및 콘텐츠조합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싶고, 게임사들과 상생 구조를 강화하고 싶고, PC방 업계의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하고 싶다. 전대연 활동을 하면서 통감한 개선 과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대연을 해체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기존 협단체를 지원하는 성격의 순수 업주들 모임으로 그 역할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마치 KBO와 선수협이 별도로 있는 프로야구처럼 PC방 ‘업계’ 차원의 단체와 함께 ‘업주’ 차원의 단체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PC방 영업이 재개됐음에도 불구하고 PC 가동률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게임사에게 PC방 프리미엄 혜택 개선을 요구하고, 그동안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이유로 실패했던 ‘PC방 최저요금제’도 무모할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다.

김 대표는 “제가 비교적 최근에야 PC방 업계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서 그런지 PC방 업주만 겪는 불합리와 억울함이 낯설고 커다랗게 느껴진다. 그동안 업계에 무관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데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힘을 보태고 싶다. 병아리의 꿈이다. 동료 사장님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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