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6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PC방 업계의 선봉에서 고군분투했던 PC방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 11월 2일 공식 해산을 발표했다. 비대위 이상태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PC방 업종이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됐고, 영업이 재개됐으니 비대위의 소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비대위 구성원들은 각자 흩어져 생업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법.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비대위의 해체는 아쉽지만, 이상태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구성원들과 영영 작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콘텐츠조합)에서 한 명의 PC방 업주로써 활동을 이어간다.

비대위 이상태 위원장과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경력 16차의 이상태 사장은 PC방 업종의 흥망성쇠와 협단체의 이합집산 그리고 여러 이슈로 인한 산전수전을 빼놓지 않고 경험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PC방이 좋았던 시절과 나빴던 시절을 알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과 콘텐츠조합 사이의 갈등과 협력도 봤고, 업계 차원에서 진행된 각종 집회에 참여한 이력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가 들이닥친 2020년처럼 PC방 업계의 전면부에 위치한 적은 없다.

이 사장은 “창업 초기에는 인문협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협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이미 벌여놓은 내 사업을 건사하기도 바쁘고 힘든데 협단체 활동은 번거롭고 태평한 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초기였던 3~4월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기만 했고, 극심한 압박 속에서 방역당국은 엉뚱하게도 PC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바로 우리가 아는 이상태 위원장의 출발이었다.

중대본은 자체적 분류를 느닷없이 번복,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PC방 업종은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게 됐고,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이상태 사장은 한명의 PC방 업주로서 단독으로 국민청원을 올렸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이 사장은 “아차 싶었다. 공식적인 영업중단 발표 이전부터 의식은 하고 있었는데 정부가 이렇게 빠르게 이성을 잃을 줄은 몰랐다”라며 “동료 사장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행동해야 한다는 자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술회했다.

애초에 적극적인 성격이 못 된다는 그는 주변 사장님들의 권유에 못 이겨 한여름이 되어서야 비대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PC방 업주들의 자발적 모임이었던 비대위에서는 기성 협단체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순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영업중단 사태는 PC방 업종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어쩌다보니 비대위의 인터뷰 전담자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 시기에 비대위는 박지영 초대 위원장의 폐업으로 인선을 진행했는데 이때도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했기 때문에 이상태 사장은 떠밀리듯 위원장 명함을 달게 됐다. 동시에 전대연이 등장해 양 단체가 협업과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 대정부 전략을 마련하고 구체화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사장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비대위 활동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하고 정부부처를 차근차근 설득하는 쪽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우리 주장에 근간이 되어줄 자료와 인력이 없었다. 그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영업 재개와 관련해서는 “코로나로 촉발된 PC방 영업 제한은 20년 전에 멈춰버린 정부부처의 PC방 인식을 2020년에 맞도록 바꿔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PC방 정책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바뀌었고, 명확한 목표 설정과 합리적 방법론이 가져온 승리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계량적인 접근으로 자료를 만들고 정부부처를 설득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과업을 해낸 전대연 김기홍 대표에게 감탄했고, 타 업종들의 상황을 보면서 또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상태 사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잘 알려진 대로 비대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PC방 업주 대부분이 콘텐츠조합에 합류했고, 콘텐츠조합은 이런 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최근 콘텐츠조합의 내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유산은 영업 재개가 아니라 콘텐츠조합에 새로운 활력이 감돈다는 점이다”라며 “의욕이 넘치는 젊은 사장님들이 계속 가입하고 있어 경험이 많은 기존 사장님들도 저절로 힘이 나는 상태다. 신구(新舊)의 조화가 돋보이는 명문 야구팀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담판을 지으러 갈 때 등 뒤에서 응원해주셨던 사장님들에게 조합에 가입한다는 연락을 받을 때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라며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 사장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콘텐츠조합은 올해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침표 삼아 코로나 사태를 마무리하는데 집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외연 확장과 내실 도모에 나선다. 이 사장은 “아직은 준비 단계라 지금 당장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다”라며 “조합형 수익 사업을 전개해 PC방 사장님들의 수익을 증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익 사업뿐만 아니라 PC방 업종의 사회적 위상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로 PC방 업종의 이미지가 얼마나 과거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통감했기 때문이다.

이상태 사장은 “모이면 혼자일 때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 콘텐츠조합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비대위 시즌2에 많은 사장님들이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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