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돌아온 패키지게임? PC방 속 패키지게임의 발자국
상태바
[기획] 돌아온 패키지게임? PC방 속 패키지게임의 발자국
  • 승인 2020.11.05 15:47
  • 문승현 기자
  • press@ilovepcbang.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6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PC방 할퀴는 동시에 PC방에 패키지게임이 돌아온 한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PC방 태동기에는 <스타크래프트>, <레인보우식스>, <디아블로>, <하프라이프> 등 패키지게임 박스를 한무더기로 찾아볼 수 있었지만 21세기 온라인게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광경은 인터넷 짤방에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태동 이후 20년의 세월이 흐르자 온라인게임만으로 PC 가동률을 지탱하기 어려운 시점에 다다랐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해결사로 거론되며 그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받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PC방에서 밀려난 패키지게임이다.

패키지게임? 한국 PC방에서만 망한거야
한국 게임 시장은 <리니지>의 성공 이후 MMORPG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고, 수많은 게임사들이 MMORPG로 상징되는 온라인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PC방에 패키지게임의 자리는 없었다. 게임사들은 불법복제에 취약한 패키지게임을 만들 이유가 없었고,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약간 분위기가 달랐다. 온라인게임의 성장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PC방 인프라가 없는 대신 패키지게임과 콘솔게임 등 게임 플랫폼에 다양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성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한국 패키지게임 시장이 완전히 절멸한 기간에도 북미/유럽/일본 지역에서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여기에 패키지게임들을 온라인으로 한데 묶어서 유통하는 스팀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고, 멀티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 게이머들은 유래없이 풍족한 게임의 홍수를 경험하게 된다.

반면, PC방의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신작 온라인게임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데 이 게임들 중 극히 일부가 흥행에 성공한다. 때문에 PC방 인기 순위 상위권 게임들은 거의 바뀌지 않는 가운데, 게임시장의 중심이 모바일게임으로 완전히 넘어간 터라 활력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또 한 가지 불행한 사실은 온라인게임이나 패키지게임이나 둘 다 PC게임인데, 현재 패키지게임이 PC방에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트릭스와 더로그 양쪽에서 패키지게임들의 성적이 미비함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패키지게임 이용자들이 PC방을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스타크래프트>도 패키지게임이다!
패키지게임은 PC방 게임 콘텐츠의 스펙트럼을 확대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라는 점 외에도 정량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다. 패키지게임은 한 번 구매를 하고나면 평생을 사용해도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최고의 효자다.

지난 2017년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를 두고 PC방 업계가 난리가 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98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PC방 인기 순위 TOP10 밖으로 밀려나지 않은 신화적 게임이 갑자기 과금모델을 바꿔버리니 PC방 업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스타크래프트>가 보여준 기록적 흥행과 기습적 과금모델 변경은 극도로 희귀한 경우이며, PC방 업주들도 그동안 ‘차세대 스타크래프트’의 떡잎을 찾아 수많은 패키지게임들을 물색했지만 <스타크래프트>의 발 끝에 미친 게임도 없었다. 심지어 정식 후속작조차 전작의 후광 속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다.

한편, 이렇게 패키지게임을 PC방에 도입해보려는 시도는 과거의 유산 정도로 남을 전망이다. PC방에 대박을 치는 패키지게임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개인 라이선스를 구매해 PC에 설치하고 영업하는 행위 자체를 약관에서 금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그거 불법입니다
이제는 과거의 편린으로 남아있는 하드업체의 ‘서비스’도 패키지게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년 전 PC방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레프트4데드>, <문명5>가 ‘서비스’라는 미명 하에 PC방 하드에 설치된 불법복제 버전이다.

지금이야 노하드시스템이 PC 관리 솔루션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PC방은 마스터하드를 제작해 복사하는 단계였다. 전국적으로 매장 숫자도 많고 이 작업이 워낙 번거롭고 매장별 특수성을 반영하다보니 PC방 마스터하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있을 정도였다.

이 당시 패키지게임 유통사들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법무법인을 통해 무작위 PC방에 형사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어떤 PC방 업주들은 다급하게 게임을 삭제했지만 또 어떤 PC방 업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PC에 깔린 불법복제 게임과 마스터하드 업체의 고객관리 서비스라는 설명에 당황함을 느껴야 했다.

또한 PC방 고객이 ‘크랙’ 버전을 설치하고 플레이할 경우 이를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 당시 법무법인들은 저작권 행사라는 이름으로 소상공인에게 묻지마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시도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심지어 증거자료라고 제시한 영상 속 PC방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매장을 겁박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제 PC방 패키지게임 시즌2 시작?
패키지게임과 PC방이 공생하려는 시도에서 생겨난 모든 잡음을 투박하게 정리하자면 양자를 아우르는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PC방 업계는 이 어색한 게임들을 어떻게 소화할지 몰랐고, 외국계 게임사들은 PC방에서 돈만 벌고 싶은 생각에 괴상한 정책을 무리하게 적용하려 들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전혀 다른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패키지게임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팀(Steam)이 PC방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플레이위드는 PC방 업주와 스팀을 연결한다는 골자로 ‘스팀 PC Cafe(스팀 PC방)’ 공개시범서비스(OBT)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루니미디어도 ‘루니파크’라는 브랜드로 PC방에 패키지게임을 유통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플레이위드의 스팀 PC방과 루니미디어의 루니파크는 게임업계 베테랑으로 구성됐을 뿐만 아니라 한국 PC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두 업체 모두 연내 본격적으로 PC방을 공략할 예정이라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업계에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플레이위드와 루니미디어는 패키지게임을 PC방에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업의 결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플레이위드는 밸브코퍼레이션과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한국 PC방에 스팀의 PC방 서비스를 연결했다. PC방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원활하게 스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가맹 서비스다.

당초 상반기로 예정된 런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정이 연기됐지만 지난달부터 OBT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해를 넘기지 않고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루니미디어는 PC방에 패키지게임을 직접적으로 유통한다. 자체 개발한 플랫폼 루니파크를 통해 국내외 게임사의 패키지게임 타이틀을 전국 PC방에 보급한다는 그림이다. PC방 이용자들은 게임을 구매하지 않아도 PC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루니미디어 박보성 대표는 글로벌 게임사 테이크투인터랙티브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퍼블리싱 레이블 2K표 타이틀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니미디어는 최대한 많은 게임사들과 협력해 다양한 게임 타이틀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마치며
현재 스팀 PC방' 및 '루니파크'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채널로 확보한 서로 다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 두 플랫폼 모두 완전하지는 않지만 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PC방에서 패키지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국내 개발사가 선보이는 온라인게임은 1년에 평균 1개를 겨우 넘을 만큼 신작이 드물고, 출시된다 하더라도 흥행 실패 확률이 더 높다보니 사실상 2~3년에 1개 정도가 PC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주소다.

결국 ‘스팀 PC방’과 ‘루니파크’와 같이 패키지게임을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플랫폼의 대두는 PC방에게 콘텐츠 간척지와 같다. 스팀 PC방과 루니파크가 어떤 토지를 만들어나갈지 지켜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