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0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PC방 전문 미디어 기자로 활동해 오면서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 PC방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에서는 PC방 업계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소관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차 PC방이라는 업종에 대한 관심을 접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정부, 정치권, 기관, 기업, 관련 단체 등의 관심은 한 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 이들의 관심을 받는 업종은 해당 업종의 관계자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를 낳기도 하고, 관심이 없는 업종은 규제일변도 정책을 맞게 된다.

관심의 정도에 따라 정책적 혜택을 볼 수도,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PC방 전면금연화의 경우 PC방 업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끝에 다른 업종과 달리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외조항은 오히려 다른 업종보다 시행이 빨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는 PC방 전면금연화의 시행 시점을 2년 간 유예한 대신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에는 시행규칙에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더 줬다. 결과적으로 PC방은 다른 업종보다 1년 6개월이나 더 빨리 시행된 것이다. 또 다른 업종은 면적에 따라 시행 시점에 차이를 뒀지만 PC방은 시행 당시 면적이 고려되지 않았다. 영세 업소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는 영악한 청소년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PC방이 제외되기도 했다. 법안의 내용은 청소년이 신분증 등을 위조해 청소년보호법 관련 위반으로 적발됐을 경우 처벌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그동안 PC방 업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당 법률에서는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각 업종에 해당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업종을 구분하고 개별적인 법률이 개정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식약처가 관련 내용을 담아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면서 식당 등에 개정 내용이 적용됐다. 하지만 문화부는 관련 내용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PC방 청소년 출입 기준을 통일하는 법안도 PC방 업계에서 주도적으로 나서 19대 국회에 발의했지만 무관심 속에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검토보고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리적 문제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개정할 수도 있는 사안이 됐지만 정부가 움직여 줄 것이냐는 의문이 따라 붙는다.

특히 최근에는 PC방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요소들이 상당수 발견되기도 했다. 숙박업소에서는 호실마다 PC를 2대씩 설치해 운영하는가 하면, 직접적으로 게임물을 설치해 제공하고 심지어 PC방 프리미엄 혜택까지 적용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정부가 숙박업소의 불법영업에 대한 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사이 PC방에 올 손님이 모텔로 몰려가고 있던 것이다.

정부, 국회, 기관, 기업, 관련 단체 등의 무관심은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PC방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PC방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반면에 PC방과 함께 대표적인 자영업종 중 하나인 편의점이나 당구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편의점은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당구장은 다양한 정책적 혜택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이 같은 결과는 당장 PC방 협단체가 지난 수년 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물론 단체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PC방 업주 개개인에도 책임이 있다. 현재 PC방 업계에는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라는 두 개의 단체가 있지만 이들 모두 영업환경 악화와 업계 규모 축소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로부터 다양한 정책적 혜택과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고 정치권의 법률적 지원까지 이끌어냈던 모 업종의 유명 단체장은 공개 석상에서 이 같이 말했다. “내가 힘들다고 떼를 쓰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PC방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PC방 협단체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