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0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은 대부분 자영업이고 PC방 업주는 자영업자다. 자영업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해 장사고, 자영업자는 장사꾼이다. 결국 PC방 업주는 한강물을 팔아서라도 이윤을 남겨야 하는 장사꾼인 것이다.

필자는 연로한 지인으로부터 일명 ‘바나나론’을 들은 바 있다. “내가 바나나의 질을 아무리 높여도 결국 그 것은 바나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똑같은 바나나를 나 보다 더 많이 팔고 있다. 무엇을 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장사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설명하는 이론은 무수히 많지만 이 ‘바바나론’이 PC방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PC방은 아무리 변화를 주려해도 결국 PC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어떻게 손님을 더 오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휴게음식점 도입도 결국 PC방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과거 단순히 먹거리를 강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당구장이나 만화방을 결합하는 시도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냥 PC방이다. PC방은 무엇을 접목하든 PC방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휴게음식점이 없어도 되고 당구장이나 만화방을 결합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않더라도 PC방이라는 업종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시설만 갖추고 있다면 영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더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해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법에 있어서는 PC방마다 차이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에만 충실하면 대박 PC방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의 월급쟁이 이상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통념이다. 다만 이 기본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까지 수많은 PC방을 방문해 느낀 점은 장사가 안 되는 PC방은 분명히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있었고, 장사가 잘되는 소위 대박 PC방은 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같은 차이는 단지 규모의 차이나 시설적인 차이에만 있지 않다. 대부분은 기본에서 차이가 났다.

이 기본이라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 손님이 불결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밝고 쾌적한 분위기여야 한다. 악취가 없고 깨끗한 화장실을 갖추어야 한다. 비록 흡연실이라도 밝고 깨끗해야 하며 옷에 냄새가 배지 않아야 한다.

장사가 안 되는 PC방은 이 기본 중에 반드시 하나 이상이 빠져있었다. 흡연실 재떨이에 꽁초가 수북하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했다. 새롭게 리모델링을 하고도 손님에게 친절하지 않고 화장실이 더러웠다.

또 장사가 안 되는 PC방은 먹거리 조리와 판매 과정이 불결하고 아르바이트 근무자들이 손님들에게 불친절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계산을 위해 카운터에 가면 한 동안 근무자를 기다려야하기 일쑤였고, 무엇보다 업주가 PC방에 애정이 없고 매장을 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 같은 마음가짐은 매장 상태와 매출에 그대로 반영돼 티가 났다.

반대로 대박 PC방은 어떨까? 지금까지 만나 본 일명 선수들 중 한 명은 화장실과 매장 청소를 아르바이트 근무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했다. 또 어떤 PC방 업주는 단 한 번도 거스름돈을 손님에게 한 손으로 준 적이 없다. 지폐든 동전이든 무조건 두 손으로 손님에게 건네고 가볍게 목례까지 했다. 이 PC방의 모든 근무자들은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있었다.

또 어떤 PC방 업주는 아르바이트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채용해 소속감을 높이면서 그만한 대우를 해주고 있었고, 또 다른 PC방 업주는 단 하루도 매장을 방문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개인적인 일이 있더라도 꼭 반드시 매장을 들러 살핀 후 이동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PC방 업주는 ‘천직’이라며 죽을 때까지 PC방을 운영하겠다는 업주였다. 이런 각오는 ‘대박 PC방’과 ‘선수’라는 별명을 그에게 만들어줬다.

물론 장사가 안 되는 PC방과 대박 PC방의 차이점 중 시설적인 면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두 PC방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기본이 안 된 PC방은 장사가 안 되니 갈수록 투자 여력이 부족해지는 것이고, 소위 대박 PC방은 보다 많은 수익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바나나론’은 이 같은 기본의 차이를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이야기다. 장사가 안 되는 PC방 업주들은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외부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 공통적으로 푸념을 많이 했다. 그리고 같은 조건에서 누군가는 ‘바나나’를 더 많이 팔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진정한 장사꾼의 길은 나와 나 보다 많이 파는 사람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차이를 좁혀 결국 역전시키는 것이다.

오늘도 장사가 안 돼 고민하고 있다면 모두가 장사가 안 되는 것이 맞는지, 같은 조건에서 나 보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없는지, 장사가 잘 되는 PC방이 있다면 나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바나나론’이며, 비수기로 접어든 3월에 꼭 필요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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