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2월호(통권 3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게임 순위 TOP10에 젊은 피가 수혈됐다. 지난달 19일부터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로 서비스를 시작한 ‘팔월드’가 그 젊은 피다. 루키 게임이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하고, 이 중 일부가 큰 인기를 얻는데 성공하고, PC방 게이머에게도 새로운 자극으로 역할을 하고, PC방은 신규 이용자층를 창출하는 그림이 벌써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런 차원에서 ‘팔월드’는 PC방에 정말 반가운 신입이다.

지난달 23일 PC방 통계 서비스 더로그에 ‘팔월드’라는 게임이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첫날 순위는 11위, 바로 다음 날 TOP10에 입성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약 20년 동안 PC방 TOP10 안에서 활약한 ‘던전앤파이터’를 넘어선 것이다. PC방 업계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팔월드’의 등장이 얼마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는지는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가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수년 동안 PC방 게임 점유율 순위는 꽉 막힌 혈관이나 다름없었다. ‘리그오브레전드’가 점유율 40%대로 선두를 달리고 ‘FC 온라인’이 점유율 10% 전후로 뒤따른다. 그리고 ‘발로란트’, ‘서든어택’,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로스트아크’, ‘메이플스토리’, ‘스타크래프트’, ‘던전앤파이터’가 나머지 여덟 자리를 채운다. 이 조합이 워낙 오래돼 경력이 좀 있는 PC방 업주라면 자다가 일어나도 술술 외울 지경이다.

문제는 TOP10 말석에 자리한 ‘던전앤파이터’의 점유율이 1% 남짓인데, 그동안 1%를 넘기는 게임이 등장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다. 신작 게임이 PC방에서 흥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케 하는 동시에 PC방 업주가 신작 게임 유저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도 짐작케 한다.

슈퍼루키 ‘팔월드’의 충격적인 PC방 데뷔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단 집객력을 가진 전혀 새로운 게임의 등장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팔월드’는 기존의 TOP10 게임들과는 장르부터가 다르고, 이는 PC 가동률 상승에 이상적인 요인이다. FPS게임이나 축구게임 혹은 AOS 신작이 인기를 끈다면 신규 고객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또한 ‘팔월드’는 PC방 업계에 익숙한 게임사인 넥슨이나 라이엇게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스팀이라는 변방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아직까지는 국내 정식 퍼블리셔가 없고, PC방 상용화 계획도 없는 순수 무과금 게임이다. 이 덕분에 ‘팔월드’ 이용객이 늘어나면 PC방 매출의 순도가 높아진다.

과거 사례를 떠올려보면 국내 유수의 게임사들이 개발사 포켓페어에 접촉해 한국 PC방 퍼블리싱을 타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팔월드’가 무과금 게임인 지금이 집객에 역량을 투입해야 할 시기다. ‘배틀필드3’, ‘몬스터헌터 월드’,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초기에 가공할 인기를 구가할 때 이런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 매장 운영에 반영했던 영민한 PC방 업주들을 교본으로 삼아야 한다.

‘팔월드’는 PC방에서 플레이해도 주어지는 혜택이 전무하다. 따라서 집에서 즐기는 게이머의 비율이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억측일 수 있지만 지난달 PC 가동률이 기대 이하의 수준을 맴돌던 원인 중 집에서 ‘팔월드’를 즐기는 게이머의 증가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월드’가 TOP10까지 올라왔으니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도록 PC방의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팔월드’는 PC방 업주가 노하드솔루션 업체의 역량을 파악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도 했다. 사실 노하드 업체가 고객인 PC방 업주에게 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평소에 큰 문제가 없다면 업체와의 관계를 고려해 유지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팔월드’와 같은 돌발 상황은 노하드 업체 변경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하드 업체가 이슈가 될 만한 게임을 예의주시하다가 재빨리 PC방 서버에 설치했다면 타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팔월드’ 같은 게임이 등장했을 때는 각 매장의 가동률이 노하드 업체로 인해 갈리고, 성수기답지 않은 연초를 보내고 있는 PC방 업주는 그 가동를 격차를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런 센세이셔널한 인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도 관건이다. 그동안 PC방에서 순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등장했던 다크호스들은 깜짝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깜짝 성적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형 게임사들의 기대 신작들도 출시 초기에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다가 서서히 명성에 걸맞지 않은 순위로 내려간 경우가 허다하다.

‘팔월드’가 PC방에 불러일으킨 새바람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들뜰 필요도 없어 보인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슈퍼루키의 퍼포먼스를 지켜볼 일이다. 단골들에게 슬쩍 권해보는 것은 선택.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