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9월호(통권 39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주들은 피곤하다. 넥슨과 라이엇게임즈가 서로 다른 장단을 연주하는 통에 춤을 추기가 여간 곤란하기 때문이다. 원격 접속 프로그램에 대한 두 게임사의 시각과 입장이 극단적으로 달라 PC방 업주들은 그 사이에서 난감하기만 하다.

쌍두마차인데 두 말이 정반대로
지난 8월 15일 기준 게임사별 PC방 점유율을 살펴보면 넥슨,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3사가 약 9할에 육박했다.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넥슨 39.69%, 라이엇게임즈 39.55%다.

3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PC방 TOP10에 2개의 타이틀을 올린 유력 게임사로, 점유율은 8.82%에 달하지만 앞선 둘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하다. 이처럼 넥슨과 라이엇게임즈는 PC방 양대산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게임사로, PC방은 이 둘만 가맹해도 게이머 손님 대응에 차질이 없다.

문제는 두 게임사의 PC방 정책이 상충한다는 점이다. 넥슨은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가맹 약관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지피방과의 연동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지속적으로 PC방 업주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있다.

반대로 라이엇게임즈는 PC방 업주들을 상대하는 고객센터 운영에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게임이 PC방에서 원활히 구동되지 않는다는 문의가 접수되면 ‘팀뷰어’를 이용해 PC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넥슨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재하겠다”
넥슨표 온라인게임들은 지난 8월 PC방 이벤트를 진행했고, 일부는 이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 PC방 인기 게임 외에도 넥슨표 게임들은 상시적인 PC방 혜택과 정기적인 PC방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넥슨이 지난달 내내 가맹 PC방에 연락해 원격 접속 프로그램 이용 등 비정상 접속 IP에 주의하라고 전했던 이유다. 넥슨의 기본 입장은 PC방 혜택과 이벤트는 업주들이 구입한 정량시간에 포함된 콘텐츠고, PC방이 아닌 곳으로 유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넥슨 고객센터 측은 “원격 접속 프로그램은 온라인게임의 PC방 혜택을 외부로 빼돌리는 손쉬운 수단이 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라며 “PC방 이벤트에 비정상적으로 참여하는 대표적 방식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원격 접속 프로그램 이용과 지피방 이용은 전산상에서 구분할 수 없다는 점도 넥슨이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원인이다. 가맹점 CCTV를 모두 실시간으로 감시하면서 지피방을 제재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 전산기록을 통해 색출하고 있는데,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허용하면 혼선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라이엇게임즈 “이 좋은 걸 왜 안 써?”
라이엇게임즈는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PC방 업주를 상대로한 고객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고객선터는 ‘팀뷰어’를 통해 원격제어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PC방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고객센터 측은 “PC방 사장님들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팀뷰어를 기재한 것이며, 어떤 프로그램이든 상관은 없다”라며 “일일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게임 클라이언트의 원활한 구동을 돕는 원격제어 서비스에 대한 사장님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전했다.

물론 라이엇게임즈는 VPN 지피방을 포함해 미러링 등 원격으로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빼돌리는 비정상 업체와 가맹점에 대한 제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가맹 PC방의 권익 보호를 실천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게이머 개인 계정에 대해서도 제재하고 있다. 지피방 및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사용해 PC방이 아닌 곳에서 프리미엄 혜택을 이용한다면 라이엇 서비스 통신을 재전송하는 미승인 제3자 프로그램 사용행위로 분류하고 있다.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일견 두 게임사는 PC방 점유율을 각각 40%씩 나눠 가진 동류고, 원격 접속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이 이처럼 갈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두 게임사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넥슨은 2000년대 초반부터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강조한 게임사로, 인기 온라인게임의 PC방 혜택을 빼내 가려는 시도들도 숱하게 경험했다. 또한, 자사의 게임 외에도 국내외 크고 작은 게임사들의 PC방 혜택을 책임지고 있다. 총 26종에 달하는 라인업을 하나의 런처로 묶을 수 없는 넥슨은 원격 접속 프로그램과 지피방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파악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비정상 PC방과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손속이 매서운 것은 당연하다.

반면,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와 ‘발로란트’ 뿐이다. 전용 런처를 통해 자사의 게임 소수만을 관리하고, PC 시스템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안티치드 ‘뱅가드’까지 갖추고 있다. 넥슨보다는 여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PC방 혜택을 일신했다지만 지피방 업체에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지 않는 실정은 PC방 혜택이 게이머에게 어필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증이다. 다만 비가맹 PC방에서도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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