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포함한 관리비 청구, 현행법 허점 악용 의심
10여 년간 약 7,000만 원 손해…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현행법의 허점을 노린 상가 건물주가 의도적으로 부풀린 전기료를 청구해 임차인이 큰 손해를 본 사례가 발생했다. 집합건물에서 공과금이 포함된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세부적인 청구내역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PC방을 운영했던 A씨는 지난 2011년부터 10여 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건물에서 쫓겨나게 됐다. 전기료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의심한 A씨가 세부적인 청구내역 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건물주에게 임차료를 내지 않다가 결국 건물인도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가 법원에 정보공개 청구로 얻어 낸 자료를 살펴보니 실제 전기 사용량과 건물주의 주장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실제 전기요금 청구서와 H개발이 수기로 공개한 전기료 산정 내역(사진=독자제공)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실제 전기요금 청구서와 H개발이 수기로 공개한 전기료 산정 내역(사진=독자제공)

실제 증빙 자료가 갖춰지자 건물주 H개발은 전기료 청구내용 일부를 수기로 작성해 공개했는데, 건물 전체의 전기 사용량을 실제 사용량보다 36%가량 적게 사용한 것으로 위조한 후 요금은 그대로 적용해 점포별 개별 단가를 임의로 높였다. 단가가 올라간 탓에 결국 임차인들이 부담해야 할 최종 전기료가 대폭 증가하게 된 것이다.

해당 건물에 입점한 점포 수는 약 60개로, 대부분은 일반 사무용 점포였기 때문에 PC방을 운영하던 A씨의 피해가 유독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첫 임차시기인 2011년부터 10여 년간 입은 피해 금액이 약 7,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A씨는 “처음 전기료가 이상하다고 인지했을 때 제대로 된 증거만 확보했다면 건물에서 쫓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기업과 개인의 싸움이라 절대 쉽지 않겠지만, 사기꾼에게 반드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현행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상가건물의 관리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상태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상가 관리비에 관한 분쟁이 끊이질 않는 점을 두고 이를 바로잡고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최근까지도 소관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22대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될 공산이 크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상가건물의 관리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근거 기준 역시 미비해 관리비 산정에 오류 발생이 잦아 분쟁이 끊이질 않는 실정”이라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요청할 경우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도록 개정해 임차인의 알권리 보장과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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