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6월호(통권 39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는 오랜 기간 쓰이지 않고 방치된 공간이 있다. 당초 10호선과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으나 계획이 무산된 탓에 각종 괴담이 흘러나오는 공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블리자드는 ‘디아블로4(이하 디아4)’의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바로 이곳을 택했다.

세간에 공개된 ‘디아4’ 세계관은 악마의 딸 릴리트의 강림으로 혼돈에 빠진 성역을 묘사했다. 지난달 영등포시장역에 조성된 관람 프로그램 ‘헬스테이션’은 이러한 ‘디아4’의 암울한 세계관을 제대로 구현했다. 피와 공포, 그리고 릴리트를 암시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헬스테이션을 직접 찾아가봤다.

헬스테이션에 입장하기 전 영등포시장역 개찰구 옆에 마련된 대기소에서 진행요원의 간략한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미스터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직접 현장으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진입해야 한다는 설정이었다. 일반 관람객이 아닌 기자들 앞이었지만 진행요원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헬스테이션은 총 7개 구획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진입로인 피의 꽃길에는 릴리트를 연상케 하는 꽃잎이 바닥을 수놓고 있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어 벽면과 바닥에 피로 새겨진 정체 모를 메시지들과 곳곳의 시체 토막들이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손전등을 비추지 않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공포감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이윽고 마주한 핏빛 도살장에는 시체를 거꾸로 매달아 놓은 조형물이 시선을 빼앗았으며, 곳곳에 낭자한 피와 신체 일부분들은 간이 작은 기자가 감당하기에 다소 벅찼다. 뜻 모를 문양이 새겨있는 마법책도 한쪽에 자리했지만 집중해서 살필 여력이 없었다.

다시 어두운 통로를 지나 찾을 수 있는 피의 제단은 가히 압권이었다. 릴리트가 강림하는 모습을 담은 ‘디아4’ 시네마틱 영상에서 보았던 마법진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특히 제단 위에 놓인 시체를 통해 피가 이어져 마법진이 발동되는 연출은 ‘디아4’ 팬들이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영상 속 명대사인 “세 명이 오리라”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제단이 발동된 후 나타나는 릴리트 조각상과 지옥 포털도 시선을 한 번에 잡기 충분했다. 릴리트 조각상 구역은 ‘디아4’ 초반 스토리에서 접하게 되는 작은 성당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고, 지옥 포털 역시 ‘디아블로’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 포털이었다.

포토존을 찾는 관람객이라면 지옥 포털이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게임 속에서 포털을 타듯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촬영 삼매경에 빠지기 전 알 수 없는 경고음을 통해 현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어 많은 아쉬움이 따랐다. 관람객들을 밖으로 인도하던 진행요원의 진지한 연기는 애석하게도 웃음을 자아냈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블리자드가 신작 출시에 앞서 마련했던 이벤트는 언제나 국내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번 헬스테이션 역시 ‘디아블로’ 팬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헬스테이션은 6월 11일부로 문을 닫는다. 관심이 있다면 그 전에 시간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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