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4월호(통권 3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까지 컴퓨터 키보드의 전부나 다름없었던 기계식 키보드는 당시 획기적으로 가볍고 저렴한 가격대의 멤브레인 방식이 등장하면서 잠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후 2010년대부터 스위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게이밍 키보드는 ‘기계식’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기계식 키보드가 여러 이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지금은 다양한 방식의 키보드가 성능의 상향평준화로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이밍 기어 제조사 로캣(ROCCAT)의 ‘마그마 미니’는 전작 ‘마그마’의 미니 버전으로, 멤브레인 방식을 채택한 게이밍 키보드다. 텐키리스 폼팩터보다 작고 일반 키보드의 문자 자판 5열이 전부인 미니 사이즈의 마그마 미니는 가로 길이가 308mm로 풀사이즈 키보드보다 30% 짧아 마우스의 가동 범위를 그만큼 넓힐 수 있다.

작고 가볍고 화려한 미니 키보드
마그마 미니는 상부 하우징이 키캡을 가리지 않는 비키 타입 키보드다. 10개의 LED가 흰색의 상판 전체에 1,680만 컬러의 RGB 라이트를 부드럽게 빛내 스스로 게이밍 기어란 점을 뽐낸다. 상부가 열려 있지만 IP33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으로 물이나 음료를 쏟아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미니 사이즈는 상단 기능 키와 숫자키패드, 기능키 등이 없어 일반적인 업무용으로는 사용이 쉽지 않다. 인서트, 페이지업, 딜리트 등 대부분의 기능은 오른쪽 하단의 펑션키로 쓸 수는 있지만, 마그마 미니는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게임 전용 키보드로 봐야 한다.

멤브레인 타입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마그마 미니가 극복하게 도와줄 수 있다. 입력 지점이 중간에 있어 타건에 따른 반응성이 좋고, 1,000Hz의 폴링레이트는 기계식 키보드와 똑같이 빠르다. 과거의 멤브레인 키보드는 동시입력이 어려워 게임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마그마 미니는 안티고스팅 기능으로 최대 20개의 키가 동시 입력된다. 이 부분은 기자가 리듬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최소 6개의 키가 동시입력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옆에서 보면 키 배치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옆에서 보면 키 배치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써보자
기자에게는 게이밍 기어를 테스트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업무시간 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게임 테스트 전에 본 기사의 전문을 마그마 미니로 작성해 봤는데, 원고 작성 중 자주 사용하는 키 대부분이 다른 키와 겹쳐 있어 펑션 키를 써가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로 마그마 미니와 같은 미니 사이즈 키보드는 메인 키보드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만 활용하는 서브 키보드로서 더 빛날 수 있다.

마그마 미니를 이용해 리듬 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와 FPS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해 봤다.(사실 ‘배틀그라운드’는 타건감 경험에 그리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 시간가량 제품 테스트를 빙자한 게임을 즐기기에는 제격이다) 기존에 쓰던 풀사이즈 키보드와 측면과 하단 폭이 달라 적응에 약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세 경기째 접어드니 기계식 키보드와 다르지 않은 반응속도와 더불어 획기적으로 조용한 타건음이 의외로 매력적이었다.

리듬게임 플레이에서 마그마 미니의 의외의 저력이 드러났다. 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체리 갈축 스위치 키보드는 2분이 채 안 되는 곡을 몇 곡 플레이하다 보면 손가락과 손목이 피로한데, 가벼운 멤브레인 방식의 마그마 미니는 10여 곡을 연달아 플레이해도 피로감이 쉬 들지 않았다. 또한, 기계식 키보드에 준하는 반응속도는 기존의 정확도 기록에 근접하거나 때로는 신기록을 수립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물론 13~14레벨 이상의 SC 난이도 곡은 기계식 키보드나 마그마 미니나 마찬가지로 클리어조차 버거웠다)

여기에 로캣의 소프트웨어 ‘스웜’을 다운로드받으면 5개 구역으로 나뉜 LED 컬러를 사용자가 원하는 톤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또한, 이지쉬프트 기능을 활용해 개별 키에 매크로를 설정하면 특정 웹브라우저 열기, 게임 내 복합키 지정 등 다양한 2차 키 활용이 가능해진다.

마그마 미니 정도의 크기라면 어느 PC에나 세컨드 키보드로 배치해도 부담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PC방에는 예의 로지텍 G102와 함께 마우스를 2개 배치하는 곳이 많은데, 아직 2개의 키보드를 제공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범용성을 위한 풀사이즈 키보드와 함께 최소한의 공간에서 제 역할을 하는 미니 키보드를 더해 색다른 시스템을 꾸미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듀얼 키보드에 대한 내용은 오른쪽 33페이지의 특집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풀사이즈 키보드에 비해 60% 크기에 불과한 아담 사이즈
풀사이즈 키보드에 비해 60% 크기에 불과한 아담 사이즈
대부분의 기능 키가 겹쳐 있어 업무용으로 쓰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기능 키가 겹쳐 있어 업무용으로 쓰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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