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8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미 7,000개 선이 붕괴됐다” PC방 업계 안팎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다. 7,000개란 PC방 개체 수를 말하는데, 내년에는 6,000개 선이 붕괴될 거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사실 대량 폐업 사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 손실보상이 처음 언급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는 PC방 업계에 상당히 큰 타격을 줬다. 누구도 이처럼 길어질 거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에 대항하면서도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했던 것이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간다. 매출이 줄어드니 투자 여력은 부족해졌고 경쟁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대량 폐업 사태를 막은 것이 손실보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폐업을 결심했지만 정부 지원금이라도 받은 후에 폐업하자는 업주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영업제한 조치 해제와 손실보전금 등이 지급된 후 폐업이 더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다만, 이제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던 PC방 업주들이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 2022년도 1분기 손실보상은 이미 끝났고, 2분기 손실보상은 4월 1일부터 17일까지 17일치에 불과하다. 이 절차가 모두 끝나면 소급적용 정도가 남는다.

그러나 소급적용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손실보상과 관련한 예산을 단 한 푼도 넣지 않았다. 인용 확률이 매우 낮은 헌재 결정을 제외하면 정부 지원금은 끝났다.

매매 시장도 크게 위축돼 눈먼 임자를 만나기도 어렵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매매 성사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따금 겨우 폐업 비용 정도로 매매가 성사되긴 하는데 이마저도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제 폐업을 결정할 것인가?

아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이제 폐업을 결정해도 무방한 시기가 됐다. 디도스와 같은 외부 요인들, 고객 응대 스트레스, 알바 스트레스, 24시간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해보고 싶었던, 할 수 있었던, 해야만 했던 모든 일에 열정을 쏟아내 후회 없이 폐업을 결정한 것이 맞냐고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장사가 안돼 폐업을 결정하는 것이 맞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녕 모든 것을 쏟아낸 것이 맞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사의 기본인 고객의 니즈를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가성비의 기준을 고객이 아닌 나에게 맞춰왔던 것은 아닌지, 시설이 낙후된 것이 아니라 청소를 안 한 것은 아닌지, 트렌드에 편승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나 편한 대로 운영한 것은 아닌지, 번아웃과 매너리즘 때문은 아닌지, 마땅한 대안도 없으면서 만성 스트레스 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상위 1%의 PC방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고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고 알바가 없으면 가족·지인들이라도 동원해야 했다. 불편하고 번거롭고 귀찮아서 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시도해 보고, 상위 1% PC방을 직접 찾아가 ‘따라하기’를 해야 했다.

내 매장 단골손님의 니즈만 파악하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전국 상위 상권을 찾아 치열한 경쟁 속을 들여다보며 최신 트렌드를 눈으로 보고 몸소 체험하며 내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어떻게 응용하고 활용할지 고민해야 했다.

혹시라도 손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어둡고 침침하고 냄새나고 묵은 때들을 외면하면서 청소에는 자신있다고 자만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옆에 새로 오픈한 PC방과 동일한 청결도가 아니라면 단골이었던 고객도 발길 돌리는 건 한순간이다. 시설이 불리하면 깨끗하기라도 해야 한다.

유튜브와 방송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위 PC방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몸이 안 좋아서” 등 온갖 핑계를 대며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도태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폐업은 결국 실패다. 쉽고 편한 일은 세상에 없다. 적당히 일해서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자는 생각이 먹히는 세상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절실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60%가 동종업종으로 재창업을 희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극소수만 실현 가능하다고 한다. 같은 코로나19 시절을 겪고 있는 그 어느 매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손님을 토해내고 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