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38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비하하는 표현 중 하나로 ‘냄비’라는 단어가 종종 쓰인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처럼 이슈가 발생했을 때 들불처럼 확 일어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드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PC방 업계에서는 이 같은 냄비근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PC방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현안들이 일부 해결 국면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나마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서 청소년의 기준이 달라 매년 초 혼란이 발생했던 문제는 올해가 마지막이 됐다. 또 고객이 게임 이용등급을 위반하더라도 업주가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두 내용 모두 게임법 개정안에 담겨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단락됐다. PC방 업주들과 단체가 적극 개입한 결과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마련하고 있거나 입법을 준비 중인 사안들이 수없이 많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도 있다.

우선 여성가족부는 PC방을 청소년고용금지 시설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도 학원 건물 내 PC방과 휴게음식점업을 결합한 형태의 복합유통게임제공업을 허용키로 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지난달 하태경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전부개정안에는 PC방과 사행성게임장을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사행성게임장과 한데 묶여 있어 다양한 규제는 물론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해당 법안이 처리되면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무렵부터 시작돼 올해 설 연휴에 정점을 찍은 LG유플러스 디도스 사태도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후속 대책과 보상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지만, 재발 방지책과 불공정한 이용약관 개정은 계획만 있을 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중 통신사의 이용약관 개정은 그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손해배상 규정인데, 현행 약관에는 최소 2시간 이상 장애가 발생해야만 발동된다. 단 1분만 장애가 발생해도 고객들이 대거 이탈해 심각한 타격을 입는 PC방 입장에서는 대폭 개선되어야 할 조항이다.

상기한 내용들은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빠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부추겨야 하는 사안들이다. 반면에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서야 하는 일들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일명 ‘정화구역’으로 불리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을 현행 200미터에서 500미터로 늘리고 해당 구역 내 PC방 입점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서는 사행성게임장을 근절하는 것이 목표라 얘기하고, 일부 업주들은 매장 권리금이 오를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PC방 산업의 확장과 이미지 제고는 물 건너간다.

숙박업소에서 게이밍PC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심지어 합법화하려는 움직임도 꼭 막아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PC방이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허덕일 때 그 틈을 비집고 활성화된 게임텔은 이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최근에는 강원도 한 펜션이 PC방과 같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등록해 적지 않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PC방 업계에는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와 현안이 쌓여있고, 서둘러 방어해야 하는 외부의 공격도 존재한다. 다행히도 일부 규제들은 정부 정책과 국회 입법으로 해결 가능성이 열렸지만, 당사자들이 관심을 갖고 재촉하지 않으면 처리가 더딜 수밖에 없다.

청소년고용금지업종 해제와 더불어 사행성게임장과의 법적 분리가 실현된다면 PC방의 이미지 제고 효과는 물론 현행 200미터로 설정되어 있는 학교환경보호구역 내 PC방 입점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이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게임텔과 이들의 합법화 시도를 묵과한다면, 머지않아 PC방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숙박업계에서는 전국에 약 10만 개의 숙박업소, 100만 개의 객실이 있다고 추정한다. 이 객실에 게이밍PC가 2대씩만 들어가도 총 200만 대다. 현재 PC방 업계에서 운용 중인 PC는 대략 58만 대로, 4배에 달한다.

규모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할 수 있는 PC방 업계에는 바람 잘 날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슈가 발생한다. 그때마다 PC방 업주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자기주장과 해결 방법을 제시하곤 하는데, 문제는 그 기세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발목을 잡는 악재는 한없이 길어지고, 호재는 금방 끝나버리는 패턴이 반복된다. 어떤 사안이든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로 끝장을 봐야 하지만 그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쉽게 끓고 쉽게 식는 냄비가 아니라 뭉근한 가마솥이 되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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