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8월호(통권 38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게임중독)를 정식 질병코드로 등록한 지난 2019년 이후 국내에서는 이를 둘러싼 수많은 갈등이 이어져 왔다.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적극적인 의료계와 이를 막기 위한 산업계의 갈등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게임시설제공업인 PC방은 질병코드 국내 도입 갈등에 있어 당사자에 속한다. 자칫 정신질환자를 양성하는 산업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질 우려도 있다. 게임중독에 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 갈등은 지난 2019년 WHO가 게임중독을 정식 질병코드로 등재한 것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국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이른바 4대 중독법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국내 게이머를 비롯해 관련 산업계는 발칵 뒤집히게 된다. 당시 4대 중독법에서는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 등과 동일선상에 놓으며 뿌리를 뽑아야 할 4대 악으로 규정했다.

4대 중독법을 둘러싼 공방 속에서 당시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의진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은 빈약한 논리로 법안 발의에 대한 정당성을 찾고자 했으나, 19대 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여론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의료계와 일부 종교계가 아쉬운 입장을 내놨지만, 4대 중독법은 자연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던 게임중독 갈등은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17년 WHO의 질병코드 등록 예고를 기점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전 세계 게이머와 관련 산업계의 우려 속에도 2019년 WHO는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정식 등재했고, 도박중독과 같은 중독성 행위 장애로 분류했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에 따라 회원국은 이를 수용할지 배제할 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하는 2025년까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할지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지난 2019년 국내 게임산업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지난 2019년 국내 게임산업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고민해야
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발간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게임중독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첫해에 게임 관련 산업 규모의 20%가 축소되며, 이듬해에 추가로 약 24%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산업 규모를 총 20조 원으로 가정할 경우 2년간 총 8.8조 원 가량의 산업 규모가 증발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PC방 역시 매출 하락 등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사회적 인식 저하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콘진원의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 2년간 WHO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려하기 위해 게임 이용을 권장한 것을 두고 이중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WHO가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를 명확한 근거 없이 진행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한편, 지난 7월 콘진원 주도로 진행된 ‘게임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에서는 게임 과몰입 현상이 대부분 1년 내 정상 범위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한성대학교 조문석 교수는 “게임 이용의 과몰입 형태라는 것은 일시적 현상으로, TV 시청이나 독서, 영화 감상 같은 취미 생활에 몰입하는 경향과 유사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KCD 개정까지 앞으로 3년여의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PC방 산업의 미래가 걸려있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이 어떻게 전개될지 PC방 업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7월 콘진원이 주최한 ‘게임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
지난 7월 콘진원이 주최한 ‘게임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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