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6월호(통권 37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에서 온갖 게임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일등공신은 그래픽카드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더해 가상화폐 채굴 이슈가 더해지면서 그래픽카드는 성능이 아닌 가격으로 기나긴 내홍을 치러 왔다.

지난 2017년은 그 전해에 출시된 GTX10 시리즈가 PC방에 정착하기 시작한 때다. 2016년 <오버워치>, 2017년 <배틀그라운드>가 PC방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PC방에서는 고사양 게임을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본격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기존 엔비디아와 AMD가 양분했던 시장에 인텔이 참전을 예고하면서 전세를 예측하지 못하게 됐다.

GTX에서 RTX, 그리고 다시 GTX
2016년 5월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의 GTX1080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게이머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능에 환호했지만 PC방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에도 PC방에서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가 독식 수준으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LoL>은 FHD 해상도에서 고사양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PC방에서는 GTX750, GTX750Ti, GTX960 정도가 보편적이었고, 심지어 GTX560을 사용하는 PC방도 적지 않았다. GTX10 시리즈 출시 당시에는 1개월 간격으로 2016년 6월 GTX1070, 7월 GTX1060 6GB, 8월 GTX1060 3GB 제품이 순차 출시됐고, 하위 모델인 GTX1050 2종은 10월, 상위 모델인 GTX1080Ti는 2017년 3월에 출시됐다.

PC방의 PC 성능은 흥행게임을 따라간다. 2016년 5월 쇼케이스를 필두로 출시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그리고 2017년 말 출시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로 말미암아 PC 성능의 대대적인 상향이 요구됐고, 출시 당시 평균 가격이 20만 원대 중후반이었던 GTX1060 3GB가 많은 PC방의 선택을 받게 됐다.

GTX1060 3GB는 현재도 적지 않은 PC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현역 그래픽카드다. 쿠다 코어 1,152개를 탑재하고 GDDR5 메모리 3GB를 탑재한 GTX1060 3GB는 <오버워치>를 FHD 해상도 모니터에서 가장 높은 옵션으로 플레이해도 110FPS 이상을 뽑아낼 수 있었고, 레퍼런스 모델의 부스트 클럭이 1,709MHz로 전작 GTX900 시리즈보다 500MHz 이상 높다. 덕분에 당시 비중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던 FHD 144Hz 주사율의 모니터를 통해 FPS 장르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새로운 암페어 아키텍처, 끈질긴 튜링 아키텍처
지난 5년간 그래픽카드의 평균 성능은 꾸준히 향상돼 2021년 1분기에 출시된 RTX3060의 평균 성능은 2016년 3분기의 GTX1060 3GB 대비 2배에 가깝게 높아졌다. 새로운 튜링 아키텍처를 무기로 모델명과 넘버링이 모두 바뀐 RTX20 시리즈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지원하는 최초의 그래픽카드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RTX20 시리즈는 RTX2060, RTX2070, RTX2080 등 3개 라인업으로 출시됐고, 이후 기존의 ‘Ti’가 아니라 ‘SUPER’란 접미사를 가진 파생상품도 출시됐다. 특히 RTX2060 SUPER는 기존 RTX2060보다 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으면서도 VRAM을 6GB에서 8GB로 높이고 메모리 버스 폭도 한 단계 위인 256bit로 강화했다.

그리고 2019년 2월, 많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 문제의 GTX16 시리즈가 출시됐다. 소비자들은 이전 해 출시된 RTX20 시리즈가 GTX 네이밍 그래픽카드를 대체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GTX16 시리즈는 GTX10과 RTX20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고가의 RTX20 그래픽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군이었다. RTX20과 같은 튜링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GTX16 시리즈는 레이트레이싱 코어 대신 FP16 전용 연산 코어를 탑재해 가격을 낮춰 선보였다.

2년여 동안 RTX와 GTX를 오가는 신제품 출시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GTX16 시리즈는 RTX20 시리즈와 같이 SUPER 라인도 선보였고, 시간이 지나며 GTX1660은 SUPER 라인업으로 단일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보급형 범주를 책임질 줄 알았던 GTX1650 SUPER는 당시 가성비 원톱이었던 AMD 라데온 RX570보다 성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GTX16 시리즈의 평가는 ‘뜬금없다’ 정도로 갈무리되고 말았다.

가상화폐 채굴, 희한한 라인업 양산
2020년 9월 RTX3080을 시작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RTX30 시리즈는 데스크톱 게이밍 그래픽카드에서 AMD 라데온 시리즈를 완전히 따돌릴 정도의 성능을 제공했다. 이 상황에서 가상화폐 채굴이란 이슈가 없었다면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더욱 굳건했을 것이다.

2017년에 가상화폐를 그래픽카드로 채굴할 수 있다는 소식에 잠시 GTX10 시리즈의 가격대가 상승했었지만, 생각보다 채굴 열풍은 오래 가지 않았고 가격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다 2018년 이더리움 채굴이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불어닥치면서 본격적으로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과 품귀현상이 이어졌고, 2020년경에는 대부분의 채굴 알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결국 권장가 50만 원대였던 RTX3060Ti가 시세의 2배가 넘는 140만 원대까지 뛰어올랐고, RTX3090은 300만 원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비상식적인 시세가 형성됐다.

2020년 당시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그래픽카드가 채굴업자 대신 게이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채굴 전용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 발발과 이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공급부족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던 때였다. 이 때문에 새로운 암페어 아키텍처 기반의 RTX30 시리즈는 게임 대신 코인을 먼저 만났고, PC방 손님을 비롯한 게이머들에게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게 됐다.

그래픽카드 공급부족이 계속되던 2021년은 게이머들에 있어 악몽의 한해였다. 엔비디아는 계속되는 채굴 대란에 채굴을 위한 해시레이트를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채굴락(LHR)을 모든 그래픽카드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채굴 성능과는 별개로 기존의 라인업에서 벗어나는 소위 ‘변종’도 다수 내놓았는데, 기존 모델에서 VRAM 용량을 높인 파생 상품이었다. RTX2060의 기존 6GB VRAM을 두 배인 12GB로 높인 RTX2060 12GB을 내놓았고, RTX3080은 VRAM 10GB를 12GB로 높였다. 심지어 AMD는 기존에 없었던 X50 라인업을 새로 추가해 라데온 RX6650XT, RX6750XT, RX6950XT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래픽카드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제조사가 아니라 소비자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년여 간 생산량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품귀현상으로 인한 공급가 인상으로 제조사들은 오히려 크게 이익을 보게 됐다. 엔비디아의 2021년 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3% 증가했고, 같은 기간 그래픽카드 제조사 역시 매출 규모가 크게 향상됐다.

여러 이슈가 겹치며 2022년 5월 말 현재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가격은 권장가 +5~10%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지만, 1년 넘게 2배 이상 높아진 가격은 오롯이 소비자가 감당해야 했다. 특히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많게는 100개 이상을 필요로 하는 PC방 입장에서는 이더리움 채굴로 매출 하락을 일부 보전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1년 넘게 견뎌야 했다.

기대되는 삼파전 ‘RTX4060 vs RX7600XT vs A750’
코인 채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시세도 하락하면서 PC방 시장은 채굴로 인한 수익에 점차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도 정상가격이라 할 수 없는 그래픽카드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엔비디아와 AMD의 양강 체제였는데, 이 시점에서 가격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제3의 제조사가 나타났다.

인텔은 지난 2021년 8월 ‘Alchemist’ 아키텍처를 소개하며 데스크톱 그래픽카드 ‘아크(Arc)’의 출시 계획을 알렸다. 비록 처음 출시 계획보다는 다소 늦춰져 아직 첫 제품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제조사가 경쟁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가격 하락 현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PC방에서 주로 채택하는 그래픽카드는 엔트리 모델과 고성능 모델 사이의 보급형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2060, AMD 라데온 RX6600 정도가 현재 시점에서의 마지노선이다. 한 단계 위로 성능 경쟁력을 갖춘다면 RTX3060, RX6600XT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인텔이 선보일 아크 A750은 알려진 하드웨어 사양으로 미루어볼 때 RTX3060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라인업으로 RTX40 시리즈를, AMD는 RX7000 시리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세 제조사의 대략의 출시 일정을 감안할 때 이르면 8월경 RTX40, RX7000, AX50 등 세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비교해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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