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주식화사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게임계에는 ‘배틀로얄’ 붐이 일었다. PC방 업계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원활한 구동을 위해 PC 업그레이드 붐이 일어났고,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배그 PC’를 광고했다. 유사 장르의 게임이 범람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가 발매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게임사들이 ‘배틀로얄’ 장르에 뛰어들었고, 실제로 <배틀그라운드>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경쟁작도 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아직도 ‘PC방 넘버원 배틀로얄’로 군림하고 있다. 왜 다른 경쟁자들이 PC방에서 맥을 못 추는 것일까?

<포트나이트> 한국에선 ‘포기나이트?’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전 세계적 추세로 봤을 때 이미 <배틀그라운드>를 넘어 배틀로얄의 1인자로 자리 잡았다. 게임 리그의 상금 총액은 <리그오브레전드>를 뛰어 넘었으며, 온라인 콘서트를 비롯해 ‘어벤저스’ 시리즈와 콜라보를 진행하는 등 서구권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도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영 ‘아니올시다’다. 유저수 자체가 매우 적고, 특히 PC방 순위는 <배틀그라운드>와 100계단 이상 벌어져 있는 수준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출시 초반 잘못된 홍보 전략으로 유저몰이에 실패했다는 점과 라이트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성이나 그래픽 등을 상당수 희생했다는 점이 꼽힌다. 게임성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배틀그라운드>에 정착한 게이머들이 굳이 <포트나이트>로 이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에이펙스 레전드> 레전드급 운영 미숙
인터넷 개인방송 스트리머들을 통해 화제가 됐던 <에이펙스 레전드>는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침몰해 버렸다. 서울 서버에서만 발생한 치명적인 버그가 고쳐지지 않을 정도로 국내 운영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아예 서울 서버를 도쿄 서버와 통합시켜 버리는 등 서버 문제가 심각했다. 이는 네트워크 딜레이(핑)에 민감한 FPS 게이머들에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불법 프로그램, 속칭 ‘핵’에 대한 대처가 소극적이고 둔중해 문제가 됐다. 부분 유료게임인 <에이펙스 레전드>는 제재 당한 핵 유저가 게임에 복귀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핵을 견디지 못한 유저들이 떠나면서 핵 유저의 비중이 계속 커져갔다.

아울러 서비스 플랫폼인 ‘오리진’의 다운로드 속도도 매우 느렸는데, PC방에 설치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당연히 PC방에서 스스로 <에이펙스 레전드>를 설치해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많지 않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콜오브듀티: 워존> PC방에서 하면 억울해
인피니티워드가 개발하고 블리자드가 PC방에 서비스하는 <콜오브듀티: 워존(이하 워존)>은 가장 위협적이었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리얼리즘 FPS를 표방하기 때문에 <워존>은 캐주얼이나 하이퍼 FPS를 표방하던 경쟁작들 보다는 의식할 만한 적수였다. 실제로 PC방 순위에서도 TOP10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으나 <배틀그라운드>가 PC방에서 쌓은 아성을 무너트리지는 못했다.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의 게임모드가 스탠드얼론 형태로 발매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워존>은 플레이 중 모으는 재화를 통해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에서 사용하던 무기를 불러올 수 있는데, <모던워페어> 유저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무기를 별도 파밍 없이 바로 얻을 수 있지만, <워존>만 즐기는 유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밸런스 문제가 발생하고 이 부분에서 불만이 싹텄다.

<섀도우 아레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검은사막>의 PvP 콘텐츠를 스탠드얼론으로 독립시킨 <섀도우 아레나>는 시작부터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기존 타겟으로 삼은 <검은사막> 유저들은 “그냥 검은사막 PvP를 하지 굳이 섀도우 아레나를 할 이유가 없다”며 외면했고, 직관적이지 못한 시스템과 무너진 캐릭터 간의 밸런스는 얼리 액세스가 진행 중인 스팀에서 ‘복합적’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밸런스 문제와 맞물려 특정 캐릭터를 유료로 판매하는 부분이 더 부정적인 평가를 유도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료 캐릭터에게 패배하면 “내 실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유료 캐릭터를 안 사서 졌다”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섀도우 아레나>가 차후 얼리 액세스 단계의 부정적인 평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헌터스 아레나> 가능성 있지만 검증해봐야
한편,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아프리카’와 ‘트위치 TV’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헌터스 아레나>가 배틀로얄 전쟁에 참전할 예정이다.

<헌터스 아레나>의 특징 중 하나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흔치않은 동양풍 게임이라는 것이다. 과거 ‘무협 배틀그라운드’라고 불리던 <The Swordmen X>가 부족한 완성도와 정상적 플레이가 불가능한 서버 환경으로 실패한 뒤 한동안 동양풍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을 만족시켜줄 게임이 <블레이드앤소울>뿐이던 현실에 <헌터스 아레나>가 단비가 되어 줄 것으로 여겨져 많은 게이머들이 주목하고 있다.

<헌터스 아레나>가 <배틀그라운드>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아직까지 <헌터스 아레나>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시범테스트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식 발매 되거나 최소한 얼리 엑세스가 시작된 후에야 두 게임의 성패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배틀로얄 장르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왕좌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요인 중에는 물론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있었지만, 경쟁작들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스스로 침몰한 것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배틀로얄’ 장르의 인기가 식지 않는 한 경쟁자들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고, <배틀그라운드> 자신도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운영 미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언제 자신이 제친 경쟁자들처럼 PC방 순위에서 <로우바둑이> 밑으로 내려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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