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RPG가 힘 못쓰는 PC방, 그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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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RPG가 힘 못쓰는 PC방, 그 원인은…?
  • 승인 2020.08.30 11:01
  • 박현규 기자
  • reporter@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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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5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때 PC방의 핵심 게임 장르였던 RPG가 기를 펴지 못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당당하게 서비스 개시를 선언한 수많은 RPG들 중 현재 PC방 점유율 10위권 안에 자리한 게임은 두 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막강한 PC방 혜택으로 소수의 유저들을 모으는 것에 가깝다.

RPG 장르의 게임이 점유율 1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절대자가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거리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RPG 장르 타이틀이 2위나 3위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등장 이후 PC방 순위의 상위권은 <오버워치>와 <서든어택>, <배틀그라운드>가 엎치락뒤치락할 뿐이며, 드물게 <메이플스토리>가 이벤트의 힘을 통해 순간적으로 상위권에 진입하는 정도다.

PC방 장타손님을 창출했던 RPG들이 왜 이렇게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을까?

원인은 BM에 있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RPG 약세의 원인은 RPG들이 타겟으로 삼는 소비층과 PC방 주 이용자들 사이에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PC방의 주 이용 연령층은 10대 중반부터 20대 후반의 청년층이지만, 대다수의 국내 MMORPG들은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BM 정책은 ‘Pay to Win’으로, 말 그대로 돈을 지불한 만큼 성장하는 형식이다. 이는 보통 게임 플레이가 무료인 ‘Free to Play’ 형식의 게임에서 주로 나타나는 수익 구조지만, 월정액 등 ‘Pay to Play’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게임들에서 이런 BM 정책을 취하는 경우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국산 RPG게임인 <리니지>의 고액 과금 플레이어들을 일컫는 말이었던 ‘린저씨’가 국산 RPG의 고액 과금 유저들을 일괄적으로 일컫는 단어가 된 것도 이런 현실을 증명한다. 돈을 쓸수록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게임이 국산 RPG 시장의 표준이 된 것이다. 스마트조이 복규동 개발이사는 강연에서 “이러한 BM(과금 중심의 성장 모델)은 20대 남성 게이머들을 주변인으로 만든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PC방의 RPG 약세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결국 국산 RPG게임 개발사들이 설정한 소비층과 PC방 주 이용자층 사이의 괴리가 게이머들로 하여금 PC방에서 RPG를 찾지 않게 만든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리그오브레전드>가 PC방 점유율 1위 장기집권 체제에 돌입한 이후 <리그오브레전드>를 잠시나마 앞지른 게임들인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을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BM 특성상 PC방에서 플레이할 경우 추가적인 과금이 필요하지 않거나 한 번 구매하면 큰 제약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며,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게임인 경우도 많다. 특히 이중 <블레이드앤소울>은 BM 변경 이후 PC방 점유율이 하락하며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PC방 RPG 쇠락의 산 증인 <블레이드앤소울>
<블레이드앤소울>은 BM 변경 후 PC방 점유율은 내려갔으나 수익은 증가한 대표사례다. 초창기 <블레이드앤소울>은 다소 비싼 월 정액제 대신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데 별 다른 제약이 없는 게임이었으며, PC방에서는 정액제 결제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많은 게이머들이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엔씨샵’을 통해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과 함께 ‘캐릭터 슬롯 추가’ 등 정액제 게임에 당연하게 있어야 하는 기능을 판매하기 시작하고, 이벤트는 PC방 플레이를 강제하면서도 월정액 패키지에 뛰어난 성능의 아이템을 끼워 넣는 등 ‘정액제 가입 후 PC방 플레이’가 기본이 되며 점차 인기가 떨어졌다.

이중 특히 월정액 패키지에 고성능 아이템을 포함시킨 뒤 패키지 가격의 상당부분을 아이템 가격으로 책정하는 정책이 큰 비판을 받았다. <블레이드앤소울>은 해당 정책을 통해 패키지를 구매한 뒤 환불하면 월정액 기간만 환불되고 아이템은 인벤토리에 남게 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유료 아이템 패키지’ 판매를 진행했다.

또한 Free to Play로 BM을 전환한 이후에는 확률성 아이템 안에 확률성 아이템을 넣는 이중삼중의 랜덤박스를 판매하는 등 ‘Pay to Win’ 정책을 강화, 매출액과 PC방 점유율이 서로 반비례하는 결과를 낳으며 PC방 점유율이 수직 하락하게 된 것이다.

게임사들 사이에 이런 ‘Pay to Win’ 경향이 확산되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신작 게임이 발매될 때 마다 과금요소가 얼마나 심하게 들어갔는지를 따지는 경향이 생겨났다. 게임을 즐기는 데 소비될 금액이 일정액 이상이면 플레이를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로스트아크>는 최초 출시 당시 특별한 탈 것 구매에 현금 200만 원 상당을 소비해야 얻을 수 있는 마일리지를 요구해 논란이 된 적 있는데, 플레이어들은 ‘그런 상품이 있다는 것은 현금 200만 원 어치를 요구하는 BM이 설정된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해당 탈것이 고액 과금 유저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상징성일 뿐 실제로 정상적인 플레이에 그 정도의 거액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게이머들이 게임 과금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증명하는 사례기도 하다.

할만한 RPG가 없다
한편, 오랜 기간 동안 국산 대작 RPG 신작이 부재했던 것 역시 PC방에서의 RPG 부진을 부추겼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기대작 3종을 이르던 ‘빅3’이라는 용어가 마지막으로 쓰인 것은 <검은사막>과 <이카루스>, <블레스 온라인>이 묶였던 2014년이었으며, 그 이후 ‘기대작’이라고 불릴만한 게임은 <로스트아크>, 그리고 CBT 중 부족함을 인정하고 전면적인 재설계에 들어간 <엘리온> 뿐이었다. 당시 MMORPG를 즐기던 게이머들의 연령층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며 PC방을 자주 찾지 않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세대 유저들을 유혹할 만한 RPG 게임이 출시되지 않아 새로운 RPG 게이머들이 등장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모바일게임 차트 상위권을 <바람의나라>, <라그나로크> 등 고전 RPG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석권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한때 이들 IP를 즐겼으나 현재는 게임에 투자할 경제력이 생긴 대신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해진 이들을 타겟으로 하기 위해 과거 이들이 즐기던 게임의 모바일 버전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복고 모바일게임’의 특징은 강력한 오토 기능을 통해 쉬운 플레이가 가능한 대신 높은 수준의 현금 결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층 게이머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조차 RPG 장르에서 배척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기존의 고액 과금 유저 대상 BM을 탈피한 대형 RPG가 출시된다면 PC방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는 PC방 인기 RPG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자극받은 대형 게임사들이 유사한 BM을 채택해 RPG게임들이 각축장을 벌이던 2000년대 PC방 황금기가 재현되는 것도 기대해볼만 하다. 실제로 <로스트아크>는 ‘린저씨들을 위한 BM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기 전까지는 PC방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선전한 바 있다.

맛집 비결도 모두가 따라할 수는 없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 청년층을 목표로 한 BM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보면 PC방 주 이용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는 명백하다. 온라인게임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모바일게임으로는 <라스트오리진>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게임에 밸런스를 미치지 않는 치장용 아이템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랜덤박스 등의 확률성 아이템을 지양하며, ‘뽑기’ 시스템을 넣더라도 그 안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정가에 구매할 수 있는 방향성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특히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이런 BM을 통해 청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전략적 팀 전투(‘TFT’)>, <레전드오브룬테라>, <발로란트> 등의 신작 게임을 성공적으로 출시했으며, 특히 <발로란트>는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PC방 점유율 9위에 안착하는 등 청년층을 타겟으로 한 BM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미 고액 과금 플레이어를 목표로 하는 BM을 설정해 큰 성공을 거둔 기성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BM을 설정한 대형 RPG 제작은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모험이며, 기존 게임의 BM을 변경하는 것 역시 기존 소비층을 포기하고 새로운 소비층을 모으는 것인 만큼 큰 손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인지도 및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게임의 경우 새로운 BM을 채택하더라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외면 받을 공산이 커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PC방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BM을 변경해야 하고, BM을 변경하면 전반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RPG의 역설이 계속되면 앞으로도 RPG 장르가 PC방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어 보이며, PC방 업주들의 장타손님 갈증도 풀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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