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손님들의 PC방 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해 넥슨, 웹젠, 블리자드 등 주요 게임사들은 모두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 유저와 차별화된 보상을 얻기 위해 게이머들은 오늘도 PC방을 찾는다.

일정 비용이 들더라도 손님만 많이 찾아온다면 이는 결코 아까운 돈이 아니다. 하지만 매장에서 쓰지도 않았는데 충전해놓은 금액이 빠져나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황당한 사건은 최근 전국 곳곳에서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이용도 안 했는데 돈이 빠져나가?
여름 성수기가 한창이던 지난 8월 경기도 수원의 한 PC방 업주가 블리자드의 과금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업주는 “평소 블리자드에 결제하는 주기보다 이른 시기에 요금 결제가 이뤄져 이상한 생각에 점검해봤더니, 손님이 이용하지도 않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사용된 것으로 처리돼 요금이 빠져나갔다”면서 “PC 관리업체를 통해 매장 IP가 유출돼 악용된 것 같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황당한 피해는 최근 한 달 동안 전국 여러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매장마다 피해 규모가 조금씩 달랐을 뿐, 충전 금액이 모두 소진되면 자동으로 결제되는데, 평소와 달리 그 주기가 매우 짧아졌다는 점은 같았다. 광주의 한 PC방에서는 6일 동안 무려 6,500시간이 빠져나가기도 했는데, 이는 100대 규모 매장 기준 ‘리그오브레전드’를 능가하는 사용량이다. PC방 점유율이 1%도 채 되지 않은 ‘WOW’가 이 같은 사용량을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PC방이 이 같은 피해를 보는 동안 PC방 양대 리서치 게임트릭스와 더로그에서는 ‘WOW’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8월 ‘WOW’의 일 평균 점유율은 0.5% 수준을 유지했으며, 8월 말 하드코어 모드 출시 이후 사용량과 점유율이 20%가량 상승했을 뿐이다. PC방에서 실제 가동되는 게임만 집계하는 것인 만큼, 블리자드의 과금이 게임 실사용과 무관하게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피해를 입은 업주들은 블리자드 측에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블리자드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도, 대안도 없는 상황에 업주들은 임시방편으로 ‘WOW’의 프리미엄 혜택 가맹을 일시 중단하고 영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PC방 혜택을 기대하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추가 피해는 오롯이 업주가 감당하고 있다.

피해가 발생한 기간에도 ‘WOW’의 실사용량은 큰 변동이 없었다
피해가 발생한 기간에도 ‘WOW’의 실사용량은 큰 변동이 없었다

손 놓고 있는 블리자드, 그 흔한 공지조차 안 해
‘WOW’의 비정상적인 과금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한국인터넷PC카페조합(이하 조합)에서 9월 초부터 피해 사례 접수를 시작하고 단체 행동 준비에 돌입했다. 조합 측은 “수십, 수백만 원의 피해를 입은 사장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수집해 블리자드사에 정식 항의하고 재발 방지 및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블리자드 측의 대응이나 해결책 제시는 딱히 없는 상황이다. 피해의 원인이 PC방 IP 해킹이기 때문에 블리자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걸까. 조합과 블리자드는 가까운 시일 내에 모여 대책을 마련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 상태다.

블리자드는 PC방 IP로 게임이 사용된 부분을 정상 차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 보상도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블리자드의 미온적 움직임을 두고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국 가맹점들에 주의하라는 공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의 한 PC방 업주는 “PC방 업주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맹 중단이라는 고육책을 감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게임사가 과연 PC방과 상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킹하는 자들이 가장 나쁘지만, 블리자드 역시 PC방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태도는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늘 그랬듯이 블리자드는 이번에도 시종일관 모르쇠다. 그러다 정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고, 아니면 더 큰 일을 겪을 수도 있을 텐데 이제 정말 정신 차려야 하지 않을까. 진정 걱정스러워서 건네는 충고다.

비정상 과금 피해를 입은 업주가 오픈채팅방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비정상 과금 피해를 입은 업주가 오픈채팅방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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