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가맹 PC방 IP로 접속해 정상적 사용으로 판단”
‘WOW’ 가맹 중지 잇따라… 일부 업주들 불매운동 고려
사태 초기부터 안일하게 대응한 블리자드,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아야 할 수도

지난달 초부터 전국 PC방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비정상 과금(이하 오과금) 피해가 한 달이 훌쩍 지난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블리자드코리아(이하 블리자드)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는 PC방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WOW’ 가맹 중지라는 극단적 조치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WOW’ 오과금 사태는 PC방 IP 정보를 획득한 불특정 세력이 VPN 등 IP 우회 또는 변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PC방 IP로 위장해 게임에 접속했기 때문에 해당 PC방은 게임을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블리자드에 충전해놓은 정량요금이 소진된다. 노하드솔루션 등 PC방 유지보수 업체들은 이번 사태를 중국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같은 피해가 드러나게 된 것은 충전 금액이 모두 소진되면 자동 결제되는 블리자드 게임 이용료가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재결제가 이뤄지면서다. 경기도 수원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평소 한두 달 주기로 결제되던 블리자드 충전 금액이 매장 내 게임 사용량이 평소와 다름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다시 결제됐다”며 “블리자드 측에 문의해도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를 본 업주들 가운데에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6,500시간 분량의 정량요금이 차감된 경우도 있었다.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100대 규모 매장을 기준으로 이를 환산하면 클라이언트 좌석당 하루 10.8시간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평소 0.6% 수준에 불과한 ‘WOW’의 점유율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규모다.

이렇듯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블리자드는 주의를 당부한다는 공지조차 등록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업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특히 블리자드 측은 “PC방 IP로 접속해 정상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게임 이용료를 차감하는 것과 그 과정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공분을 사는 중이다.

블리자드의 이 같은 안일한 대응 사례는 그동안에도 수없이 많았다. 당장 지난해 8월 ‘워크래프트3’에서 장기간 접속 장애가 발생해 사용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으나, 당시 블리자드 관계자는 “게임이 구동되지 않아 유료 게임비 차감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PC방 피해보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상식 밖의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접속 장애로 발생한 손님 이탈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PC방 업주가 짊어진 꼴이다.

한편, 8월 초 일부 PC방에서 시작된 이번 ‘WOW’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은 지난 9월 6일부터 공식적으로 피해 사례를 접수하기 시작했으며, PC방에 대한 블리자드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항의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는 블리자드 황당한 태도에 PC방 업주들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WOW’ 가맹을 중지하고 있다. 한 업주는 “WOW 외에도 오버워치2나 디아블로4 등 블리자드 게임 전체 가맹 해지도 고려하고 있다”라면서 “PC방을 오로지 돈벌이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임사의 게임은 매장에 필요 없다. 불매운동까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WOW' 오과금 피해를 본 업주가 오픈 채팅방에서 피해 규모를 설명하고 있다
'WOW' 오과금 피해를 본 업주가 오픈 채팅방에서 피해 규모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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