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0월호(통권 39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PC방 관리프로그램 게토, 피카, 네티모, 넷커멘터, 겜돌이 등은 PC방 매장 관리자가 손님의 PC 이용시간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서 무인솔루션이라 부를 수 있었다. PC 네트워크를 사용한다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업계를 뒤집어 놓았다.

2010년 들어서는 선불결제기가 무인솔루션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매장 관리자가 일일이 요금을 정산할 필요가 없어서다. 리더스소프트, 카드인텍, 드림투텍, 엔미디어플랫폼, 미디어웹, 엔조이소프트 등이 선보인 PC방 선불결제기는 크고 작은 오류들이 빈번하고 발전 속도도 더뎠지만 ‘먹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장점으로 PC방 업주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이 둘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PC방 매장 관리자에게 주어졌던 핵심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손님에게 요금을 받아야 하니까 이용시간을 기록해야 했고, 뻔뻔한 먹튀들의 줄행랑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막아야 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매장 관리자의 핵심 업무를 대체한다는 의미의 무인솔루션이 아니라 인력 자체를 없애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인솔루션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무인PC방에 대한 실험이 시작되고 약 10년이 지난 2023년 현재, 진짜 무인솔루션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지 않다.

PC방 업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PC방은 무인솔루션 업체가 바라는 이상적 시장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야간 영업을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 PC방 업종의 분위기는 무인솔루션의 뜨거운 성공을 보장할 것만 같았다.

10년 전부터 PC방에서는 MMORPG로 밤샘하는 이용자들이 감소하기 시작해 지금은 씨가 말랐다. 정부의 금연 정책으로 인기 게임 장르의 변화라는 원투펀치를 얻어맞은 PC방은 심야 PC 가동률이 추락했다. 여기에 야간에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알바 인력을 확보하는 일까지 생각하면 PC방 업주의 눈앞은 깜깜해진다.

아울러, 매출의 절반이 먹거리에서 나오는데, 야간에는 먹거리에도 제약이 생긴다. 손님도 적은데 재료를 보관하고 음식을 조리해 판매까지 연결하는 수고는 피크타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비용 대비 소박한 야간 매출이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PC방 업주들의 솔직한 심정임을 감안하면, PC방은 무인솔루션을 개선장군을 환영하듯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가짜 무인솔루션 둘에 비하면 진짜 무인솔루션에 대한 PC방 업주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PC방 업주들은 “무인솔루션을 의욕적으로 알아봤지만 결국 맘에 드는 선택지가 없다”,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용 중이지만 영 마땅치 않다”, “PC방의 생리를 잘 알고 호소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느낌이 없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길 바라서 큰돈 주고 계약했는데 더 가려워진 것 같다”는 하소연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무인솔루션의 한계로 드러난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업체별 서비스 내용과 비용에 별다른 차이도 없다는 지적 역시 수 년째 똑같은 레퍼토리다. 이건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관제 서비스가 잘 작동하는지 여부가 무인솔루션에 대한 신뢰성을 결정하고, 여기서 PC방 업주들의 선택이 갈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직접 도입해 장기간 사용해보지 않으면 효용성을 체감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PC방 업주들은 여러 솔루션들을 한두 달 무료로 이용해보지만 선택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UI가 어렵지 않는가’, ‘UX가 불쾌하지 않는가’, ‘출입 인증이 번거롭지 않은가’ 같은 기준으로 선택하는 실정이다.

무인솔루션을 도입한 업주들은 기대치를 낮추면 만족할 수 있다는 슬픈 조언을 하기도 한다. 생계 수단을 생면부지의 손님들에게 맡겨버리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면 최고의 솔루션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한 무인 출입 서비스만 도입하면 도난 관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관제 서비스를 거의 필수적으로 계약하는데, 이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외에도 외부 음식물 반입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 외부 음식물 반입은 먹거리 매출에 악영향을 주는 동시에 매장의 청결 상태에도 악재로 작용해 매장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깎는다. 추가로 남의 쓰레기 처리까지 해야 한다.

그래도 무인솔루션에 접근하는 PC방 업주는 늘어나는 추세다. 야간 매출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기에, 이런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장사를 이어가려는 절박한 마음에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과 나날이 심각해지는 구인난, 그리고 연일 바닥을 치는 심야 시간대 PC 가동률도 무인솔루션 업체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무인솔루션 업체가 여기서 그친다면, 고객인 PC방 업주들의 진정한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그저 곁가지로 주워 먹을 고객으로만 여긴다면 발전 속도는 점점 더뎌지고 외면받을 것이다. 예전의 가짜들은 도입 초기에 문제가 있었지만 점점 발전하고 개선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서두에서 언급한 가짜 무인솔루션들이 낭만적인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힘은, PC방 업종을 정확히 겨냥하고, PC방 업주에게 어필하는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에서 통하겠다는 절박함에 있었다. 진짜에 이런 점이 결여돼 있으니 가짜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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